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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인쌤 Dec 23. 2024

정(情)리 할 것은 과감하게!

제가 운영하던 디자인 서비스 업종의 블로그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었던 키워드를 보면 '주문제작', '맞춤주문', '1:1 상담' 등이었어요. 앞선 글에서 계속 이야기했듯이 저가 마케팅을 하는 경쟁사들과의 가격 비교로 상담 과정에서 설득시키는 데 어려움이 있었어요. 저가 마케팅하는 업체들의 저렴한 비용에는 디자인을 템플릿에서 제작하는 부분이 있었고, 내가 차별화되려면 고객과 일일이 상담을 하면서 디자인을 진행하기로 포지션을 잡은 거죠. 디자인을 잘 못하는 고객의 어려움과 불편을 직접 맡아드린다는 것이었는데요. 이게 직원이 일처리를 할 때는 감당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직원이 상담과 디자인까지 맡는 동안의 스트레스를 못 견디고 그만두자 케케묵었던 시스템의 문제점이 다시 한번 적나라하게 드러났지 뭐예요. 


더 이상은 모든 고객들과 1:1로 상담하며 시안을 잡는 과정을 이어갈 수 없었어요. 최대한 하나의 시안에 투입되는 리소스를 최소한으로 줄여야 했어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좀 냉정해져야겠다고 생각했죠. 우리 고객들도 이해해 주실 줄 알았어요. 길게는 2년 넘게 거래해 오신 고객님들도 많았으니까요. 하지만 그건 제 순진한 착각이었더군요. 고객들은 그 이점을 제공해 주기 때문에 저와 거래를 해오신 거였고, 더 이상 상담 과정을 함께 해주지 못한다면 우리여야 할 이유가 없었어요. 



우리 디자이너가 퇴사를 하면서 더 이상은 편집 내용을 채팅창으로 받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이메일로 내용을 정리해서 보내주시면 메일로 회신드리는 방식으로 진행해 드릴게요. 작업은 순차적으로 처리되므로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도와드릴게요.




떠나는 고객을 보면서 다시 연락을 취해서 원하는 작업 방식을 묻고 그렇게 진행을 할 수도 있었겠지만 저는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제 마음이 편했을까요? 무척 불안하고 마음이 아팠어요. 그들이 일으켜주던 매출이 사라지는 것이 눈에 뻔히 보였고, 내가 어떻게 해주면 그들을 잡을 수 있을지 알았지만 아픈 마음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마음을 다잡았어요. 과도기라고 생각해요. 나의 고객의 성격이 달라지는 거라고. 맞지 않는 인연을 억지로 붙잡아둔 것도 같았고요.



마케팅은 마치 사랑처럼, 사랑을 얻고자 하는 사람을 향한 구애 과정이다.


이 문장의 출처가 어디였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아요. 하지만, 떠나는 고객들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을 알면서도 그렇게 하지 않는 나 자신을 보면서 새삼스럽게 생각이 나더라고요. 또 앞으로의 새로운 고객들과의 만남에 대한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도 많이, 자주 생각이 나고요. 비효율적이었어도 이어오던 익숙한 시스템을 갈아엎고 다시 시작하는 지금. 아픈 마음은 과감하게 접고 정(情)을 정리하자고 되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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