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여름, 가을, 겨울 모든 날이 아름다운 당신에게
숲 속 한가운데
잘라진 나무 한 그루가 있었습니다.
지나가던 다람쥐는 잘린 나무에
호기심을 가지고 다가갔습니다.
"나무야! 안녕!
엇? 동그란 선들이 있네? 이게 뭐니?"
"아~ 이건 내 흔적이야~"
"흔적?"
"응!"
"어떤 흔적인데?"
"이때 내 나이는 20살!
처음 친구를 사귀었지!
'바람'이라는 친구였는데... 나랑 참 잘 맞았었어.
산들산들 봄바람으로 나를 간지럽히기도 했고,
시원한 가을바람으로 나를 춤추게도 했지.
난 바람을 참 사랑했어."
"하지만 겨울이 되고
나의 앙상한 가지를 보고 실망한 바람은...
나를 버리고 가버렸어...
나의 뾰족해진 모습에 겁을 먹었던 모양이야.
조금만 기다려줬다면...
다시 풍성한 나뭇잎을 보여줄 수 있었는데..."
"그 이후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나이를 금세 먹었어.
나는 사람들에게
의자도 되어주고
식탁도 되어주고
종이도 되어주고
나의 일부를 아낌없이 베풀었어."
"그래서 지금은 이렇게 잘린 나무가 된 거야!"
"...그렇구나...
그런데 그거 아니?
너는 이제 것 내가 본 나무 중 최고야!!!
이렇게 친구를 진심으로 사랑했고,
이별에 대한 슬픔도 경험했고,
자신의 일부를 떼어
남을 도와준 나무를 본 적이 없거든!"
"넌 정말 멋진 나무야!!!"
"저기.. 있잖아..
네 옆에서 지내고 싶은데 괜찮겠니?"
"그럼!!!"
그날 밤, 다람쥐는 기도했답니다.
사랑하는 나무의 슬픔이 다 씻겨 내려가고
다시 생기를 찾을 수 있기를요.
다음 날,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밤 사이 마법비를 뿌려준 하늘 덕분에
나무는 다시 새 싹을 틔우고 자라나게 되었어요!
그리고 그날 밤, 나무의 꿈에 바람이 나타났지요.
'앞으로 좋은 일이 일어날 거야.
봄이 되면 내가 찾아갈게.
너의 앙상한 가지를 보고 도망가서 미안해.
이제는 너의 봄, 여름, 가을, 겨울
모든 날이 무섭지 않아'
매일매일 자란 나무는
어느덧 커다란 나무가 되었답니다.
나무와 다람쥐는 날마다 재밌는 이야기를 나누며
사이좋게 지냈어요.
그리고 친구가 그리웠던 바람은
이따금씩 놀러와 나무를 간지럽히었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모든 날이 아름다운 당신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