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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인쌤 Dec 09. 2024

양해 구해도 돼. 남을 고객은 남아.

충성고객 - 나의 서비스와 상품을 좋아하는 팬심의 고객

용병고객 - 원하는 기준에 따라 매번 구매를 다른 곳에서 하는 고객

불만고객 - 나의 서비스와 상품에 불만을 갖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알리고 퍼트리는 고객






마케팅 업계에서는 이렇게 고객의 특성에 따라 분류를 하고 있다. 나는 우리 고객은 어떤 고객들일까를 가만히 생각해 봤다. 검색으로 지나가며 들어오는 용병 고객의 형태가 가장 많았다. 신규 고객이 많아서 질문이 많았고, 그래서 상담 과정이 매우 긴 것도 문제가 되어왔던 것을 생각해 봐도 알 수 있었다. 유입에 성공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성공적인 마케팅일 수 있었겠지만, 재주문으로 이어지지 않는 고객경험을 제공했단 점은 유감이었다. 이유가 무엇일까?


첫째, 주문 과정에서의 고객 경험이 나빴다. 

상담과 디자인을 하는 직원의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 대표인 내가 이 지점을 바로 잡지 못했던 점이었다. 직원은 고객의 질문을 매우 귀찮아했다. 그날의 감정을 섞어 프로답지 않은 모습으로 종종 상담하는 모습을 봤고, '고객은 잘 모르니 더 친절하고 자세하게 설명해 달라'라고 이야기를 하면 며칠은 그 효과가 갔다. 하지만 이내 귀찮아하는 모습으로 돌아왔다. 나 또한 바빠서 더 깊이 고민하고 이를 바로 잡지 못했다. 디자인 시장에서 편집 기술을 가진 직원은 귀한 인력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신규 채용이 어려웠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될 것 같아 직원이 우리 고객을 대하는 잘못된 태도를 방관했다. 


자칫, 용병 고객이 불만 고객이 될 수도 있었다. 한 명의 불만고객은 백 명의 용병 고객을 막는다고 한다는데, 생각해보면 좋은 고객들을 만난 것 같다. 




둘째, 진부한 디자인 퀄리티였다. 

우리는 인쇄물 편집 디자인 업체로써 새로운 디자인 트렌드를 고민하기보다는 기존의 틀 안에서 계속 재생산을 해내는 식으로 일을 했다. 업무를 하느라 지친 와중에 새로운 트렌트까지 고민하고 반영하는 일은 보통 창조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지 않고는 참 어려운 일이었다. 직원에게 새로운 디자인을 고민하라는 주문은 택도 없는 일이었다. 밀려드는 상담과 편집일을 처리하는 데에 모든 에너지를 다 써서 방전된 배터리처럼 창조의 여유가, 반짝이는 눈빛이 없었다.



셋째, 경쟁력 없는 가격대였다. 

우리는 디자인 대행으로 편집을 완성해서 인쇄소에 발주를 넣어 인쇄물을 제작했다. 인쇄 기계를 갖고 있지 않은 흔하디 흔한 디자인업체였다. 하지만 요즘엔 온라인으로 대형 인쇄소들이 소매 고객들을 직접 유치하는 마케팅을 하기 때문에 고객이 최저 단가를 다 알고 있다. 그래서 인쇄물에 붙은 마진과 디자인비를 더하면 고객은 우리에게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그저 그런 디자인 퀄리티에 가격도 경쟁력이 없는 상황. 우리가 내세울 수 있는 건 하나부터 열까지 고객에게 맞춘 맞춤주문 시스템이었다. 블로그나 웹사이트에 모두 '100% 맞춤 주문 상담'을 내걸었다. 온라인으로 귀찮게 주문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싫어하는 고객층에선 이렇게 간단하게 카카오톡으로 주문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생각해 주문을 했던 거였다. 하지만, 최전선에서 고객을 대하는 상담의 태도가 이러하니 첫 거래는 어찌 성사됐다고 해도 재발주로 이어지지 않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결국, 직원은 질긴 고리를 끊어내고 돌연 퇴사를 했고, 사람으로 유지하던 시스템은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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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신규 디자인 작업은 불가합니다. 기존 템플릿 디자인을 활용한 제작만 가능합니다. 편집 디자이너가 공석이라 양해 부탁드릴게요.



재주문을 하시는 고객들의 주문은 그대로 진행할 수가 있으니 진행에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이전에 블로그로 포스팅한 '맞춤제작' 서비스를 보고 유입된 신규 고객에게는 이렇게 안내를 드렸다. 기계적인 멘트는 고객이 시간을 들여 상담을 신청한 마음에 대한 결례라는 생각이 들어서 최대한 상황 설명을 붙였다. 우리의 디자이너가 퇴사를 했기 때문에 신규 작업을 받을 수가 없어 죄송하다고. 거의 대부분은 대답도 하지 않고 채팅방을 나갔다. 간혹, 한 두 분 정도가 템플릿 디자인을 통해서 주문을 하셨다.


하루빨리 쇼핑몰에 템플릿을 업데이트해두어야 한다. 그리고 템플릿을 통해 제작되는 상담 과정과 편집 시간의 단축에 대한 인건비가 주는 만큼 단가도 내려야 한다. 가격 재설정과 상품에 대한 마케팅을 다각도로 기획해야 한다. 할 일이 산더미다.


다소 조용한 상담창을 바라본다. 이전이었으면 맞춤 주문에 대한 문의와 기나긴 상담들이 이어지는 창이 여러 개 활성화 중이었겠지만 지금은 한적하다. 마치 매장에 이것저것 물으며 붐비는 고객들이 없어진 풍경처럼. 그래, 무인매장에도 손님은 있다. 적어도 직원과의 마찰은 사라져서 나 또한 홀가분하다. 더욱 친절하고 자세한 가이드를 준비해 두고, 무인 시스템으로 바꿔보자. 사용이 서툰 고객들만 상담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채널을 운영해 보자. 앞으론 디자인 시장도 나의 비즈니스 모델이 롤모델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준비한 시스템을 만족하는 충성 고객을 만드는 작업, 다시 바닥에서부터 점검하는 마케팅 기획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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