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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imize Impact Feb 08. 2022

조금만 기다려, 아빠

아빠와의 마지막 기억이 생생하게 살아있을 때

아빠를 보내고, 또 아빠를 얼마나 사랑했었는지 알게 된 마음을 기억하고

그날의 풍경을 기억하고 싶어 글을 남긴다. 

아빠를 보낸 지 일주일이 채 못되었지만,

고향을 떠나 서울 집으로 올라온 나의 슬픔은 그나마도 조금 옅어졌다. 

내일부터는 회사를 다시 출근한다.

이제 정말 일상으로 복귀하고 사람들을 조우하다 보면

아빠에 대한 기억이 점차 멀어질 게 될까 봐 아빠에게 미안스럽고 슬프다.




오전 8시 15분, 핸드폰 화면 너머로 어마마마라는 글자가 떴다. 

이른 아침에 엄마에게 전화가 온 적이 없는데

그날은 수화기를 들기 전, 이제 올 것이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발 돌아가셨다는 말은 하지 않으셨으면... 그래도 아직 시간이 조금 남았다고 얘기해주었으면... 


전화 너머로 엄마는 울먹이는 톤으로 하지만 또박또박하게 말했다. 

'의사 선생님이 그러시는데, 아빠가 오늘 오후를 못 넘기실 수도 있다고 그러네'


옷을 갈아입고 혹시 모를 장례 준비에 필요한 짐들을 꾸렸다.

기차를 타고 병원까지 도착해도 낮 12시 정도는 될 수 있을까, 

그전까지 아빠가 버텨줄 수 있을까. 


다행히 기차역이 가까워 9시 20분 출발 차편을 예약하고, 

검은색 옷, 검은색 신발, 씻을 용품과 아토피 약봉지 등을 서둘러 챙겼다. 

급해진 남편도 덩달아 짐을 꾸렸는데, 내가 보기에 어찌나 행동이 굼뜬지 마음이 초조해진 나는 잔뜩 화가 났다. 


설 연휴라 도로는 한산했고 눈이 내리고 있었고 그 흔하던 택시는 보이지 않았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겨우 카카오 택시 호출을 했는데, 그날은 이른 오전에 연휴가 겹친 터라 잡히는 택시도 없었다. 겨우 택시 하나가 섰는데 방향이 맞지 않는다며 지나가 버렸다. 


홀연히 지나가는 택시를 놓치고 기차를 40분 미뤄 10시 기차를 예약했다. 

아빠를 볼 수 있는 시간이 40분이 줄어든 것이다. 그 전에라도 돌아가신다면... 그날은 1분 1초가 절박했다. 평소 아빠를 자주 찾지도 않았으면서... 

평소 아빠를 간병할 때도 아빠는 TV를 보고 나는 그 뒤에서 책이나 읽고 핸드폰이나 만지작 거렸으면서... 

이제 아빠와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될지 모른다는 실감이 심장을 쿵쾅대게 했다. 


기차를 내려오는 동안 눈물이 났다. 빨리 내리고 싶으면서도 기차가 영원히 멈추지 않기를 바랐다. 가방에 챙겨 온 메모지로 아빠에게 편지를 썼다. 뭐라고 써야 했다. 아빠에게 읽어줘야지, 아니면 아빠를 보내드릴 때 같이 품에 안겨 드려야지... 지난 어버이날에 차마 전해드리지 못한 편지가 문득 생각났다. 그리고 기도했다. 


'조금만 기다려,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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