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일상의 약속이 있다.
말차 타기는 모든 동작들에 룰이 있었다. 다완을 드는 법, 차선을 잡는 법, 말차 거품을 내는 법, 그릇을 닦는 법 등등. 모든 과정을 정확하게 하지 않아도 차의 맛에는 별 차이가 없겠지만 차를 마실 때의 상태는 다를 것이다. 모든 과정의 약속을 세세하게 지키려면 자신의 동작을 집중해서 관찰하게 되는데 그 과정을 거치며 잡념이 사라지고 차분해진다. 그렇게 차를 첫 모금 마실 때는 비일상의 마음 상태로 옮겨온다.
일상 속에 비일상을 만들 필요를 느꼈다. 만든 비일상의 시간 안에서 다른 시각을 가지고 비일상의 나로 일상을 돌아볼 수 있다. 그리고 비일상을 만드는 것은 규칙 없음이 아닌 비일상의 약속과 규칙이라는 것을 느꼈다.
꼭 말차가 아니더라도 비일상으로 들어가는 저녁시간에 나의 현존을 경험하게 하는 작은 약속의 행동들을 세밀하게 만들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