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채집- 왜 기다릴수록 더 좋아질까?

기다림의 감정

by 김온지



마음이 클수록 기다림의 속도가 느리게 느껴진다. 늘 똑같은 일상 속에서 간절히 바라는 게 새롭게 생겨나서 그런 것일까? 고대하던 일이 생기면, 마음이 먼저 달리기 시작한다. 그 순간부터 주변의 시간은 이상하리만큼 느리게 흐른다. 마치 나만 다른 속도로 살고 있는 것처럼.


나는 꽂힌 게 있으면 바로 손에 쥐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한 번 마음에 박히면 빠른 시일 내에 가져야 직성에 풀리는 성격인지라, 기다림이랑은 거리가 멀다. 이런 내가, 지금은 기다림을 즐기기 시작했다.


몇 달 전부터 해외 직구와 순정 만화책에 빠졌다. 이 두 개의 관심사에는 한 가지 치명적인 공통점이 있다. 바로 기다림이 약이라는 것. 새로운 즐거움에 눈을 뜬 순간부터 기다림은 내 일상의 일부가 되었다.


해외에서 오는 택배는 빠르면 일주일, 길게는 2~3주 넘게 기다려야 한다. 결제는 클릭 한 번이면 끝나지만, 내 손에 오기까지는 너무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처음엔 이런 시스템에 적응하기 힘들었다. 틈만 나면 배송조회 페이지를 열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확인했고, 배송이 며칠째 멈춰 있으면 불안해하기 일쑤였다. 매일 하루 배송 같은 총알 택배 서비스에 익숙해져 있던 나에게, 해외 직구는 기다림의 과제를 내준 듯했다.


해외 직구가 '언젠간 오겠지.'라는 막연하지만 확실한 약속을 가지고 있었다면, 순정 만화책은 '언제 오려나......'를 반복하게 만드는 끝없는 기다림이었다. 내가 구매하고 싶을 때 바로 결제할 수 있는 택배와 달리, 만화책은 다음 신권이 나오기만을 묵묵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기본 몇 달씩 걸리기 때문에, 출판사에서 나오는 발행 예정작 목록이 뜨는 날을 먼저 기다렸다. 간절하면 간절할수록, 내 시계는 느리게 돌아가는 것 같았다.


시간을 바라보는 일에 익숙해지면서, 나는 '기다림' 그 자체를 조금씩 받아들이기로 했다. 기대가 커서 빨리 손에 쥐고 싶다는 조급함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지만, 적어도 기다리는 동안 흐르는 시간이 전보다는 덜 괴롭게 느껴졌다. 신기하게도 기다리는 동안 설렘이 조금씩 자라나고 있었다. 그건 나를 지치게 만드는 과정이 아니라, 좋아하는 마음을 오래 붙잡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기다림의 크기가 클수록, 행복도 그만큼 더 크게 다가왔다. 행복은 거창한 순간에만 느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그때 조금은 알게 된 것 같다. 기다림 속에 숨어있던 작은 설렘들이 나를 버티게 해 줬다. 좋아하는 마음으로 무언가를 기다린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었다.



생각해 보면 나는 늘 마음이 조급했다. 원하는 건 빨리 손에 넣고 싶었고, 더딘 속도는 나를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택배와 책을 기다리는 동안, 세상 모든 게 나와 같은 속도로 움직일 필요는 없다는 걸 느꼈다.


돌이켜 봤을 때 손에 들어온 순간보다, 설렘 가득한 마음으로 기다리는 순간이 더 좋았던 것 같다. 그때의 내가 훨씬 나답게 살아있는 기분이었다.


조급해하지 않아도 결국 올 건 온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반드시 내 손안에 도착할 거다. 그러니 그때까지는 조금 천천히 두근거리며 살아가보려 한다. 그 작은 두근거림이 오늘을 버티게 해 줄 힘이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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