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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j형 인간

25년 8월 29일 갑자기 비 많이 옴

by 미니쭌

나는 전형적인 P형 인간이다.

계획 세우는 걸 귀찮아하고, 장기 계획은 항상 실패, 여행도 즉흥적으로 떠나는 걸 좋아한다. 이런 내가 참 많이 불안했다.


퇴사를 결심하고 나니, 앞으로는 내가 세운 계획을, 온전히 내 힘으로 이끌어 가야 하는데..."과연 내가 끈기 있게, 그리고 계획적인 삶을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부터 많이 불안해졌다. 이런 막연한 걱정이 이전부터 계속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었는지,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생활 방식을 동경하고 있었다. 그의 소설은 많이 읽어보지 않았지만, 에세이만큼은 모두 찾아 읽었을 정도로 하루키의 생각과 생활방식을 닮고 싶어 했다. 특히 그의 작업 방식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하루키는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커피를 내리고 글을 쓴다. 더도 덜도 말고, 딱 목표한 분량만 쓰고, 어떠한 일이 있어도 그 루틴은 지킨다. 그 후에는 운동을 하고, 저녁시간에는 가족과 저녁을 먹거나, 산책을 한다고 했다. 심플함 그 자체, 내가 동경하는 작업자의 삶이다.


퇴사 후, 나도 하루키처럼 살아보고 싶었다.

그래서 노션 템플릿에 집착했다. 유료 템플릿, 무료 템플릿 가릴 것 없이, 좋아 보이는 건 다 써봤다. 꽤 많은 돈을 썼지만, 뭔가 미묘하게 나와 맞지 않거나, 내가 쓰기에는 복잡하게 느껴졌다. 항상 쓰다가 중간에 멈추게 되는 일이 많았다. 나에게 맞는 조금 더 직관적인 나만을 위한 템플릿이 필요했다. 결국 템플릿을 정리하지 못하고, 퇴사를 하게 되었다.


역시나, 루틴도 자주 깨지고, 프로젝트 계획도 여러 번 수정하고, 공부는 하다 멈추고, 하다 멈추기를 반복했지만, 노션템플릿 제작 만은 계속 붙잡고 수정하고 보완해 왔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드디어 나에게 딱 맞는 노션템플릿을 만들게 된 것 같다.


이제는 루틴이 깨져도, 다시 돌아오기 쉬워졌고, 내 작업량과 작업 속도도 조금씩 파악이 가능해졌다. 덕분에 7월 과 8월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콘텐츠 계획과 제작을 진행할 수 있었다. 물론 아직 완전하지는 않아서 조금씩 수정은 하고 있지만, 그래도 뭔가 쌓여 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정도면... 나도 살짝 j형 인간에 가까워졌다고 말해볼 수 있지 않을까?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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