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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덴 Aug 08. 2022

안토니아의 집

알프스 +day1 : 뉘른베르크 (독일)



뉘른베르크
Nürnberg
2018. 09. 21


출근한 딸을 대신해 어머니가 마중을 나와 계셨다. 사흘간 남는 방을 빌려 쓰기로 한 안토니아의 집이 오후까지 비어 있어서다. 열쇠를 건네받았다. 잘 왔다는 수줍은 목소리도 따라왔다. 방금까지 어머니가 손에 쥐었던 열쇠에는 온기가 맴돌고 있었다.

부모님 댁을 지나 몇 채의 빌라를 거치면 안토니아의 집이 나온다. 주민 공용 현관을 열면 중앙에 복도가 있고 계단으로 이어지는 형태의 독일식 빌라다. 주인 없는 집은 단단히도 잠겨 있었다. 열쇠를 꽂고 이리저리 돌려보아도 문은 열리지 않았다. 공동 계단을 내려오는 이웃에게 눈총을 받기도 했다. 도둑이 든 것 마냥 소음을 일으켜서다. 손에 땀이 찼다. 다시 열쇠를 잡고 힘껏 문을 밀었다. “딸깍”. 어렵게 열렸다.

정리할 시간이 부족했던 걸까. 가지런히 접힌 이불 말고는 흐트러진 물건이 많았다. 너덜너덜한 속살이 드러난 침대는 커버를 씌우다 말았다. 가구에 쌓인 먼지는 또 어떻고. 오히려 편했다. 우리 집 같아서. 나도 집안일은 게으르다. 안방에 자리를 잡고 간단히 짐을 풀었다. 나의 몫일까. 반틈 비워진 행거에 여분의 옷걸이가 걸렸다. 안토니아의 옷 옆에다 캐리어에서 꺼낸 옷을 걸어 두었다. 누구의 옷인지 모르게 어우러진 모양새가 보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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