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강한 표현을 쓰기로 했어요. 멀리 보면 망한다는... 그렇지 않으면 제가 너무 불안하고 아찔해서 아무것도 해나갈 수가 없겠더라고요. 익숙한 시스템에서 벗어나기란 참 어려운 것이었어요. 무엇보다 제가 맞다고 믿었던 것이 잘못 설정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마치 지금의 사업을 몽땅 부정하는 느낌이었어요. 자존심을 여기까지 부여잡고 온 꼴이 되었네요. 내가 컨설팅을 받아서 제대로 된 길을 걸어온 것도 아니고 모든 것이 내 머릿속에서 나온 것이니 시야가 좁았을 거고 잘못 들어간 계산도 분명 있었을 터. 모든 것을 인정하기로 마음먹고 뭐가 잘못된 것인지 펼쳐 놓고 살펴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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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로 잘못된 것은 저는 사업의 가치를 세워두지 않고 '돈'만 좇았었어요. 돈이 되는 모든 아이템을 다 가지고 와서 실험했어요. 그 과정에서 분명 방향성의 혼란이 있었고, 직원을 설득시키지 못한 채 불만으로 키웠을 거예요. 둘째는 저는 계속해서 기획만 하고 직원은 실행만을 강요했어요. 직원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한 채 강요만 하고 있었던 비소통적인 부분이 있었어요. 셋째는 이 모든 것이 신기루 같은 꿈을 꾸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었다는 거였어요. 마치 눈앞에 내가 원하는 모든 그림들이 둥둥 떠다니고 저는 그 환영 같은 것들을 잡으려고 눈을 감고 손을 뻗어 허우적대고 있는 모양새였던 거예요. 그런 사차원 속에 있는 대표를 보는 직원들은 얼마나 힘이 들었을지 이제야 조금씩 이해가 되고 있어요.
우선은, 제가 자존심과 고집을 버리고 바뀌어야 했죠. 효율적이지 못한 시스템과 매출이 나오지 않는 아이템은 과감하게 하지 않기로 했죠. 하지만 기존 고객은 있어요. 기존 서비스를 보고 찾아주시는 신규 고객들도 계속 있고요. 그래서 이런 일을 처리해 줄 협업 프리랜서에게 일감을 주고 좋은 시너지를 내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재밌는 인사이트가 생겼어요. 그래서 저는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요? 저는 제가 하고 있는 업무를 자동화시키고 더 많은 분들과 협업하기 위해서 다시 계획을 잡고 있어요. 그 시작점은 전자책을 내는 데에 있고요. 전자책에 제가 하는 사업을 프리랜서 디자이너분들께 알려드리고, 함께 하는 협업시스템을 만들 거예요.
디자인 기술은 갖고 있지만 마케팅 능력이 떨어져서 판로를 못 찾고 계신 프리랜서 님들께 한줄기 희망이 되고 싶어요. 저 또한 용기를 냈고, 시작했다는 한 끗 차이로 큰 성과를 낸 경험이 있잖아요. 그러니 그거 정말 쉽다고 알려드리고 싶어요. 실력이 부족하다고요? 저도 대학에서 전공한 사람은 아니었는걸요. 저는 비전공자지만 그래픽스운용기능사를 취득하고 관련 기술을 계속 습득해서 편집 디자인 일에 종사했고 그게 바로 학력을 뛰어넘는 경력이되었죠. 경력을 쌓으시면 됩니다. 경력은 공부와 실행, 그리고 배짱이예요. 이걸 꼭 알려드리고 싶어요.
저는 제 앞에 놓인 한 치 앞도 모르는 사람이지만 잘 헤쳐가고 있어요. 금요일 마감 전에는 4년 전에 연락 주셨던 고객님이 다른 회사로 이직하셔서 새 회사의 인쇄물을 맡겨주시더라고요. 그것도 두 분이 나요. 신기하죠. 21년에 맡겨주셨던 전혀 다른 회사의 두 분이 동시에 연락을 주시다뇨. 이런 저의 상황을 응원하려던 것이었을까요? 이렇게 다시 찾아주실 정도로 제가 그동안 잘해왔고 앞으로도 잘할 거라는 위로 같았어요. 성실하게 내 몫을 해내면 그 모습을 보고 계속 인연이 되는 고객분들은 분명 있을 거라 믿어요.
앞으로 만날 고객과 협업 디자이너분들의 얼굴을 기대하며 저는 멀리 보지 않기로 했어요. 신기루 같은 목적을 휘적이며 찾기보단 눈앞의 명확한 과제를 하나씩 완수하며 매일을 나아가야겠어요. 눈앞을 보고 걸으니 어지럽지가 않네요. 길이 더 잘 보이는 것도 같고요. 가끔 눈을 들어 멀리 시선을 던지기도 하지만 캄캄하고 아득해요. 슬퍼지려 하기 전에, 다시 눈을 깔고 한 걸음 앞의 길만 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