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 이것이 걱정돼요
- 임신 중 빈혈 예방과 관리

빈혈의 주요 원인, 위험 요소 그리고 예방/치료법

Apr 12. 2025

임신은 여성의 몸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는 특별한 시기입니다. 그중에서도 빈혈(anaemia/anemia)은 임신부의 약 20-40%가 경험하는 흔한 건강 문제입니다. 임신 중 빈혈이란 혈액 내 적혈구 수나 헤모글로빈 농도가 정상보다 낮아진 상태를 말합니다. 헤모글로빈은 산소를 몸 전체로 운반하는 중요한 단백질로, 이 수치가 낮아지면 산모와 태아 모두에게 충분한 산소를 공급하기 어려워집니다. 이글에서는 빈혈의 주요 원인, 위험 요소 그리고 예방/치료법에 대해서 알아봅니다.

임신 중 빈혈, 알고 계신가요?

임신 중에는 혈액량이 약 50% 증가하지만, 적혈구는 약 20-30%만 증가하여 혈액이 자연스럽게 희석됩니다. 이를 '생리적 빈혈'이라고 하며, 임신 초기부터 시작해 임신 중기(24-28주)에 가장 두드러집니다. 그러나 헤모글로빈 수치가 10~11g/dL 미만으로 떨어지면 병적 빈혈로 간주되어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합니다.

임신 중 빈혈을 방치하면 조산, 저체중아 출산, 산후 출혈 위험 증가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산모는 심한 피로감, 현기증, 숨가쁨, 면역력 저하 등을 경험할 수 있어 임신 생활의 질이 크게 저하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기적인 산전 검사를 통해 빈혈 여부를 확인하고, 적절한 예방과 관리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임신 빈혈의 주요 원인과 위험 요소

임신 중 빈혈의 가장 흔한 원인은 철분 결핍입니다. 임신 중에는 태아의 성장과 태반 형성, 증가된 혈액량 등으로 인해 철분 필요량이 임신 전 시기보다 2-3배 증가합니다. 일반 여성의 하루 철분 필요량은 약 15-18mg인데 비해, 임산부는 27mg 이상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증가된 필요량을 식이만으로 충족시키기는 어려운 경우가 많아 철분 결핍 빈혈이 흔히 발생합니다.

엽산 결핍도 임신 빈혈의 주요 원인 중 하나입니다. 엽산은 DNA 합성과 적혈구 생성에 필수적인 비타민으로, 임신 중에는 필요량이 증가합니다. 특히 임신 초기에 엽산이 부족하면 신경관 결함과 같은 태아 기형뿐만 아니라 거대적혈구성 빈혈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엽산 결핍도 임신 빈혈의 주요 원인 중 하나입니다. © Getty Images

비타민 B12 결핍 또한 빈혈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비타민 B12는 주로 동물성 식품에서 얻을 수 있어, 엄격한 채식주의자는 이에 대한 결핍 위험이 높습니다. 이 외에도 만성 질환, 위장관 질환, 다태임신, 짧은 임신 간격, 과다월경 병력, 이전의 빈혈 병력 등이 임신 중 빈혈의 위험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임신 전 빈혈이 있었던 여성, 10대 임산부,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여성, 흡연자 등도 임신 중 빈혈 발생 위험이 높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위험 요소를 가진 여성들은 임신 계획 단계부터 영양 상태를 개선하고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빈혈을 예방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임신 중 빈혈 예방과 관리: 철분이 풍부한 식단 구성하기

임신 중 빈혈 예방과 관리의 기본은 균형 잡힌 식단, 특히 철분이 풍부한 음식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입니다. 철분은 헴철(heme iron)과 비헴철(non-heme iron)로 구분되는데, 헴철은 동물성 식품에 함유되어 있으며 체내 흡수율이 약 15-35%로 비교적 높습니다. 반면, 비헴철은 식물성 식품에 주로 함유되어 있고 흡수율이 약 2-20%로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헴철이 풍부한 식품으로는 붉은 육류(소고기, 양고기), 간, 굴, 조개류, 생선(특히 참치, 연어) 등이 있습니다. 100g의 소고기 간에는 약 6.5mg의 철분이 함유되어 있어 임신부 일일 필요량의 상당 부분을 충족시킬 수 있습니다. 비헴철이 풍부한 식품으로는 시금치, 케일과 같은 녹색 잎채소, 두부, 콩류, 말린 과일(건자두, 건살구), 통곡물, 강화 시리얼 등이 있습니다.

