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신시대 도시락과 음식문화
햇살이 따사로운 어느 가을날, 한 아이가 골목길을 지나고 있었다.
서당에 있어야 할 시간인데 밖에서 어슬렁거리는 모습이 신기했던, 한 노인이 아이를 불러 세웠다.
"꼬맹아, 어디 가니?"
뜻밖의 물음에 아이는 가던 길을 멈추며, 고개를 돌려 장난기 어린 얼굴로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도시락 까먹으러 가요."
노인은 아이의 손을 유심히 보았다. 아이의 손에는 도시락통만 덩그러니 들려있을 뿐, 서당에 가져가야 할 서책은 보이지 않았다.
"서당은 안 가고?"
아이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이렇게 좋은 날에 책만 보고 있으면 답답하잖아요."
라고 이야기 하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가던 길을 이어 갔다. 도시락을 꼭 쥔 작은 손이 가을 햇살 아래 반짝거렸다.
안녕하세요. 조선시대 소소한 일상을 일러스트와 이야기로 풀어나가는 미니쭌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서당을 빼먹고"가을 나들이 가는 소녀의 이야기를 작업해 봤습니다. 우연히 본 도시락통 하나가 제 눈길을 사로잡으로면서, 자연스럽게 조선시대 음식 문화에 대한 공부를 하게 되었네요.
조선시대에는 당연히 "하루 세끼를 먹었겠지?"라는 생각을 했는데, 일반적으로 아침과 저녁 두 끼만 먹었다고 해서 살짝 놀랐습니다. 점심을 아예 먹지 않았던 것 은 아닌데, 필요할 때는 하인을 시켜 배달을 받아서 먹었다고 하더라고요. 이때 제 눈길을 사로잡은 도시락통이 쓰였던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이 도시락통을 배달하던 하인이, 궁궐 내 소문을 귀신같이 캐치해서, 여기저기 소문을 퍼트리고 다녔다고 해요. 요즘 유명인들 스캔들 뉴스가 엄청 빠르게 퍼지는 것 같이 말이에요.
서당의 풍경도 인상 깊었습니다. 아이들 모두 같은 진도로 공부한 것이 아니라, 각자의 학습 속도에 따라 진도가 달랐다고 해요. 그래서 책 한 권을 끝내면, 이를 축하하는 [책거리]라는 작은 파티가 열렸는데, 이때 떡, 경단, 국수 같은 음식을, 책 한 권을 끝낸, 아이의 부모님이 준비해서 가져다줬다고 하더라고요. 내 아이의 학업 성취를 축하하며, 정성을 다해 마련한 음식을, 서당 친구들과 함께 먹으며 파티를 하는 모습.... 뭔가 낭만 있어 보이지 않으신가요?
이번 그림은 사실.... 도시락통을 꼭 그려보고 싶어서 시작했어요. 그래서 배경은 최대한 단순화하고, 도시락통과 소녀의 모습이 잘 보이도록 신경을 썼습니다. 그림 속 소녀는 열심히 공부한 끝에 책 한 권을 끝냈고, [책거리] 대신 자신만의 작은 힐링 나들이를 택했답니다. 열심히 했으니 이 정도의 일탈은 괜찮지 않았을까요?
여러분은 학창 시절 어떤 작은 일탈을 경험해 보셨나요?
이번 그림과 함께, 잠시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셨으면 좋겠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