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이도야(井戸屋)>
찬 바람이 세차게 부는 날씨 때문인지 피로가 쌓여서 하루 정도는 숙소 근처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어졌다. 그래서 어디 멀리 가지 않고 오늘은 호텔이 있는 가마타에서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그런데 전철을 타고 이동하지 않고 그냥 이 근처를 어슬렁거리며 하루를 보낼 수 있으니 여행의 다른 어느 때보다도 더 게을러지기로 했다. 침대에서 늘어지게 자고 일어나서야 대충 옷을 걸쳐 입고 밖으로 나간 것이다. (슬리퍼를 신고 동네를 걷는 기분으로 나가고 싶었지만 너무 추웠으니까 단단히 입고.) 호텔에서 나오자마자 일단 배를 채우기 위해 상점가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상점가를 오가면서 눈여겨봐 둔 일본 가정식 식당 <이도야(井戸屋)>에 가봐야겠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우리 숙소인 <호텔 라이브맥스 가마타역>(https://brunch.co.kr/@minigorae/840)에서 <이도야>까지는 가깝기 때문에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정작 아직 식당 문이 닫혀있었다. 오픈 시각을 찾아보니 11시. 우리가 찾아간 시각은 그것보다 15분 전쯤? 그 자리에서 잠깐 생각해보기로 했다. 오픈시각까지 기다릴 것인가 다른 식당으로 갈 것인가. 그렇게 한가롭지만 치열한 고민을 하면서 짧은 상점가를 오가는 동안 어느 새 시간이 흘렀는지 식당 문이 열리는 것이다. 그것을 보고는 주저 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의도치 않은 오픈런으로 <이도야>의 첫 손님으로 들어가서 자리를 잡고 메뉴들을 보기 시작했다.
일단 눈에 띄는 것은 일본 가정식으로 많이 먹는 부타쇼가야키(돼지고기 생강구이), 미소사바(고등어 된장조림), 함바그 등이다. 그밖에도 다양한 메뉴들이 준비되어 있었다.(외국어 메뉴판이 없고 일본어 메뉴판만 있다.) 무엇보다도 매일 달라지는 '오늘의 세트메뉴'가 있었는데, 우리가 갔던 날은 미소사바와 햄카츠(햄튀김) 세트를 880엔에 판매하고 있었다. 뭘 먹을지 고민을 하다 미소사바(750엔)와 함바그(780엔)를 주문했다.(현금결제만 가능) 자고 일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얼마나 음식이 나오는지 몰라서 세트메뉴까지는 주문할 수 없었던 것이다. 주문을 하는 동안 비어있던 가게로 손님들이 끊임없이 들어왔고, 다들 익숙한 듯 자리를 잡고 앉아 각자의 메뉴를 주문했다. 다들 단골손님들의 포스가 느껴졌다.
미소사바는 가시가 조금 남아 있어 먹기는 살짝 불편했지만 감칠맛이 돌아 밥 반찬으로 좋았다. 함바그는 크기가 상당히 커서 푸짐하게 먹을 수 있었고, 특히 마치 집에서 엄마가 해준 것 같은 식감과 비주얼이 인상적이었다. 유명한 함바그 전문점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덕분에 일본식 집밥을 먹는 기분이었달까? 자극적인 편의점 도시락과는 다르게 질리지 않고 먹을 수 있는 식당이라서 자주 가도 물리지 않을 것 같았다. 게다가 저렴한 가격까지. 소박하고 자극적이지 않은 집밥 스타일의 <이도야>는 여러모로 아주 괜찮은 곳이었다.
- 이도야(井戸屋)
4 Chome-5-7 Kamata, Ota City, Tokyo 144-0052 일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