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던 문제, 데이터로 드러나다
고객 불만은 점점 커져만 갔습니다.
고객센터에 전화하면 “담당 부서로 연결해 드릴게요”라는 말을 몇 번이나 들은 끝에, 매번 처음부터 다시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됐죠.
"대체 언제쯤 제대로 연결이 되나요?"
라고 불만을 토로하는 고객들에 상담사들은 지쳐갔고, A/S 부서에서는
"고작 이 정도 문제를 해결하려고 전화를 몇 번이나 돌린 건지 아세요?"
와 같은 날 선 고객들의 항의가 이어졌습니다.
시스템도 갖춰져 있고, 전담 인력도 충분한데 왜 고객 경험은 점점 나빠지고 있었을까요?
문제는 시스템이나 인력부족이 아니라, 업무 프로세스의 어긋난 흐름에 있었습니다.
이런 작은 어긋남은 처음엔 눈에 띄지 않습니다.
하지만 누적되면 흐름이 뒤틀리고,
결국 고객 이탈이라는 ‘결과’로 드러나게 됩니다.
이런 작은 어긋남, 비효율은 대부분 표면적으로는 ‘정상’처럼 보이는 곳에 숨어 있습니다.
업무 프로세스도 존재하고, 시스템도 잘 작동하고, 각 부서도 성실히 일하고 있는데
왜 결과는 계속 지연되고, 누수가 발생하는 걸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우리가 ‘잘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던 흐름이
실제로는 중복되거나 불필요하게 복잡한 절차로 얽혀 있다는 것입니다.
겉보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여도,
실제로 자세히 살펴보면 작은 비효율들이 연결되며 예상치 못한 곳에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단순한 문의조차 2~3단계의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고,
부품 요청이나 이미 자동화된 확인 과정에서는 여전히 수작업이 반복되고 있으며,
또한, A/S 요청은 특정 시간대에 몰리지만, 이를 자동으로 분산하거나 사전 조정하는 절차가 없어 처리 지연으로 이어지기도 하죠.
이처럼 작지만 반복되는 업무 흐름의 문제는 결국 수많은 고객의 기다림과 불만을 야기하고, 고객 이탈이라는 더 큰 손실로 이어집니다.
고객이 떠나기 전, 흐름을 먼저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많은 경영진은 CS 만족도나 처리 속도 같은 ‘성과 지표’로 문제를 파악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결과일 뿐, 근본적인 원인은 업무 흐름 속에 숨어 있습니다.
성과가 정체되거나 민원이 급증했을 때,
우리는 흔히 ‘인력을 늘려야 하나?’를 고민합니다.
하지만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은,
“우리가 실제로 어떻게 일하고 있는가”입니다.
앞서 발행한 글에서 소개했듯이,
프로세스 마이닝은 시스템 로그 데이터를 분석해,
업무의 실제 흐름을 시각화해 주는 기술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 데이터들이 ‘사람의 기억’이 아니라 ‘기계가 기록한 로그’라는 점입니다.
추측이나 체감이 아닌, 실제로 언제, 누가, 어떤 일을 어떤 순서로 처리했는지 그 ‘사실’ 그대로를 분석한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병목이 일어나는 거는 알겠는데, 이유는 잘 모르겠네요."
“1팀은 매뉴얼대로 처리했는데, 왜 2팀보다 느린 걸까요?”
예전에는 이처럼 명확한 원인 없이 감에 의존한 해석이 전부였지만,
이제는 그 모든 흐름이 '기록'으로 증명됩니다.
병목이 반복되는 지점은 어디인지, 자동화할 수 있는 반복 작업은 무엇인지, 승인 절차가 과하게 복잡한 단계는 없는지 말이죠.
지금까지는 프로세스 마이닝이 왜 필요한지,
어디에 비효율이 숨어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는 다음 질문이 남습니다.
“우리는 어디서부터, 무엇을 바꿔야 할까?”
모든 프로세스를 한꺼번에 바꾸는 건 어렵습니다.
하지만 병목이 자주 생기는 한 지점, 작은 반복을 줄이는 한 단계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변화를 시작하기 좋은 프로세스는 어떤 특징이 있는지,
자동화의 우선순위는 어떻게 정해야 하는지,
작은 개선으로도 실제 성과를 만든 사례는 무엇인지,
현실적인 실행 전략을 중심으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
Hint! 조직을 바꾸기보다, 흐름을 먼저 바꾸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