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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고래 Nov 17. 2018

리스본, 비온다...

2018. 두 번째 리스본 한 달 살기


#1. 더 세차게 비 내리는 할로윈- 고래군     


“누가 문 두드리고 사탕 달라고 하면 어떡하지?”

“크아아앙!! 나는 괴물이다!! 사탕은 없다!! 하면서 쫓아내지 뭐.”

“뭐래, 아저씨냐? 나는 아저씨랑 살기 싫은데?”

“아 네. 죄송합니다.”     


 아이들이 찾아오면 어떡하냐는 그녀의 걱정이 무색하게 오늘도 흐린 하늘이 리스본을 뒤덮고 있다. 어제처럼 비도 내린다. 어제는 차라리 빗줄기가 포근하기라도 했지, 오늘은 세찬 바람과 함께 굵은 빗줄기가 알파마Alfama 언덕을 내려치고 있다.     


 오늘은 10월의 마지막 날, 할로윈이다. 가톨릭 문화권에서 11월 1일은 ‘모든 성인들의 날’이라고 해서, 공휴일로 삼고 중요한 축일로 여기는 날이다. 할로윈은 축일 전야제가 켈트족의 축제 문화와 결합해서 탄생했다. 그리고는 아일랜드계 미국인들에 의해 미국에 이식되고, 다시 미국 대중문화에 의해 한국인들에게 알려지게 된 것이다. 정리하자면 우리가 상상하는 할로윈은 사실 대중문화가 구성해낸 미국식 축제 문화이고, 정작 중요한 날은 11월 1일인 것이다.     


 그나저나 세찬 빗줄기 때문에 영락없이 오늘도 집에서 온종일 머물게 생겼다. 바깥에 나가려면 못 나갈 거야 없겠지만, 옷과 신발이 흠뻑 젖은 채로 돌아다니고 싶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이런 날에는 파전이나 부쳐 먹어야 하는데 말이지.”

“오빠 전 부쳐줘? 이런저런 채소에 해산물 넣고 만들면 될 것 같은데? 재료 여기서 다 구할 수 있을 것 같아.”

“아니야, 아니야요. 그냥 해본 말이었어.”     


 지나치듯 툭 던진 말에 그녀가 갑자기 달려들었다. 그러고 보니 정말 식재료들 다 구해서 만들 수는 있겠구나 싶다. 하지만 그거 만들어 먹다가는 지쳐서 몸져누울 것만 같아서, 얼른 그 말을 취소했다. 그런데 그녀가 저렇게 말하는 걸 보니, 종일 집에 있는 게 좀 답답한 모양이다.      





    

#2. 동네슈퍼 이야기- 미니양 


 어제에 이어 오늘까지 집에 있자니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 리스본에 있는 우리 집은 위치가 좋은 대신에 매우 좁기 때문에 둘이서 하루종일 한 공간에 있다보면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밖으로 나가보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비가 세차게 내린다. 냉장고에 먹을 것도 별로 없어서 멀리가지 않더라도 슈퍼에 가서 장이라도 봐야 하기 때문에, 하루종일 비가 잦아들기만을 기다렸다. 그런데 비는 그칠 생각이 없고, 늦은 오후가 되자 빗줄기가 약간 가늘어지긴 했다.



"오빠! 비가 조금 덜 와."

"그래?"

"응. 우리 장보러 Lidl 가자."

"Lidl까지?"

"응. 주스 마시고 싶어."


우리 동네에는 슈퍼가 다섯군데가 있다. Lidl, Pingo Doce, Minipreço 그리고 새로생긴 meu super, my auchan까지. 슈퍼마켓마다 특성이 있어 그 날 그 날 장 볼 목록에 따라 슈퍼마켓을 선택하는데, 오늘은 Lidl로 결정! 사실 비가 오니까 가장 가까운 Minipreço나 meu super로 가는 것이 가장 편하지만, 오늘은 오렌지 주스가 먹고 싶으니까. 나는 Lidl에서 파는 오렌지 주스를 아주 좋아한다. 99센트의 행복이라고 할까? 감기 기운이 있으니 왠지 오렌지주스를 먹어줘야만 할 것 같기도 하고. 


::: 장을 봐왔으니 또 실컷 먹어줘야지! :::


 Lidl로 가는 길 비 때문에 신발은 이미 젖었고, 비때문에 미끄러워진 인도를 따라 내리막길을 내려갔다. 그 놈의 오렌지주스가 뭐라고 이 고생을 선택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미 길을 나섰으니 가야만 한다. 드디어 Lidl에 도착! 전쟁에 대비하는 사람처럼 장바구니에 물건들을 담았다. 결국 카드까지 긁어 양손 무겁게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도 뿌듯한 하루?!




#Tip!


https://brunch.co.kr/@minigorae/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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