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주부의 집안일 단상
아침에 “엄마 배고파”라고 꿀꿀거리는 아이들의 소리로 일어난다.
“잘 잤어? 알았어. 잠깐만~”
마음은 ‘굿모닝’을 외치며 아이들에게 뽀뽀해 주며 일어나고 싶은데 현실은 이러하다.
한동안 새벽기상을 해서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보겠다고 노력했다. 오랜 기간 동안 밤마다 돌아가며 엄마를 찾는 아이들 덕(?)에 잠이 늘 부족했다.
일찍 자도 밤새 몇 번이나 깨니 새벽에 눈을 뜨기가 어려웠다. 새벽 대신 오전 시간을 사수하기로 했다.
오전 9시 반부터 12시 반까지는 집안일을 하지 않는 시간으로 정했다. 그러려면 등원 전에 집안일을 마치는 것이 중요하다.
2년 전 미니멀라이프를 시작하고부터 일어나자마자 이부자리 정돈을 하려고 한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작은 습관이라고 한다. 확실히 이부자리를 정돈한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은 나도 모르게 행동이 달라진다.
침구정돈으로 시작한 하루는 활력이 넘치고 무언가를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긴다.
작은 행동 하나일 뿐인데 삶의 큰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블라인드를 올리고 창문을 열어둔다. 환기를 하면 상쾌한 바람과 함께 방 안 가득했던 탁한 공기들이 정화된다. 이불을 개고 매트를 접고 베개를 탁탁 털어 방 한편에 놓아둔다.
막둥이가 옆에 와서 잘 때는 아이가 일어나면 정리한다.
주방으로 가서 따뜻한 물 한 잔을 마시고 빨래를 돌린다. 밤새 마른 식기를 정리한다.
식기세척기와 주방상판에 있는 식기들을 제자리에 놓아둔다. 그릇은 상부장으로 조리도구들은 하부장 수납칸으로.
이렇게 정리해 두면 식사준비 할 때 허둥지둥거리지 않고 수월하게 움직일 수 있다.
아침 식사는 간단히 과일과 통밀 식빵, 주먹밥, 떡, 계란프라이, 구황작물, 요거트, 우유 등으로 준비한다.
식사 준비를 하는 동안 아이들은 이부자리 정돈을 한다. 가끔 아이들이 늦잠 잘 때는 내가 하기도 한다.
함께 식사를 마친 후 각자의 식기를 싱크대에 가져다 놓고 행주를 꺼내 식탁 위를 정리한다.
큰 아이들은 스스로 등교 준비하기에 3,4째 양치질을 도와준다.
식기를 바로 설거지하고 상판에 말려둔다. 행주는 빨아 놓거나 한 번 삶아 둔다.
개수대에 행주 삶은 뜨거운 물을 부어준다.
우유팩을 잘라 말려둔다.
텀블러와 수건만 챙겨 어린이집 가방을 현관 앞에 놓아두고 저녁에 건조해 놓았던 빨래를 정리한다. 사용한 건조기 시트로 필터 청소를 간단하게 한다. 세탁이 다 된 빨랫감은 건조기로 옮겨 돌린다.
빨래를 개어 안방에 있는 옷장에 가져다 둔다. 큰 아이들이 학교 가기 전이면 함께 정리하고, 가고 난 후면 큰 아이들 옷은 개지 않은 채 둘째의 칸에 넣어둔다. 하교하고 오후에 정리하라고 말이다.
가족이 많아 혼자 하기에 버거운 양이기에 아이들 어려서부터 빨래정리를 함께 했더니 자연스럽게 한다.
작은방, 안방, 주방, 거실 순으로 빗자루로 쓸고 먼지들을 담아 버린다.
체력이 남는 날에는 청소기를 돌리고 물걸레질까지 하고 그렇지 않은 날은 이렇게 오전 집안 정리를 마친다.
건조기에 돌고 있는 빨래는 눈 감고 다 되면 건조기 문만 열어두고 오후에 한다.
아이들의 장난감이며 책들은 저녁 정리시간에 함께 정리하려고 한다.
정리 시간은 저녁 식사 후 씻기 전으로 정했다. ‘정리모드 정리모드’를 외치면 로봇이 된 듯이 모두 움직인다.
‘윙~~ 치키치키’하며 물건들을 제자리에 갖다 놓는다.
전날 정리하지 못한 날은 빗자루질하기 전에 정리한다.
작은 아이들을 등원시키고 오면 말끔하게 정돈된 집이 기다리고 있다.
이렇게 집을 돌보는 습관을 조금씩 들이다 보니 집이 할 일 쌓여있는 ‘일터’ 같지 않고 온전히 쉴 수 있는 ‘쉼터’같이 느껴졌다. ‘집은 안식처’가 되어야 한다고 한다.
매일의 작은 움직임들로 가족 모두가 쉴 수 있는 안식처가 된다니 이 얼마나 귀한 일인가?
정돈된 거실 식탁에 앉아 창문 너머 나무와 하늘을 보면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든다.
적은 물건들만 놓인 ‘여백이 많은 집’에서 더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될 것만 같다.
집안일처럼 티 안나는 일일수록 스스로에게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오늘도 나와 가족을 위해 집을 정리하는 주부들의 수고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우리가 하는 집안일은 절대 하찮거나 귀찮은 일이 아니다.
우리를 담는 그릇인 집을 가꾸고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살리는 일이다.
잘 닦인 그릇 안에 맛있고 좋은 음식을 담아내듯 정돈된 집에서 함께하는 가족의 일상도 빛나고 아름다울 것이다.
‘지긋지긋한’ 집안일이라 생각하는 마음을 비우고 ‘아름답고 숭고한’ 집안일이라 생각으로 채워보자.
그 일을 해내고 있는 우리는 대단한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