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관하여>를 읽고
“난 가끔 답답해. 사람은 말이야. 하루에 30만명 정도가 죽고 그만큼 태어나. 누구든 언제나 죽을 수 있다는 거지. 죽음은 그리 멀지않아. 어렵지도 쉽지도 않고 그냥 있는거지, 곁에. 두려울 수 있어. 생각조차 하기 싫을수도 있지. 그치만 ‘죽음’에 대해서 알아야 할 건, 현실이란 거야. 부정적, 긍정적을 떠나 그냥 있다는 사실말야. 항상 곁에있어. 기다리거나 쫓지도 않지. 말 그대로 그냥 있어. 생각하지 않으려 하면 분명히 후회 해. 지금의 너처럼. 죽음은 나와 상관 없다고. 먼 미래니까 지금은 괜찮다고 생각하는거지. 그냥 알고만 있으면 돼. 그것만으로 변할거야. 후회하지 않으려면 알고 있어야 해.”
“사람들은 역시 이상해. 어떤 죽음을 기대했어? 먼저 물어볼게. 니가 생각한 너의 인생 마무리는 어떤거였어? 병원에서 병을 앓다가 가족들 앞에서? 늙어서 의자에 앉아 편안하게? 사람들은 안일하거든. 굳이 어렵게 죽음을 생각하지 않아. 자신의 마지막은 너무나도 긍정적이지. 그러니까 조심하질 않는거야. 심지어 실제로 봐도 마찬가지야. 안 좋은 기억이라며 잊어버리기 바빠. 너무나도 남의 이야기라 생각하지.”
몇 년에 한 번씩 종종 읽는 만화였다. 죽음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고 있을 때 읽으니 달라 보이는 점들이 있었다. 새롭게 보이는 것들, 와닿는 대사들이 많았다. 제일 기억에 남는 메시지는 ‘죽음은 항상 곁에 있다는 것’이다. 내가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죽음은 나와 함께했고 함께할 수밖에 없는 것.
<죽음에 관하여>를 읽으며 가장 몰입했던 부분은 '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되는 이야기를 다룬 부분이었다. 만약 내가 사고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면 어떨까? 갑작스러운 죽음일 것이고, 그만큼 준비된 게 하나도 없을테니 내 주변 사람들이 많이 힘들 게 분명하다. 그리고 나는 사고를 당하기 직전에 정말 많은 생각들이 들 것 같다. 남들에게 보여지면 안 되는 물건들, 기록들, 이런 게 하나하나 다 떠오르기도 하고 후회하는 일들도 많을 것 같다. 보고 싶었던 사람들을 보지 못했던 것, 고맙다고 미안하다고 말하지 못한 것, 맛있는 걸 먹지 못한 것, 유튜브만 보다가 잠든 것, 책을 다 읽지 못한 것 등등… 짧은 순간에 모든 것들이 스쳐지나갈 것 같다. 아마 사고로 죽으면 내 죽기 전의 감정은 정말 복잡하다 못해 터져버리지 않을까. 아직은 죽으면 안 될 텐데.
- 2021년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