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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덴 Dec 05. 2022

천국에서 온 편지를 받고

알프스 +day7 : 추크슈피체 (독일)



추크슈피체
Zugspitze
2018. 09. 27


남 알프스와 스물여덟. 천국에서 온 편지에 적힌 단어들은 미래의 단서일까. 한때 인터넷에서 유행했던 페이지는 뜬구름처럼 사라진지 오래다. 인생 최고의 순간이 거기 있다는 예언만이 기억으로 남겨졌다. 알 수 없는 발신자에 긴가민가한 사이 스물여덟이 된 나는 알프스에 와있다. 독일의 가장 남쪽이자 최고봉인 추크슈피체에. 평소와 다름없이 별일 없었고 편지의 내용도 틀림없었다. ‘최고’라는 말 그대로 태어나 가장 높은 곳에 발을 디뎠으니.

이리저리 산자락을 오가며 그림자를 드리웠다. 암벽에 고인 채로 녹아가는 만년설에 발자국을 새기기도 하고. 무어라도 알프스에 스미는 흔적을 남기고 싶었다. 옷에 묻어 있는 고양이 털을 떼어내 바람에 실었다. 우리 집이 세상의 전부인 고양이 누비에게 드넓은 자유를 주는 건 이 방법 말곤 떠오르는 게 없었다. 위로는 하늘이 푸르고 아래로는 들판이 푸르렀다. 태어나 가장 높은 곳이 ‘추크슈피체’라면 가장 낮은 곳은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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