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내게 모욕감을 줬어!!
주말에 더 바쁜 남편 쉬는 시간에 잠깐 야외에서 4남매와 함께 하고 있었는데 부동산 분께 연락이 왔다.
“안녕하세요. 혹시 지금 집 보러 가도 될까요?”
“지금요? 오늘 저희가 7시 반에 나오느라 아이들 깨우고 바로 나왔거든요.
아이들이 이불에 실수한 것도 정리 못하고 환기도 안 되어 있는 상태라 습기 냄새도
엄청나요 혹시 내일 오시면 안 될까요?”
“괜찮아요. 지금 집 앞이에요. 손님이 멀리서 오셔서요.
집 구조만 보고 가면 안 될까요?”
‘이런 황당한 경우가 있나?’ 저번에도 이렇게 갑자기 집 보러 온다고 하셔서
“아이가 많아서 집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 갑자기 오신다고 하면 많이 난감합니다.
오시기 전에 미리 연락 주세요. “라고 말해뒀는데..
또 이렇게 당하고야(?) 말았다.
옆에서 남편이 “집이 얼른 나가야 하는데 협조 안 해주면 우리에게 불리해질 수 있을 거야.”라고 거들었다.(?)
“왜 하필 오늘이야!! 아오~!”
끓어오르는 화를 누르고 그러시라고 하고 사정을 잘 말씀해 주시라고 했다.
억울해했던 이유가 뭐냐면 평일에는 늘 누가 언제 집을 보러 올지 모르니 대비를 하고 있다.
그러고 지낸 지 11개월 째이다.
집 내놓은 지 오래되었는데 아직도 집이 안 나가서 긴장 상태로 지내고 있다.
아침에 '매일 정리하고 나가는데 이렇게 하고 갔다가 오늘 같은 날 집 보러 오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을 하고 급히 나갔다.
집 상태가 어떠했냐면
어제 자정 가까이 되어 들어온 남편이 3일간 밖에서 입었던 옷들을 세탁기 앞에 널어 놓아두었고,
두 아이가 이불에 실수를 해서 빨지 못하고 접어뒀다.
남편이 받아 온 화분 3개에 물을 주고 아이들과 심으려고 주방 상판과 싱크대에 놓아두었다.
전날 설거지한 마른 식기들 정리하지 못해 올려놓아져 있었다.
화장실에는 아이들의 소변이 묻어 있는 속옷과 옷을 빨래해놓고 물에 담가두었다.
아이들이 거실에서 자서 거실 바닥 한가득 이불이 깔려있었다.
내 방도 막둥이가 옆에 와서 자서 이불 개지 못하고 막둥이 깨자마자 데리고 나왔다.
분리수거하려고 쓰레기통에 담겨있던 쓰레기들을 꺼내 옆에 놓아두었다.
나갔다 오면 쓰레기가 많을 거라서 더 담아 버리려고 창고 앞에 놓아두었다.
말 그대로 난.장.판.;;;
‘미니멀라이프하는 사람’이라는 나름의 ‘코다와리(?)=자부심’ 이 있는데
이렇게 정리하지 못한 상태일 때 오신다고 하니 내 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매일 오전 4남매 등교, 등원시킨 후 집 돌보기를 시간 정해놓고 하고
깨끗한 집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토요일에도 집 보러 올지 모르니 아이들과 놀고 틈틈히 함께 정리했다.
근데 꼭 바쁘게 나가는 일요일에만 느닷없이 들이닥치신다.(?)
누군가를 미워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나인데 이제 좀 미워지려고 한다.
‘죄송합니다. 회개합니다.;;’
‘그냥 내 마음을 내려놓는 게 낫겠지?’
느슨한 미니멀라이프를 하겠다고 하면서도 아직도 완벽하게 싹 치워야만 할 것 같다.
집이 안 그래도 노후되어 잘 정리되어 있어도 세입자가 들어올까 말까 할 텐데..
정리까지 안 된 상태에 갑자기 오신다니 마음이 너무 어려웠다.
‘미니멀라이프를 하지 않는 상태였다면 내가 이렇게까지 화가 났을까?’
나 역시 이사 갈 집을 보러 갈 때 그 집의 정리 상태가 어떤지 평가하거나 자세히 안 본다.
미니멀라이프를 하고 있기에 완벽히 정리된 상태를 알기에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할 때
집 보러 오면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이다.
4남매 키우며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한다고 노력하는 것도 칭찬받아 마땅할 일인데
스스로를 몰아붙인 건 아닌가 되돌아봤다.
다시 한번 내가 추구하는 미니멀라이프의 정의를 되새겨본다.
‘나와 가족이 행복하기 위해 꼭 필요한 물건만 남기고 잘 사용하며 욕심부리지 않고 소박하게 살아가는 것. '
보이는 깔끔함에 집중하기보다, 남에게 ‘어떻게 보여질까?’를 생각하기보다
나와 가족이 행복할 수 있는 미니멀라이프를 하기로 다짐해 본다.
‘미니멀라이프 하면서 스트레스받지 말고 행복해하자. ‘
‘4남매랑 이 정도로 유지하며 살아가는 것 잘하고 있는 거야!’
셀프 칭찬을 해주며 오늘도 행복한 미니멀라이프를 향해 파이팅!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