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해드리긴 커녕 결혼 전 모아둔 돈이 많이 없어서 눈치를 봐야 했고 내 앞가림을 잘 해내는 게 그리도 어려웠다.
나는 그분들에 비하면 참 많이 '이기적인 효녀'이다.
그림 작업이라는 것은 내 감정을 상징으로 덮고 아닌척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이것도 조금 지나고 눈썰미 있는 분들에게는 너무나 확실히 보이는 것이지만 적어도 의도만큼은 감출 수 있다.
나는 책 한 권을 쓰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는 나의 수치심, 걱정, 두려움이 존재한다. 나의 허물을 드러내는 것이지만 오로지 주관적 입장으로 가족, 주변 분과의 허물을 드러내는 '심리 대면'에 대한 에세이를 준비 중이다. 그러다 보니 지금은 시선이 많이 바뀌어 지난 이야기들이 많다.
묵은 짐들을 드러내면서 나의 시야는 확실히 맑고 단단해졌다. 이따금 돌을 던지는 사람들이 종종 있지만 예전에는 맞아도 맞은 줄 모르고 아파도 아픈 줄 모르는 상태였다. 그리고 심지어 던지는 사람을 향해 '저 사람 나름의 상황이 있겠지'만 생각하고 내가 아프다는 걸 느끼면 뭔가 잘못된 생각인 거라고 설득했었다.
내 감정에 솔직하지 못한 지난 세월이 길었기 때문이다.
예전 일은 들춰보이며 나의 체면은 이미 내려놓은 지 오래이지만 이런 나의 책이 뭔지도 모르고 그저 좋아할 부모님을 생각하니 마음 한편에 미안한 마음이 가득했다.
부모님 세대는 그런 정신적인 것, 심리적인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고 배운 적도 없었다. 그런 세대에 겪어냈던 아픔을 아무리 정화하여 내어놔도 분명 우리 세대의 새로운 눈으로 본다면 불편하고 힘든 구석이 많다.
우리 세대는 예전 세대보다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많은 세대이다. 정신적인 억압, 자유에 대한 공존, 공부와 향유가 동시에 부딪혀 서로 기싸움을 하며 질서를 잡아가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나의 심리 오답노트를 누군가 본다면 도움이 되긴 할 텐데 정작 부모님과의 관계는 지킬 수 있을까?
체면이 너무나 중요하신 분들에게 자존심이 중요한 분들에게 무작정 '자존감의 시대'가 좋다고 알려줘도 좋은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