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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인쌤 Dec 16. 2024

자, 정신 차리고 펼쳐 봐.

일단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사업 내용을 정리할 필요를 느꼈다. 앞선 글에서 얘기했듯이 내가 인쇄물 사업으로 그리던 그림이 있었는데 직원이 돌연 퇴사를 했고, 그로 인해 사람이 시스템을 감당하던 비효율적인 상품과 과정을 과감히 정리를 해야 했다. 직원이 절차에 맞춰서 인수인계를 해주고 떠났다면, 시스템을 바꿀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직원은 말도 없이 당일에 그만둔다는 통보를 하고 떠났다. 그래. 어쩌면 이미 곪고 있었던 것이었고, 이제야 터진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내가 벌려놓은 사업 로드맵을 종이에 찬찬히 적어보았다. 필요하다면 도형과 간단한 그림을 덧붙여가면서 내 사업내용을 정리했다. 내 사업은 크게 인쇄물과 판촉/굿즈 제작이었다. 판촉/굿즈 사업은 직원이 아닌 내가 맡아 진행하고 있었고, 디자인에 할애되는 시간이 크지 않았다. 이미 고객님들이 디자인을 마친 내용을 전달해 주시면 좋은 상품에 인쇄를 잘해서 납품하는 일이었기에 칼을 대지 않았다. 



인쇄물 쪽은 일반 인쇄물과 즉석 인쇄물을 하고 있었다. 즉석 인쇄물은 우리 현장에서 바로 출력해서 나가는 것이기에 확실하게 일정과 작업 과정을 확실하게 컨트롤할 수가 있었다. 무엇보다 긴급한 고객님들의 니즈를 정확히 채워줄 수 있단 점에서 고객 만족도가 높았고, 그로 인해 우리의 성취감도 컸다. 고객들의 높은 만족도가 경쟁력이라고 판단해서 즉석 인쇄물은 갖고 가기로 했다.


문제는 일반 인쇄물이었다. 우리가 디자인 대행을 맡았고, 디자인을 확정하시면 외주 인쇄소에 접수하고 인쇄 과정을 체크해서(이 과정이 순탄치는 않다. 바쁜 인쇄소는 작은 매출의 고객인 나에게 그리 친절하지 않다.) 고객에게 납품했다. 사실, 인쇄물 쪽은 인터넷에 거의 저마진으로 제작하는 디자인 대행업체 혹은 인쇄소가 직접 소매 고객을 유치하는 마케팅을 꽤 오래 진행이 되오니 터라 큰 메리트가 없어진 지 오래였다. 알고는 있었지만, 일반 인쇄물 사업은 내가 초창기부터 기획해 온 영역이라 그대로 가지고 가고 싶었다. 자존심이랄까. 하지만, 점점 단가 경쟁력이 없어지는 문제와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변수인 이색현상과 배송문제 등에 너무 잔 스트레스가 많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일반 인쇄물은 서비스 품질도 떨어지고 만족도도 낮았다. 일반 인쇄물은 대행의 성격이 있었다. 그래서 고객은 소형 인쇄소들이 오픈한 인터넷 단가를 알고 찾았다. 그래서 디자인 기획 대행업체와 인쇄소를 오해해서 단가 상담을 하는 과정에 피로감이 컸다. 대행이라고 해도 시중 오픈된 인쇄물 단가와 어느 정도는 맞춰가야 했기에 마진이 너무 적었다. 게다가 디자인의 특성상 수정이 오래 걸리며 고객과의 마찰이 힘들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마진을 생각한다면 빨리 치고 마감해야 할 것인데 고객 입장에서는 마음에 들어야 진행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뭐랄 것도 없었다. 이건 시스템의 문제였다. 


결론은, 일반 인쇄물의 제작 종료를 결정했다. 그러면 즉석인쇄물과 판촉/굿즈만 남아 있었다. 







지속성(높은 매출, 낮은 피로감)

확장성(수요가 많아 확장 가능성 많은 아이템)

마진별 차등 관여(저마진 상품은 저관여, 고마진 상품은 고관여)


이 3가지를 놓고 사업내용을 재정립해야 했다. 앞으로 이어갈 내 사업은 지속이 가능해야 하고, 확장성이 좋아야 하고, 마진에 따라 관여도가 다르게 설정 돼야 했다. 개개의 물음에 보다 적확한 답이 나올 때까지 고민을 거듭했다. 그 과정에서 지속이 가능한지 내 아이템을 들여다보다가, 앞으로의 디자인은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의 니즈가 훨씬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내가 잘 다루는 프로그램으로 할 수 있는 사업을 고민했다. 로고와 상세페이지 사업. 이 둘은 마케팅과 홍보라는 카테고리 안에 있었고, 기존에 제작하던 인쇄물과 판촉물과도 마케팅이라는 본질이 같았다. 


지속성의 관점에서 내 사업 내용은 일반 인쇄물의 종료와 로고, 상세페이지 사업의 확장으로 결정됐다. 일반 인쇄물은 온라인 디자인 플랫폼의 등장으로 일반 소비자들이 고퀄리티의 디자인물을 직접 편집해 인쇄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어서 실제로 젊은 고객층에선 거의 미리캔버스나 캔바, 망고보드를 통해 직접 디자인하고 있었다. 점점 디자인 사무실에 그다지 맘에 들지도 않는 결과물을 얻기 위해 비용을 지출하는 일은 사라질 거였다.


확장성의 관점에서 다양한 카테고리로 뻗어나갈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은 인쇄물도 물론 나쁘지 않았지만, 이미 내 눈은 온라인으로 돌아간 터라 온라인 콘텐츠 디자인으로 굳어졌다. 콘텐츠 디자인은 배너, 상세페이지, 썸네일 제작, 홈페이지 디자인 등 정말 무궁무진했다. 


마진별 차등 관여하기의 관점에서 즉석 인쇄물은 디자인에 시간이 소요되었지만 긴급한 용무의 고객님들이란 특성 때문에 편집 시간을 길게 끌지 않으신다. 그래서 지속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즉석 인쇄물 이외에는 디자인에 시간을 많이 들이지 않도록 템플릿을 만들고 있다. 템플릿 안에서 선택한 고객은 디자인비 절감에 기여한 만큼 단가를 낮춰서 제공할 예정이다. 



이제, 직원은 없다. 나는 1인 사업가다. 모든 과정은 내가 연결되어 있을 것이고 그러므로 모든 시스템은 나라는 자원만을 사용하는 것인 만큼 효율적으로 설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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