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8월 14일 비 오고 흐림
다시 힘을 내서 달려보자 했더니, 잇몸에 염증이 생겼다.
"잇몸에 염증 생긴 거 가지고 뭘 그러냐?"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이 이야기는 초등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학원 앞 주차장
친구들과 놀다가 수업에 늦은 것을 알게 되었다.
급한 마음에 주차장 밖으로 달려서 나가려는데, 입구 앞에 무릎 높이까지 오는 쇠로 된 줄이 보였다. (약간 느슨하게 있어서 무릎보다 낮은 곳이 있었다.) 훌쩍 뛰어넘으면 되겠다 싶었다. 초등학생이 무슨 폼을 잡겠다고, 주머니에 손을 넣을 채, 만화 속 주인공이라도 된 것처럼 온갖 폼을 다 잡으며 점프를 했다. 점프를 하자마자 느껴졌다. "이건 뭔가 잘못됐다." 쇠줄에 발이 걸렸고, 초등학생 인생 최초, 인생의 파노라마가 슬로로 펼쳐지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맨땅에 헤딩을 하고 보니, 앞니가 부러졌다.
그해 여름방학은 잇몸 치료와 인공 치아를 만들어 끼우는 작업으로 모두 날려버렸다. 그 뒤로 인공치아로 잘 먹고 잘 살고 있었는데, 고등학교 시절 잇몸에 염증이 생겨 붓는 일이 생겼다. 뭐지 싶어 병원에 갔다가, 수술날짜를 잡고 수술을 하게 되었다. 신경이 완전히 죽지 않아서, 잇몸을 째고 염증을 다 긁어내야 한다고 했다. 잇몸염증에서 그렇게 해방된 줄 알았는데, 성인이 되고 또 한 번 잇몸에 염증이 생겼고, 또 같은 부위의 수술을 진행했다.
그 후로 10년 동안 멀쩡히 잘 지내왔는데....
하필 이 중요한 시기에.. 또 아프기 시작한 거다. 하... 잠자리에 들기 전에 빌었다. "지금은 아니다. 아프면 안 돼. 제발 빨리 나아라..." 그러나 나의 바람과는 반대로 , 잇몸은 더 퉁퉁 부어 있었고, 아침밥을 먹는데 눈물이 났다. 슬픔의 눈물이라기보다 아픔의 눈물이었다. 밥 먹고 양치를 할 때는 그 두배로 눈물이 났다.
약국에서 약을 사고, 얼음찜질을 하고 조금 쉬다가 작업실로 향했다.
머리는 욱신욱신, 정신이 없지만 쉴 시간은 없다.
차라리 모든 아픔과 질병이 죽기 진전에 한 번에 몰아서 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