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니멀 사남매맘 Sep 24. 2024

미니멀라이프 3년 차, 당근마켓 나눔의 끝은 어디인가?

이런 것까지 가져가신다고요?

미니멀라이프 3년 차. 셀 수 없이 많은 물건들을 비워냈다. 뭘 그리 많이 이고 지고 살았는지 후회가 되었다.

신기하게도 비운 물건 중에 비우고 난 후에 후회한 물건은 거의 없다.

다양한 방법으로 비워내고 있는데 그냥 버리기도 하고 중고판매를 하거나 나눔, 기부하기도 한다.

그냥 버리는 물건들은 쓸모를 다했고 닳거나 해진 물건들이다.

누군가에게 주기조차 민망한 물건들이 대부분이다.

몇 년간 사용하지 않은 물건들이나 쓸만할 물건들은 나눔 한다.

지인에게 받았지만 사용하지 않고 그냥 버리기 아까운 물건들도 주로 <당근마켓>에 ‘나눔’으로 비워낸다.

받은 것은 나눔으로 직접 구매한 물건 중에 괜찮은 물건들은 저렴하게 중고판매 한다.

아이들의 입지 않는 옷 중에 입을 만한 옷은 ‘아름다운 가게’에 기부한다.

지인에게 나눠주는 것은 지양하는 편이다.

결혼하고 이사를 자주 해서 만나지 못하는 지인들이 많기도 하고 지인에게 오히려 불필요한 짐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자제한다.

지인에게 나눔 할 때는 충분히 필요한지 의사를 물어보고 나눔 한다.

당근마켓에 나눔 한다고 올리면 그 물건을 필요로 하는 동네분들이 오셔서 받아가신다.

가까우니 서로 부담이 적다. 비대면 거래도 가능하기에 주로 대문 뒤에 놓아두거나 주차장 한 편에 놓고 사진을 찍어 알려드린다.

주로 신발, 아이용품, 주방용품 등을 나눔 한다.



몇 년 전 남편을 따라 중국에 가서 살게 될때 아이들이 어려서 카페에 자주 갈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지인에게 핸드드립하는 방법까지 배워 커피드립용품들을 바리바리 챙겨갔다.

21개월, 6개월 아이를 데리고 현지에 적응하며 사느라 커피를 내려 마실 여유가 전혀 없었다.

아이 이유식 하고 기저귀 갈고 연년생 두 아이를 돌보기에 벅찼다.

한국에 돌아올 때는 비자받으러 잠깐 나왔다가 남편은 다시 일하러 중국으로 돌아갔다.

아이 셋과 뱃속 아이까지 코로나 초창기에 학교와 어린이집에 보내지 못하고 정신없이 가정보육 하느라 핸드드립 커피용품을 꺼낼 틈조차 없었다.

결국 코로나가 한참 일 때 감염되고 나서 19개월 된 넷째를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었다.

아이들을 학교와 원에 보내고 미니멀라이프를 시작하며 물건들을 비워갔고 생겨난 여유시간에 드립용품들을 꺼내 커피를 내려 마셨다.

처음 드립커피를 마시던 날의 기쁨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좋은 커피 향이 온 집안에 퍼졌다.

꿈꿔오던 소소한 행복 한 장면이었다. 집안에서 드립커피를 즐길 수 있다니 감격스러웠다.

그러나 몇 번 내려 먹고는 슬슬 귀찮아지기 시작했다. 한 번 커피를 마실 때마다 씻어야 하는 용품들이 많아 부담이 되었다.

결국 일회용 커피를 꺼내 마셨다. 저가 커피숍도 많이 생겨 굳이 내려마시지 않아도 되었다. 커피용품들은 다시 상부장 맨 위칸에 진열되었다.

언젠가 더 여유가 생기면 꺼내어 즐기리라 다짐했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는데 내가 커피를 너무나 좋아하는 걸 알고 모카포트를 생일 선물로 주었다.

드립 용품을 오랫동안 꺼내지 않은 걸 말했지만 모카포트는 간편하다고 마셔보라고 추천해 줬다.

일단 고맙게 받았고 연마제만 제거해 두고 결국 한 번도 안 마셨다.

마흔이 넘어 국가 건강검진을 했는데 위내시경 결과 위염이라고 했다. 믿을 수가 없었다. ‘내가?’

그날부터 21년간 하루라도 안 마시면 안 되는 보약처럼 입에 달고 살던, 하루에 2,3잔 마시던 커피를 끊었다.

커피 드립 용품들은 더 이상 나에게 필요하지 않은 물건이 되어버렸다.

당근에 나눔 하려고 올려두었다.

친구가 준 모카포트는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아 중고판매해서 친구에게 다시 커피를 사줘야겠다 생각했다.

모카포트 연마제 제거를 하긴 했지만 열탕 소독을 해야 할 것 같아 드리퍼와 서버와 함께 뜨거운 물에 담갔다.

모카포트를 담그는 순간 뭔가 싸한 느낌이 들었다. 새 모카포트 색이 이상해졌다. 몇 년 된 것 같이 이상하게 변해버렸다.

‘검색을 좀 하고 할걸.‘ 새 모카포트를 나눔 하기에도 민망할 정도의 상태가 되어 그냥 버릴 수밖에 없게 되었다. 아까워라.

나의 무지함으로 인해 새 물건이 쓰레기통으로 가게 되어 민망하고 선물해 준 친구에게도 미안하고 환경에도 나쁜 영향을 끼친 것 같아 죄송한 마음까지 들었다.