아보카도는 칼륨과 엽산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임신 준비기에 추천되는 과일입니다. © Getty Images

비헴철의 흡수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비타민 C가 풍부한 식품을 함께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오렌지, 키위, 딸기, 토마토, 브로콜리 등과 함께 먹으면 철분 흡수율을 최대 4배까지 높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시금치 샐러드에 레몬즙을 뿌리거나, 콩류 요리에 토마토를 함께 넣는 방법이 있습니다.

반면, 차, 커피, 코코아에 함유된 폴리페놀과 우유, 치즈 등 유제품의 칼슘은 철분 흡수를 방해할 수 있으므로, 철분이 풍부한 식사 전후 1시간 동안은 이러한 음식의 섭취를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통곡물, 콩류 등에 함유된 피틴산도 철분 흡수를 방해할 수 있어, 이러한 식품은 물에 담가두거나 발효시켜 피틴산 함량을 줄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비헴철의 흡수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비타민 C가 풍부한 식품을 함께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 Getty Images

일일 식단 예시로는 아침에 강화 시리얼과 딸기, 점심에 소고기 볶음과 시금치 샐러드, 저녁에 연어와 브로콜리, 간식으로 말린 살구나 견과류를 섭취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철분 공급원을 포함한 균형 잡힌 식단을 통해 임신 중 필요한 철분을 최대한 자연적으로 섭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철분 보충제: 필요성과 올바른 복용법

균형 잡힌 식단을 유지하더라도, 임신 중 증가하는 철분 필요량을 식이만으로 충족시키기는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산부인과 의사들은 임신 중기(보통 16-20주)부터 출산 후 6-12주까지 철분 보충제 복용을 권장합니다. 한국 산부인과학회에서는 임신 16주부터 하루 30-60mg의 철분 보충을 권고하고 있으며, 이미 빈혈이 있는 경우 더 높은 용량(80-120mg)이 처방될 수 있습니다.

철분 보충제는 주로 황산철(ferrous sulfate), 글루콘산철(ferrous gluconate), 푸마르산철(ferrous fumarate) 형태로 제공됩니다. 이 중 황산철이 가장 흔하게 사용되며, 100mg의 황산철에는 약 20mg의 원소철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철분 보충제 선택 시에는 의사와 상담하여 자신에게 적합한 제품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철분 보충제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복용법을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철분은 공복에 복용할 때 흡수율이 가장 높지만, 위장 장애를 유발할 수 있어 식사와 함께 또는 식후에 복용하기도 합니다. 비타민 C가 함유된 음료(오렌지 주스 등)와 함께 복용하면 철분 흡수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반면, 유제품, 차, 커피, 칼슘이나 아연 보충제와는 최소 2시간 간격을 두고 복용해야 합니다.

철분 보충제의 흔한 부작용으로는 변비, 메스꺼움, 복통, 설사 등 소화기 증상이 있습니다. © Getty Images

철분 보충제의 흔한 부작용으로는 변비, 메스꺼움, 복통, 설사 등 소화기 증상이 있습니다. 이러한 부작용이 심할 경우, 의사와 상담하여 용량 조절, 다른 형태의 철분 제제로 변경, 또는 서방형 제제로 전환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특히 장용 코팅된 제품이나 액상 철분제는 위장 자극이 적어 부작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철분 보충제는 변의 색을 검게 변화시킬 수 있는데, 이는 정상적인 현상입니다. 그러나 타르색 대변, 심한 복통, 혈변 등이 나타나면 즉시 의료진에게 알려야 합니다. 또한 철분 보충제는 어린이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보관해야 하며, 과다 복용 시 심각한 중독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빈혈 검사와 모니터링의 중요성

임신 중 빈혈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인 검사와 모니터링이 필수적입니다. 일반적으로 산전 관리의 일환으로 첫 산전 방문 시와 임신 24-28주경에 빈혈 검사를 실시합니다. 이미 빈혈이 있거나 위험 요소가 있는 경우에는 더 자주 검사를 받게 됩니다.

