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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하는 이유

by 루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한동안 난 매일 악몽을 꾸곤 했다.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할 수 없을 만큼의 생명의 위협을 꿈에서도 느끼는 것이 가능한지 모르겠지만, 꿈에서 만난 아빠는 늘 나를 죽일 듯이 위협하며 쫓아왔고, 나는 그(내 아버지)를 피해, 살기 위해, 현실에서보다 더 거칠고 무겁게 숨을 쉬며 달리고, 달리고, 또 달렸다.


그런 꿈들을 꾸는 날이면 어색하지도 않게 나는 가위에 눌리곤 했고, 꿈에 너무 깊게 취해 아침에 쉽게 일어나지 못할 때가 많았는데, 그런 날들이 한참 반복되던 어느 날 나는 꿈속에서 마치 무서운 영화 속에 나오는 심령술사 같은 사람들이 귀신이나 악령들을 쫓아낼 때 외우는 주문 같은 소리들이, 내가 아버지에게 잡혀 곧 죽게 된다거나, 다치게 된다거나 하는 기가 막힌 절정의 상황에서 마치 재생 버튼이 눌려진 카세트 세트에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을 때처럼 재생되는 것을 경험하기 시작했다.


"Like experiencing real saviour."



무겁고 낮은 톤의 목소리가 다소 무섭게 들리기도 했지만 꿈속의 무시무시한 아버지는 그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 어쩐 일인지 더 이상 나를 위협하는 힘이나 강도 같은 것에 있어서 그 기력을 잃은 것만 같이 보였고, 그것이 한참이고 반복되던 어느 날 나는, 번번이 꿈속에서 나를 해치려 하는 나의 아버지로부터 나를 구해주는 그 존재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기 위해, 꿈속에서 소리의 출처를 따라 끊임없이 걷고 걸었고 눈을 떴을 때 나는 잠에서 깼고, 내 머리맡에서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내 머리 위에 올리신 채 두 눈을 꼭 감은 채 간절히 기도하시는 '할머니'의 얼굴을 보았다.






지독한 감기에 걸려 아픈 아이를 데리고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다 응급실에 가, 아이를 안고 의사가 빨리 내 아이 좀 봐줬으면... 하는 생각으로 하렴 없이 초조하게 기다리는 데, 문득 다리를 정중하게 꿃고 두 손을 꼭 쥐고 아이가 지금 당장 덜 아프게 해 달라고, 빨리 낫게 해 달라고 간절하게 '기도'를 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몸이 너무 편찮으셔서 이젠 교회에도 잘 나가실 수 없으실 만큼 노약해지신 할머니와 그 옛날 내가 매일 꾸던 지긋지긋하게 무서운 악몽으로부터 늘 나를 구출해 내던 기적 같던 그때 그녀의 기도가 갑자기 생각이 나, 아이를 붙잡고 응급실의 한 구석에서 소리 없이 울었다.


'기도하는 것'은 생각보다 소박한 열망에 관한 제스처이지만 또 생각보단 더 절박한 상황에서 오는 제스처이기도 하다.


할머니는 그때 얼마나 간절했던 걸까...



14276411_1430348140314789_562056016_n.jpg artwork by Yaskina Valentina







그 때는 그 시간들이 아주 오랫동안 내 인생에서 지속되리라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그곳에서부터, 그 시간으로부터 나는 참 멀리도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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