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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imize Impact Feb 07. 2022

아빠를 보낸 뒤 맞이하는 아침들

아빠가 돌아가시고 난 뒤, 매일 일어나는 아침이 예전 같지 않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처음 하루, 이틀, 삼일은

아침에 눈을 뜨면 심장 한켠이 저리듯이 아팠다.

조문 오신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웃기도 하고, 떠들기도 했는데

그래서 슬픔이 어느 정도 잊히나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아침에 눈을 뜰 때, 가장 먼저 가슴이 저린 감각이 느껴졌다. 


오늘은 아빠의 장례를 치르고 서울로 올라와 처음으로 아침을 맞았다. 

아빠의 장례식장도 아니고 고향집도 아닌 서울 집에서 잠을 깨는 게 어색했다.

모든 일이 끝나고 나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늘 보던 이불, 갈색 장롱을 보며 깨어났다.

한동안 내가 어디 있는지 헷갈렸다. 


아직도 일어나면 좌측 편에 국화꽃으로 둘러싸인 아빠의 영정사진과 

그 양 옆으로 호롱 호롱 호롱거리는 촛불이 켜져 있을 것만 같았다. 

지난 며칠간 아빠의 영정 사진 옆에서 잠들었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에는 지난 며칠 간보다 가슴이 저미는 듯한 느낌은 없었다. 

생각보다 내 심장은 아빠가 없는 하루하루에 적응해 나가는 듯 하지만 

대신 내 몸에서 커다란 뭔가가 쑥 빠져나가 버린 것 같다. 

평소에 자주 연락도 드리지 않고, 투병 중이실 때도 자주 찾아뵙지도 않았는데... 

달라진 것이라고는 이제는 아빠가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인데 

그 사실만으로도 내 안의 뭔가가 쑥 하고 빠져나가버린 것 같다.

아빠의 그늘, 아빠의 빈자리라는 게 이제야 느껴진다.  


오늘은 하루 종일 아베마리아를 들었다. 

조수미 씨가 아버지 장례식을 지키지 못한 대신에 불렀던 공연에서 나왔던 곡을 수없이 되풀이하며 들었다. 

아빠 돌아가시기 전, 아빠가 생전에 좋아하시던 음악을 귓 전에 들려드렸었는데 

아베마리아도 들려드릴 걸... 


지금쯤 아빠는 어디에 있는 걸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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