빈혈 진단을 위한 기본 검사는 전혈구 검사(CBC: 헤모글로빈, 적혈구 용적률 hematocrit, 적혈구 수, 평균 적혈구 용적(MCV) 등을 측정), 혈청 페리틴 검사 (체내 철분 저장량 평가), 그리고 혈청 철, 총 철결합능(TIBC), 트랜스페린 포화도 (철분 상태 평가)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이미 빈혈이 있거나 위험 요소가 있는 경우에는 더 자주 검사를 받게 됩니다. © Getty Images

임신 중 빈혈의 진단 기준은 시기에 따라 다르며,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임신 1기 (대략 임신 0-13주): 헤모글로빈 11g/dL 미만

임신 2기 (대략 임신 14-27주): 헤모글로빈 10.5g/dL 미만

임신 3기 (대략 임신 28주 이상): 헤모글로빈 11g/dL 미만

빈혈 진단 후에는 철분 보충제 복용 2-4주 후 헤모글로빈 수치를 재검사하여 치료 효과를 평가합니다. 이때 헤모글로빈이 약 1g/dL 상승하면 치료에 반응한다고 판단합니다. 그 후에는 4-8주 간격으로 헤모글로빈 수치를 추적 관찰하며, 출산 후에도 6주경에 검사를 통해 빈혈이 해소되었는지 확인합니다.

만약 적절한 철분 보충에도 불구하고 헤모글로빈 수치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다른 원인(예: 엽산 또는 비타민 B12 결핍, 용혈성 빈혈, 만성 질환에 의한 빈혈 등)을 고려해야 합니다. 이 경우 추가 검사와 전문가 상담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정기적인 검사와 모니터링을 통해 빈혈을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히 치료함으로써, 임신과 출산 과정의 합병증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산전 관리 일정을 철저히 지키고, 빈혈 증상(심한 피로감, 창백함, 호흡곤란, 두통, 어지러움 등)이 나타나면 즉시 의료진에게 알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생활 습관 개선과 함께하는 빈혈 관리

임신 중 빈혈 관리는 식이 조절과 철분 보충제 복용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전반적인 생활 습관 개선을 통해 신체의 철분 흡수를 최적화하고 빈혈 증상을 완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첫째, 규칙적인 가벼운 운동은 혈액 순환을 촉진하고 산소 공급을 개선하여 빈혈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됩니다. 걷기, 수영, 임산부 요가 등 저강도 유산소 운동을 주 3-5회, 하루 20-30분씩 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심한 빈혈이 있는 경우 운동 전 반드시 의사와 상담해야 합니다.

둘째, 충분한 휴식과 수면은 빈혈로 인한 피로감 관리에 필수적입니다. 하루 7-9시간의 수면을 취하고, 낮에도 짧은 낮잠(20-30분)을 통해 에너지를 회복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왼쪽으로 누워 자는 것이 태아에게 최적의 혈액 공급을 제공합니다.

셋째, 수분 섭취를 충분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적절한 수분 섭취는 혈액량 유지와 영양소 운반에 필수적입니다. 임산부는 하루 약 2-3리터(8-10컵)의 물을 마시는 것이 좋으며, 카페인이나 알코올 음료는 피해야 합니다.

넷째, 스트레스 관리도 빈혈 관리에 중요한 요소입니다. 스트레스는 소화 기능과 영양소 흡수를 저하시킬 수 있으므로, 명상, 심호흡, 가벼운 독서 등 스트레스 해소 활동을 일상에 포함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다섯째, 흡연과 간접 흡연은 반드시 피해야 합니다. 담배의 일산화탄소는 헤모글로빈의 산소 운반 능력을 저하시키고, 철분 흡수를 방해합니다. 또한 임신 합병증 위험을 높이므로 임신 중에는 물론, 계획 단계부터 금연해야 합니다.

여섯째, 적절한 체중 관리가 필요합니다. 과체중이나 비만은 만성 염증 상태를 유발하여 철분 이용률을 저하시킬 수 있습니다. 반면, 저체중은 영양 결핍 위험을 높입니다. 따라서 의사와 상담하여 임신 중 적절한 체중 증가 범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불필요한 약물 복용을 피하고, 특히 철분 흡수를 방해할 수 있는 제산제, 칼슘제, 일부 항생제 등은 의사와 상담 후 복용해야 합니다. 대체 의학 치료(침술, 허브 요법 등)에 관심이 있다면, 반드시 안전성이 입증된 방법만을 의사와 상담 후 시도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