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라이프는 '수단'이다
‘미니멀 4남매맘’이라는 퍼스널 브랜딩을 나름대로 하고 있다.
4남매맘이어도 미니멀한 집에서 가족들과 여유를 즐기며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참여해 꾸준히 글쓰기 연습을 하고 있다.
미니멀라이프 3년 차 정도 되면 남편에게 인정을 받게 될 줄 알았다.
그렇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글로 쓸 때의 ‘나’와 현실에서의 ‘나’가 많이 달라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솔직히 내가 봐도 글로 쓸 때는 집안일에 가치와 의미를 두고 한다며 그럴 싸하게 포장하고 있는 것 같다.
현실은 아이들에게 아직도 성내며 정리시간을 지키지 않고 계속 장난감 가지고 있으면 ‘물건들 다 갖다 버리고 싶다고 , 엄마 좀 쉬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물건 정리로 아이들과 싸우지 않기로 했다’는 글을 써놓고는 쓴 대로 살고 있지 못할 때도 많다.
어린이집에서 받아 온 생일 선물 가지고 계속 조립이 안 된다며 칭얼거리고 우는 넷째에게 화를 냈다.
“엄마 운동하고 있어서 안 그래도 힘든데 자꾸 옆에서 칭얼거릴 거야?. 누나한테 해달라고 해!. 계속 그러면 혼난다.”라고 엄포를 놓고는 운동을 했다.
결국 몇 분 동안 옆에서 울어대는 통에 운동을 즐거운 마음으로 할 수 없었다.
혼내고야 말았다. 운동하면서 힘들어하며 아이가 내는 짜증도 받아주지 못하는 엄마라서 나의 부족함에 참 부끄러웠다.
잠들기 전에 아이에게 “미안해. 엄마가 운동하면서 너무 힘들어서 화내서 미안했어.”
“짜증 내지 말고 형 누나한테 해달라고 하던지 엄마한테 울지 말고 해달라고 말로 해 알았지?” 하며 안아주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아이가 졸려서 더 칭얼거렸을 텐데 운동이 더 중한가? 아이가 더 중한가?.
‘뭣이 더 중한데?’라는 영화 대사가 생각났다.
내 중심적으로만 생각하고 행동했던 것이 너무나도 미안했다.
살기 위해, 4남매 잘 돌보기 위해 체력 기르려고 하는 운동인데 아이들의 마음은 엄마의 행동 때문에 병들어가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아이들이 잠든 후에 하던지 집에 없는 시간에 운동하고 함께 있을 때는 아이들에게 집중해야겠다.
분명 전날 저녁 집돌보기를 하고 잤는데 아이들이 등원, 등교할 때쯤 되면 다시 난장판이 되어 있는 집을 마주한다.
잠을 잘 잔 날은 그나마 괜찮다. ‘내가 해야 할 일이다. 빠르게 운동하며 움직이면 금방 끝낼 수 있다!‘라고 생각한다.
생각이 긍정적이니 금방 집안일을 마칠 수 있다.
그러나 늦게 자서 피곤한 날은 “뭐가 이렇게 많아, 아오~!!”라고 입 밖으로 뱉으며 집안 정리를 시작한다.
특히 남편이 쉬는 날 아침은 일부러 더 앙탈 부리는 듯, 나의 힘듦을 알아주라는 듯 마구 표현한다.
내 속에 은근히 인정받고 위로받고 싶은 마음이 있었나 보다.
이사 가야 하는데 노후주택에 시세보다 높게 올려놔 집이 안 나가서 주말 부부로 8개월 지냈다.
요즘은 쉬는 날 하루 빼고 아이들 잘 때 들어오거나 숙소에서 3일은 자고 오니 지칠 대로 지쳤나 보다.
매번 쉬는 날마다 이렇게 볼멘소리를 하니 남편이 부드럽게 한 마디를 던졌는데 내 마음엔 비수와 같이 꽂혔다.
“너무 자기 학대를 하지 마~. 원래부터 미니멀리스트였으면 아무 말 안 하겠는데 자기 어렸을 때를 생각해 봐. 너무 물건 때문에 스트레스받지 마. 아이들이 그 물건들 가지고 놀고 즐거워했을 걸 생각해 봐. 많은 아이들이 우리에게 허락된 것을 복으로 알아야지. 집안일로 너무 많이 힘들어하며 자기 학대하지 않으면 좋겠어.”
