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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덴 Aug 15. 2022

정오의 발코니

알프스 +day1 : 뉘른베르크 (독일)



뉘른베르크
Nürnberg
2018. 09. 21


물을 뜨러 부엌엘 갔다. 마시고 치우지 않은 잔과 포트가 싱크대에 담겼다. 얼룩진 커피 자국이 안토니아가 남긴 아침의 기록 같아서 닦기 아까웠다. 조리대에는 저녁거리로 쓸만한 양파가 널렸고, 갖은 양념이 찬장 서랍을 빼곡히 채웠다. 이 부엌에서 안토니아는 어떤 음식을 지어낼까. 물기 어린 설거지감이며, 선반에 고이 모셔둔 정갈한 접시며, 타일 위에 붙인 주방용 자석까지. 부엌을 대하는 안토니아의 애정을 짐작할 수 있었다.

비스듬히 열린 문틈 새로 정오의 볕이 쏟아졌다. 발코니에 내어둔 빨래가 새하얗게 말라가고 있었다. 그 포근한 기운에 끼어들고 싶었다. 가랜드가 나부끼는 입구를 지나 발코니로 향했다. 구석에 숨어있던 아담한 화단이 나왔고 집안일을 마치고 쉴 만한 벤치와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좋은 생각이 났다. ‘여행은 살아보는 거’라고, 부엌과 발코니를 오가며 집주인처럼 점심을 보내기로 했다. 한국에서 가져온 간편식을 렌지에 돌렸다. 음식이 데워지는 동안 발코니에 앉아 가만히 숨을 쉬었다. 공터에 심긴 나무를 살랑이고 온 바람이 코에 닿았다. 달콤한 맛이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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