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한테 한 수 배운 날

딸의 첫 대회날

by 미니멀 사남매맘

초등학교 3학년 겨울방학부터 둘째 딸이 육상부 훈련을 받기 시작했다.

반에서 달리기 잘하는 아이들에게 육상부 하겠는지 의견을 물어보셨다고 한다.

우리 딸은 어릴 때부터 뛰어노는 것을 좋아했고 축구도 오빠보다 더 잘했다.

운동신경이 좋은 것 같았다.

육상부를 하고 싶다고 해서 흔쾌히 보냈다.

‘하고 싶다는 게 있는 게 어디야~’ 하는 마음으로 다녀오라고 했다.

방학에 아이를 훈련시켜 주고 점심도 먹여서 보내준다고 하시니 감사할 따름이었다.

아이는 다녀올 때마다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혀 있었다.

한껏 들뜬 모습으로 집에 와서 그날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곤 했다.

친한 친구가 함께 해서 더 좋았나 보다.

그러던 어느 날, 밖에서 뛰어놀다가 발을 다쳐서 3주 정도 훈련을 쉬고 보호대를 하고 다녔다.

그래도 아이는 달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좀 쉬어야 나을 텐데 걱정이 되었지만 많이 아프지는 않은지 잘 뛰어다녔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 2주쯤 지났을 때다.

아이들이 그동안 열심히 훈련한 것을 뽐낼 수 있는 시대회 일정이 잡혀있다고 통신문이 왔다.

우리 딸은 멀리뛰기 선수로 출전한다고 했다.

웬 멀리뛰기? 의아해했지만 대회에 나가고 싶다고 하니 보내주기로 했다.

대회에 참가시키려면 동의서를 작성해 달라고 했다.

학교 수업을 하루 빠지고 가는 일정이었지만 아무런 생각 없이 보낸다고 했다.

아이는 대회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드디어 대회날.

첫 대회이기에 듣고 있는 강의 일정 중간에 나와 종합운동장으로 향했다.

아이들 간식과 선생님, 함께 차량, 인솔해주신 어머님들 커피를 사갔다.

생각보다 큰 종합 운동장 규모에 놀랐다.

아이에게 핸드폰이 없어서 어디 있는지 몰라서 일단 학교 응원 현수막이 걸려있는 곳으로 갔다.

근처에 갔더니 아이 학교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이 다 모여있었다.

아이와 인사하고 선생님과 어머님들께 인사드리고 경기를 관람했다.

서로가 서로의 경기를 보고 응원해주는 모습을 보니 운동하는 아이들의 단합력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아이들이 모두 메달을 획득했다.

14명이 출전했는데 메달을 받지 않은 친구가 없었다.


아이의 경기 시간이 점점 다가올수록 아무 생각 없이 왔던 나마저 긴장되기 시작했다.

연습에 연습을 하는 아이에게 그냥 즐겁게 하면 된다고 이야기해 줬다.

떨리냐고 물어봤더니 하나도 안 떨린다고 했다.

‘엄마보다 더 담대하구나. 우리 딸.’

같은 학년 엄마들을 만나게 되어 이야기도 나누었다.

유독 한 친구가 다른 친구들에 비해 월등히 잘 뛰었다.

키가 커서 다른 학년인 줄 알았는데 같은 학년이었다.

등수에 들 수 있을지 몰랐는데 그 친구 다음으로 우리 딸이 제일 멀리 뛰었다.

생각지도 못한 선전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경기 결과는 바로 측정되어 나왔다.

1등은 3미터 3, 2등은 2미터 92, 3등은 2미터 50.

우리 딸의 이름도 호명되어 시상대로 이동했다.

대기하고 앉아 있으라고 하셔서 앉아있는 딸의 뒷모습을 보았다.

1,3등과 앉은키 차이도 한참 났다.

작은 체구에 멀리 뛰기 선수하겠다며 그동안 열심히 훈련했을 생각을 하니 감회가 새롭고 대견했다.

시상대에 올라가서 상장과 메달을 받았다.

함께 사진 촬영도 하고 축하를 받았다.

평상시에 볼 때는 콩알만 한 귀염둥이 같았는데 시상대에 올라서 있는 모습은 달라 보였다.


도움닫기 하기 전에 달릴 때의 딸의 표정을 잊지 못하겠다.

집중한 눈, 날렵한 손과 발, 목표를 향한 빠른 움직임.

착지할 때는 “해냈다!”라고 말하는 듯했다.

진지하게 경기에 임하고 있는 딸의 모습을 보며 많이 배웠다.

푯대를 향하여 걸어가는 나의 삶도 집중해야 할 것들에 집중하고 성실하게 꾸려가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마지막 경기로 계주가 남아있었다.

아이들이 역전승으로 남녀 모두 1등을 했다.

중간에 역전할 때의 쾌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짜릿했다.

너무 큰 차이로 1등을 해서 선생님을 잘 만났나 보다 했다.

선생님께 엄지 척을 해드리며 “정말 대단하다고 선생님 감사하다” 고 말씀드렸다.

알고 보니 우리 아이 학교 선생님이 능력 있으신 분이었다.

옆 학교 아이들이 “00 왜 이렇게 잘해?!”라고 말하는 걸 들었는데 육상으로 꽤나 명성을 떨치고 있는 모양이다.

좋은 선생님 만나게 된 것도 감사하고 이런 경기를 통해 조금 더 성장하게 된 딸의 앞날이 더욱 기대되었다.


학창 시절 계주선수로 나갔던 기억이 떠올랐다.

긴장해서 덜덜 떨면서도 신나게 달렸더랬다.

몇 등을 했었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아이의 달리는 모습을 통해 추억도 회상해 볼 수 있어서 즐거웠다.


최근 아이의 운동신경도 엄마를 닮는다는 기사를 보았다. 요즘 나태하게 운동 덜 하고 살았던 것을 반성하게 되었다. 아이와 함께 달리며 체력 단련을 하며 몸과 마음을 돌볼 것이다.

아이들이 성장하는 만큼 엄마로서 함께 성장해 나가길 바란다.


남편은 아이의 결과에 따라 육상부 훈련을 계속 받게 할 것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려고 했다고 한다.

아무래도 학생의 본분을 다 해야 하는데 선수를 본격적으로 하게 되면 학교도 자주 빠지게 될 것이고, 한 번 따라가지 못하면 공부의 흥미를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1등 하지 않을 거면 시작을 안 하는 게 좋을 거라 생각했다고 한다.

딸의 등수가 2등이라 애매하다고 했다.

나보다 더 멀리 보는 남편의 혜안에 놀랐다.

난 그저 아이가 좋아하는 일이니까 시키고 싶어 했던 것뿐인데 남편은 먼 미래까지 내다보았던 것이다.

6년 더 살았다고 역시 다르긴 다르다?!


다음 날 딸에게 약속을 받아냈다고 했다.

대회가 있어 수업을 빠지는 날은 이스쿨 수업을 진도에 맞춰서 잘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선수들을 위한 이스쿨이라는 게 있는지도 몰랐는데 이런 제도까지 되어있는 우리나라 교육 방침에 감탄했다.

딸은 학교 끝나고 오자마자 이스쿨 수업을 들었다.

얼른 대회에 또 나가고 싶다고 했다.

메달을 따서 너무 기쁘고 뿌듯했다고 한다.

대회를 통해 성취감을 얻고 자신감이 가득 찬 아이의 모습을 보니 건강하게 잘 자라나고 있음에 감사했다.

특별한 경험을 선물 받은 하루에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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