‘띵~~~’ 그렇다. 나는 집 안의 물건들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고, 집안일을 힘들어하며 나를 학대하고 있었다.
‘학대’라는 표현이 듣기 거북할 수 있지만 사전적 의미로 ‘몹시 괴롭히거나 가혹하게 대우하는 것’이라고 한다.
집안일을 즐기면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지 못하고 나를 괴롭히고 가혹하게 대했다.
미니멀라이프 시작하게 되었을 때의 마음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아니다 조금은 변했다.
바닥에 물건이 몇 개 좀 떨어져 있으면 어떤가? 책장과 식탁 위에 물건이 조금 올려져 있으면 어떤가?
SNS 영상과 사진으로 봐왔던 하얗고 아무것도 없는 그런 집만이 ‘미니멀라이프’ 하는 집이 아닌 것을 알지 않는가?
‘라이프’가 중심이 되어야 하는데 너무 ‘미니멀’만 앞세웠던 것 같다.
완벽하게 식탁과 피아노, 의자 위에 아무것도 올려져 있지 않아야만 집안일을 다 끝낸 것이라고 나를 다그쳤던 것 같다.
주방 상판도 설거지가 끝나 마르고 있는 식기들까지 다 닦아 집어넣고 아무것도 올려놓지 않아야만 집안일 다 끝난 거라며 나를 옭아맸다.
눈에 보이지 않는 틀에 박혀있는 ‘미니멀라이프’라는 올가미로 나를 묶어두고 자유롭지 못하게 했다.
남편의 말에 조금은 느슨한 미니멀라이프를 해야겠다 다짐했다.
아무도 나에게 뭐라 하지 않는데 나 스스로 기준을 너무 높게 잡고 그에 미치지 못하면 화를 냈던 것 같다.
사람이 화를 낼 때는 가장 편한 상대가 내 기준에 맞는 행동을 하지 못할 때라고 한다.
가장 약자이고 대하기 편한 아이들이기에 내 기준에 맞는 정리정돈을 하지 못했을 때 그렇게 불 같이 화가 났던 것이다.
글을 쓰며 다시 반성했다.
누구를 위한 미니멀라이프인가?
나와 가족을 위한 미니멀라이프 아닌가?
엄마가 미니멀라이프 하겠다고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면 그게 올바른 미니멀라이프일까?
사람이 중심이 되지 못하고 ‘미니멀라이프’라는 단어가 주가 되어 살지 않았는지 다시 생각해 보았다.
미니멀라이프는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나와 가족이 편하게 느낄 수 있는 조금은 느슨한 미니멀라이프를 하도록 노력해 보련다.
대충 정리하고 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스스로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이런 내 마음을 알았는지 막내를 씻기고 있는데 셋째가 오더니 “엄마 우리 칸 정리해도 돼?”라고 물었다.
“그래해 봐~”라고 대답했다. 몇 분 뒤에 “엄마 이리 와서 봐봐. 깨끗해졌지?”
아이들이 각자의 칸을 정리해 놓고 칭찬해 달라는 듯이 얘기했다.
거울 효과인가? 나도 그런 마음이었나 보다. 칭찬받고 싶은 마음, 가족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했나 보다.
“너무 잘했어~ 우와 이거 이렇게 붙여둔 거야? 완전 신박한데?” 그랬더니 아이들이 서로 아이디어 낸 거라고 하며 좋아했다.
아이들도 나름 알게 모르게 어깨너머 내가 하는 정리와 미니멀라이프를 배우고 있나 보다.
나도 스스로에게 집을 잘 가꾸고 돌봐가며 아이들도 잘 돌보고 있다고 칭찬 많이 해주어야겠다.
많은 아이들이 우리 가정에서 자라날 수 있음에 더더욱 감사해야겠다.
우리가 살기 위해 필요한 수단으로써의 미니멀라이프라는 걸 삶을 통해 바른 모습으로 보여줘야겠다.
미니멀라이프 하며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줘야겠다.
내 입에서 집안일하며 볼멘소리 나올 때마다 “살 수 있는 집이 있음에, 가족이 있음에 감사합니다.”라고 바꿔 말하도록 할 것이다.
미니멀라이프 관련된 글을 쓰며 나의 글이 삶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야지..
이 글을 쓰고 난 후의 부끄러움은 내 몫이다. ㅎㅎㅎ
쥐구멍 찾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