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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형 Aug 01. 2020

[일상, 그림일기] 좋아하는 계절은 여름

여름이 좋아

도서관 가는 길


주 중의 바쁜 시간을 보낸 후 토요일 버스 안, 한가로운 표정의 사람들이 드문드문 좌석을 채우고 앉았다. 머리 위의 동그란 에어컨에서 시원한 바람을 내보내고 있지만

도로 위에서 달궈진 버스 안을 식히기에는 조금 역부족이다. 나른하게 흔들리는 버스를 타고 갈마 도서관 정류장에서 내린다. 살이 타는듯한 무더위, 하얀 태양이 세상을 말려서 쩍쩍 쪼게 버리겠다는 듯  내리쬔다. 버스 안에서 식은 몸에 습기가 달라와 붙는다. 몇 걸음 가지 않아 머리카락 속으로 두피를 타고 땀이 흐르는 것이 느껴진다. 목 뒤에 손을 대보니 손바닥에 미지근한 물기가 묻어난다. 검은 샌들이 태양빛을 흡수해서 신발 신은 부분이 데일 듯 뜨겁다. 내려다본 발아래 짧은 그림자를 보니 12시쯤 되었을까?

길을 건너기 위해 횡단보도 옆 나무 그늘로 들어선다. 강한 햇살 덕에 진한 그늘이 진 나무 아래 서니 좀 전까지 걷던 그늘 밖이 눈부시게 하얗다. 나무 위에서는 매미들이 자신의 짧은 생애가 아쉬운 듯 아악 하고 길고 긴 비명을 지른다. 귀가 멍해질 듯 질러대는 소리 아래 있자니 신호가 바뀐다. 한걸음 한걸음 나무에서 멀어질수록 매미소리는 급격하게 작아진다. 나지막한 언덕길을 숨을 씩씩거리며 올라간다. 조금이라도 그늘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 해서 벽 쪽으로 붙어보지만 여의치 않다. 도서관 로비를 지나 대출 실로 들어서서 지친 몸을 빈 의자에 팽개친다

조용하게 책을 읽는 사람들, 6칸 기다란 나무 책장에 정갈하게 꽂혀있는 책들, 책장 넘기는 소리, 에어컨 소리, 작은 발소리와 간간이 들리는 볼펜 달각거리는 소리가 공간을 채우고 있다. 매미 소음과 더위는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열람실은  바깥과 전혀 다른 세상이다. 이 서늘하고 적막한 공간 속에서 나만 혼자 가마에서 막 꺼낸 쇠처럼 달구어져 열기와 더운 숨결을 뿜어내고 있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 속에 눈을 감고 숨을 죽이며 급격하게 식어간다. 그리고 금세 이 고요한 세상에 동화되어간다. 이 안과 밖의 간극 때문에 여름의 도서관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이다.  



                                                                                                                                                                                                                                                             


여러분은 무슨 계절을 좋아하나요?^^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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