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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날들 속에서

휘낭시에가 알려준 하루의 비밀

by 김온지



“뭘 먹을까…….”


괜히 디저트 진열장 앞에서 머뭇거리며 고민한다. 예쁜 비주얼로 나를 반기는 케이크는 너무 배부를 것 같아서 싫고. 바삭한 식감일지, 쫀득한 식감일지 알 수 없는 쿠키는 반대로 조금 가벼울 것 같아서 탈락시킨다. 나는 늘 수많은 디저트들 사이에서 의미 없는 순위 발표식을 하며 그날의 디저트를 고른다.


카페마다 라인업이 달라서 고르기가 마냥 쉽지만은 않다. 특정한 디저트가 당겨서 방문한 게 아닌 이상, 내 마음속에서는 치열한 순위 경쟁전이 펼쳐진다. 결국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휘낭시에가 선택받을 거라는 뻔한 결과를 알면서도 말이다.


우리의 하루는 대부분 비슷하게 흘러간다. 큰 틀 안에서 벗어나지 않는, 매일 반복되는 하루. 특별한 일이 생기는 일이 점점 적어지다 보니 하루가 금방 희미해져버리곤 한다. 그런 날들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나는 지쳐가고 있었다. 어차피 눈 뜨면 오늘과 똑같은 하루일 텐데, 뭐. 점점 내일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지곤 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은 마음에, 반복되는 일상에 특별함을 하나씩 끼워 넣게 됐다. 그렇게 찾은 일상 속 작은 행복 중 하나가 바로 디저트였다.


디저트 중에서도 휘낭시에. 휘낭시에는 딱히 당기는 건 없는데, 디저트는 먹고 싶은 날에 유독 생각이 난다. 작은 네모 모양 안에 옹골차게 나를 만족시킬 수 있는 모든 것이 들어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쫀쫀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 달콤한 맛, 다양한 종류 등등 변덕스러운 내 마음을 맞추기엔 안성맞춤이다. 게다가 많은 카페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메뉴라 더욱 정감이 간다. 부담 없이 골라도 만족도 100%를 채우기에, 손이 저절로 향할 수밖에 없다.


작고 단순한 모양이지만, 그 안에 담긴 달콤함은 내 하루에 미묘한 변화를 남긴다. 매일 똑같은 하루여도 오늘은 어제와 다른 달콤함이 내 입 안에 남았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한 마음이 생긴다. 그것만으로도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난 느낌이 들어, 하루가 소중해졌다.


예전에는 커다란 사건이 있어야만 기억에 남는 하루라고 생각했다. 이런 사소한 것들은 지겹도록 똑같은 일상을 바꿀 수 없을 거라 믿었다. 돌이켜보면 그때도 하루 속에 작은 변화들이 많이 숨어있었을 텐데. 나는 그것들을 거의 외면하며 큰 틀만 바꾸려 했다.


꼭 커다란 사건이 있어야 특별한 하루가 되는 건 아니라는 걸, 휘낭시에를 먹으며 알게 됐다. 짧은 하루 속 작은 변화들이 모여 그날을 특별하게 만든다. 어제와는 다른 날씨, 색다른 길로 돌아가는 귀갓길, 길에서 마주친 새, 먹고 싶었던 음식 먹기...... 이미 하루는 많은 변화로 나를 채우고 있었다.



휘낭시에는 늘 변하지 않는 모습으로 내 앞에 놓이지만, 그 안에 담긴 맛은 내 하루를 다르게 만들어준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는 말이 이제는 뭔지 알 수 있다. 맛있는 디저트 하나 먹는 것도 행복이라는 걸 알았으니까. 작은 맛 하나로 내가 웃게 된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내일의 나는 어떤 휘낭시에로 위로를 받을까. 그런 기대감이 생기니 내일이 절로 기다려진다. 지루한 내일이 아닌, 기다려지는 내일. 설레는 마음으로 오늘을 보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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