그나마 다행히 드리퍼와 서버는 나눔으로 새 주인을 만나게 되었다.

친구야 미안하다. 나의 무지를 용서해 다오.;; 지구야 미안해.




지구한테 미안할 행동을 한 나를 반성하며 환경을 생각한다는 마음으로 예쁜 잼병이나 수제청병, 스파게티병을 씻어서 잘 보관해 뒀다.

‘언젠가 쓸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마음으로 주방 하부장에 고이 모셔 두었다.

‘나중에 레몬청 만들어야지’라는 생각을 한채 몇 달이 지났다.

하나두 개 모이더니 결국 6개나 모였다.

‘병을 모으는 병이 있는 걸까?’ 자꾸만 모으고 싶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걸까?

화병으로 쓸 수도 있고 수제청을 담글 수도 있을 것 같은 생각은 왜 한 걸까?

다른 건 몰라도 유리병이어서인지 않을까 싶다. 상태가 좋기도 하고 예쁘기까지 하니 그냥 버리기에 너무 아까웠다.

정리 챌린지 모임에서 하부장을 정리하는 날이었다.

꽉 찬 공간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뭘 비워내야 할까 하고 하부장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니

몇 달 동안 사용하지 않은 유리병이 보였다.

사용하지도 않으면서 왜 이렇게 모아두려고 하는 걸까?

재활용품 앞에서 너무 창의적 이어 지지 말자 다짐했다. 그래도 다 보내면 뭔가 아쉬워질 것 같아 하나만 남겼다.

반성하며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유리병도 당근에 살포시 올려봤다.

생각보다 많은 곳에서 연락이 왔다.

역시 모든 물건은 나에겐 필요하지 않더라도 다른 누군가에게는 필요할 수도 있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욕심으로 가지고 있던 물건을 비운 자리에 공간이 생겼고 다른 필요한 물건으로 채울 수 있게 되었다.


사과를 선물로 받았는데 25개가 낱개 포장되어 있었다.

멀쩡한 포장재를 그냥 버리기 아까워서 혹시나 하고 당근에 나눔 한다고 올려보았다.

놀랍게도 포장재와 사과박스를 필요로 하는 분이 계셨다.

올리자마자 연락이 와서 비대면 나눔을 했다. 이런 것도 나눌 수 있다니 신기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노후주택인 우리 집에서 문도 열어보기 싫은 공간이 있다.

주방 옆에 있는 창고이다. 그곳에서 나쁜 기운이 나오는 듯했다.

지난 주말 여름 내내 닫아 놓고 살았던 창고 문을 열었다.

주방에 바구미가 한 두 마리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난겨울 타포린백에 잘 싸서 놓아둔 쌀포대를 확인해 봤다. 불길한 예감은 언제나 빗겨나가지 않았다.

바구미들이 우글우글거리고 있었다.

쌀포대에 구멍이 있었던 건지 수십 마리가 나와서 창고 곳곳을 기어 다니고 있었다.

거미와 집게벌레, 돈벌레 등 많은 벌레들이 집을 짓고 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1층이라 늘 벌레가 많긴 하지만 내가 사는 곳 중의 일부인 창고를 돌보지 않고 외면하고 살았던 것을 반성했다.

날을 잡은 김에 창고에 사용하지 않고 쌓아두었던 물건들을 마당으로 꺼냈다.

신혼여행 때 사용하고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큰 캐리어와 곰팡이 핀 모기장, 커튼봉을 살펴봤다.

캐리어는 바퀴가 삭아서 다 부서져서 도무지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모기장은 창고가 습해서인지 곰팡이가 피어있었고 커튼봉 고정해 놓은 테이프 속에 바구미들이 걸려 죽어있었다. 커튼봉만 이사 가면 사용할 수도 있으니 테이프를 떼고 한 번 닦아 보관해 두고 캐리어는 빼기 앱을 통해 비워냈다. 모기장은 가위로 잘라 철을 빼내어 분리수거했고 망은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렸다.

거미줄 제거하고 바구미들 물뿌려 흘려보내고 바닥 물청소까지 싹 하고 깨끗한 창고와 마주했다.

땀범벅이 되었지만 개운함과 함께 이제야 집의 모든 공간을 사랑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청소가 주는 힘이라고나 할까? 노후주택도 예뻐 보이는 마법에 걸린 듯했다.

바구미 가득한 쌀포대도 혹시나 하고 당근에 나눔 한다고 올려봤다.

살고 있는 지역이 시골이라 그런지 많은 분들에게 연락이 왔다.

모두 닭모이로 주고 싶다고 나눔 해달라고 했다.

이런 거 나눔 해서 죄송하다고 하며 나눔을 했는데 오히려 고맙다고 하시며 가져가셨다.

당근마켓에 물건을 내놓으며 ‘이런 것까지 가져가려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생각지도 못한 물건들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앞으로는 그냥 버리기보다 기한을 정해놓고 당근에 먼저 올리고 나눔이 안 되면 그때 비워내기로 했다.

시간과 품이 들긴 하지만 이렇게 나눔으로 불필요한 물건들을 비워내며 환경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동안 환경에 몹쓸 짓 했던 것 많이 반성했다.

일단 소비에서부터 꼭 필요한 물건만 구매하기로 자신과 약속했다.  


정리 후 그나마 깨끗해진 노후주택 창고 ㅎㅎ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