은둔의 계절

by 미니작업실

겨울이 끝을 향해 달리는 것 같다. 12월의 겨울은 유난히 즐겁고 뭔가 밖으로 나가 분위기를 마음껏 느끼고 싶었다면 1월은 나에게 침묵하고 조용히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길 권하는 달인 것 같다.

키우고 있는 화초들도 유난히 겨울이 되니 자라나는 속도가 더디고 일정하지 않은 일조량에 맞춰 잎새도 그다지 푸릇하지 못하다. 어쩌다 한 잎 떨궜다 해도 그게 다시 회복되기까지 꽤나 시간이 걸린다.

어떤 재미를 느끼려고 해도 이게 그게 맞는지 다시금 점검하게 되는 시간이다.

재미만 마구 쫓다가 잠시 조용해진 이 시간이 내겐 꼭 필요했고 마침 선물처럼 주어졌다.

또 이사 온 지 이제 한 달을 채워간다. 그동안 새로운 터전에서 적응하기까지 이 집에 온기도 나의 체온도 서로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얼마 전부터가 돼서야 우리 집에 훈기가 돈다는 것을 느꼈다.

그전까지는 늘 어딘가 서늘한 온도와 외풍을 느꼈는데 그게 진짜인지 어색함에 그런 느낌인 건지 정확하지 않다. 집에 적응하는 시간 동안 앞의 글에서도 언급했던 정신적으로 의지했던 분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더더욱 바깥으로 향하는 나를 마음속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게 했다.

웃으면서 다시 또 보자 했던 그 얼굴이 마지막이었고 어제 다녀온 49재에 걸린 영정사진을 보자 참아왔던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스님은 늘 내게 그러셨다. 삶과 죽음은 차원의 차이이지 특별하지 않다고. 그때는 나는 그 가르침에 당연히 안다고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 아는 게 이렇게 금방 다가올 줄은 몰랐었다. 그렇지만 어린 중생의 입장에서는 더 이상 물을 곳이 없다는 것과 다시는 찾아뵐 수 없다는 차이는 조용한 영정사진 앞에서 허망함에 길을 잃었다. 내가 아무리 마음을 비워도 아쉬움은 자꾸만 질문을 하고 스님이 언제부터 죽음을 예감했는지에 자꾸만 되짚어 물어볼 뿐이었다.

많은 것을 줄이고 수행만 하시던 분이라 마지막까지 특별히 가지신 것도 없던 분인데도 또 남겨진 것들에 대해 사람들과 어떻게 나누고 보내야 하는지 고민했다. 스님의 인생을 되짚어 보듯 나의 모습도 자꾸 관찰하게 되었다. 이사를 통해 정돈을 한다고 했지만 여전히 그득한 나의 세간, 짐들과 내가 책임져야 할 모든 관계들, 수많은 약속과 계획으로 해야 할 모든 것들, 추억이라고 남겨둔 수많은 기록들과 지금 아니면 할 수 없을 것 같아 몰두했던 취미의 영역들이 모두 나의 손을 기다리고 있는데 더더욱 나는 무엇에 집중하며 살아야 하나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정말 소중한 순간들이 아닐 수 없고 모든 시간이 귀하게 느껴진다.

요즘 귤이 참 많이 싸졌다. 지금 아니면 맛볼 수 없는 귤도 쟁여두고 이번 주는 남은 1월을 꽉 채워 마음속 깊이 들어가 봐야겠다.


월요일 연재
이전 25화오늘의 끼니, 오늘의 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