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다 쓰고 난 후 여유
브런치라는 공간에 글을 쓰기 시작한 지 1년이 다 되어가는 것 같다. 엄마로 3년을 살면서 내 안에 꿈틀거리는 욕구를 무시할 수 없었다. 엄마로 살면 아이를 돌보는 시간은 늘어나는 대신 나를 돌보는 시간은 줄어든다. 여유를 부리며 tv앞에 앉는다던가 (앉더라도 아이 채널을 시청해야 함) 음악을 듣는다던가 책을 본다던가...
엄마가 되고 보니 이런 것들이 여유가 아니라 생존의 욕구가 되었다. 무언가를 읽고 내 마음을 표현하는 것 자체가 내가 숨쉬기 위해 해야 했던 것들이었다. 그냥 일기장에만 쓰는 것도 좋았지만, 여기다 쓰면 더 잘 쓰고 싶었다. 그리고 더 오래 쓰고 싶었다. 아마도 공감받고 싶었기 때문인 것 같다. 나의 글을 누군가 읽고 공감해 줄 것을 더 기대하게 되었다.
'매주 2회씩은 글을 쓰자'라고 결심한 후 한동안 충분히 글을 쓰는 시간을 즐겼다. 시간이 조금 지난 후에는 조금 더 제대로 쓰고 싶어졌다. 아니 제대로 알고 싶어졌다.
'주절주절 마음에 관해 쓰는 것은 좋아. 그런데 진짜 네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뭐야?'
나는 나를 잘 모르고 있었다.
공백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도 주 1회는 썼던 글들을 쓰지 않으면서 나는 몹시 쓰고 싶었다. 그런데 정말 여유가 없었다. 나 자신을 좀 더 잘 알기 위하여 열심히 책을 썼으니까. 이번에는 주제를 가지고 목차를 세분화해서 조금 더 형식에 맞춰서 글을 썼다. 매일 썼다. 그간 이사를 하고, 이사하는 동안 집이 없어 엄마 집에 머무르면서, 많은 일들이 있었다. 몇 달 만에... 아주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 일들을 끄집어내면 아마 이야기가 산으로 갈 것 같아서 그냥 많은 일이라고 적어두어야 할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썼다. 100여 페이지를 쓰고 난 후에야 내가 진짜 하고 싶은 말 한마디를 찾아냈다. 그리고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도 알게 되었다.
하고 싶은 것, 일기, 음악 감상, tv 시청 그 외에도 내가 벌였던 많은 일들을 고이 접었다. 대신 내가 하기로 한 일에 나를 몰아넣으며 보냈다. 어제 퇴고를 마쳤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내가 좋아하는 주절주절 내 마음을 늘여놓는 자유글쓰기! 목차도 없고 주제도 없다. 아마도 이렇게 글 쓰는 게 나에게는 힐링인 것 같다.
공감받는 것은 좋지만 공감이 목적이 되면 글쓰기도 힘들 때가 있더라.
그냥 글 쓰는 자체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니 언제나 초심을 잃지 않고 싶다.
2021년 내가 목표로 한 일은 하나 이루었다. 그 외에도 이루고 싶은 것들은 많지만.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위해 사는 일. 때로는 힘들고 지친다. 그런데 왜 하냐고?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내가 나를 더 사랑하기 위해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나는 엄마라는 터널을 통해 알았다.
남에게 의존하고 남에게 인정받으려 하지 말자.
내가 나에게 하는 말이다.
그렇게 살다 보니 아프고 마음이 우울했다.
그래서 빠듯하지만 시간을 아껴 쓰고 놀고 싶지만 조금 참고 (놀 줄은 잘 모른다) 더 자고 싶지만 일찍 일어난다.
우연은 없지 않은가. 나는 지난해 여기 글을 쓰는 것을 시작으로 많은 도전을 했다. 누군가에게는 늘 해오던 것들일 수 있다. 하지만 소심하고 내성적인 나에게는 아주 큰 성취였다.
아주 작은 시작이 결국 새로운 길의 시작이다.
오늘 당신의 시작도 그러하길. 이렇게 갑자기, 마음으로 빌어본다.
오늘 다시 이 하얀 여백에 글을 쓸 수 있어서 참 좋다.
참으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