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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아기 그리고 형아

"코코한테 그러지 마"

by 쭈우


늦둥이 아기는 벌써 10개월이 됐다.

고양이 코코는 8살이.

여전히 아기는 코코랑 제일 친하게 지내고 있다.

친하게 지낸다는 건 아기와 상대를 해준다는 걸 의미한다.

코코의 진짜 마음은 나도 알 수가 없다.



봄이 같은 경우는 만지기라도 하면 매섭게 노려보며 더 이상 다가오면 안 된다고 눈으로 감정을 표현한다. 그 감정을 알 리 없는 10개월 아기인간은 기어이 손을 뻗어 털을 만지려 하고 봄이는 이내 손길이 귀찮은 듯 후다닥 피해버린다.


거참 같이 놀아봅시다 봄이형님
저리가! 너 내 털 뽑을거잖아!

아무리 다가가도 금세 도망가버리는 봄이의 마음을 아는 듯 아기도 봄이에게는 좀처럼 다가가지 않는다.

그렇다면 오로지 타깃은 순둥이 코코다.



뽀로로를 볼 때도 코코에 기대어 보기도 하고 낮잠을 자고 있는 코코의 털에 입을 대보기도 한다. (.... 털을 입에 왜 대는 거니...ㅠㅠ)

손힘이 세지면서 힘 조절이 안될 때면 코코의 털을 한 움큼씩 뽑기도 한다.

잠깐 한눈판 사이 아기 손가락 사이사이 코코털이 가득하다.


순둥이 코코는 그저 기분이 좋은지 골골송을 부른다. 코코는 아기가 자기를 해치지 않을 걸 알고 있는 걸까?

아기가 좋은 걸까? 귀찮고 싫을 텐데...


코코를 만지는 건 그렇다 치고 코코의 털을 잡아당기거나 코코가 불편해할 상황이 생겼을 때 눈에 불을 키고 달려오는 건 첫째다.


"안돼 안돼 코코 털 잡지 마! 형아한테 와! 코코한테 그러지 마...!"


"엄마 얘 좀 말려봐. 애기가 지금 지금 털 뽑으려고 한다니까? 아 코코 너무 불쌍해..."






중학생이 되는 첫째와 코코는 아주 각별한 사이다.

유치원에 다닐 무렵에 코코와 만났으니 코코와는 거의 7년을 함께 했다.

7년간 코코는 아이의 제일 친한 친구가 되어줬을 것이다. 기쁜 일. 속상한 일, 엄마 아빠가 미울 때도 코코에게 털어놓고 위로받았을지 모른다.

아이의 모든 유년 기억은 코코와 함께다.


그런 둘도 없는 코코를 막둥이가 저리 장난감 다루듯 대하고 있으니 첫째는 음이 아파 어쩔 줄 른다.


난 그저 막둥이와 코코가 귀엽다고 생각했다.

코코도 아기를 해치려 하지 않고 아기의 손길을 피하지도 않다. 게다가 골골송까지 부르고 있으니 기분이 썩 나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코코보다는 아기의 위생만을 신경쓴게 사실이다.

나는 첫째의 말을 듣고 한없이 부끄러워졌다.


"그래 맞아. 어쩌면 코코도 아프고 귀찮을 거야.

아직은 아기가 힘조절이 안되니까 코코를 편하게 할지도 몰라. 코코를 예뻐해 주며 쓰다듬는 걸 가르쳐주자! 근데 언제나 알아들으려나...

시간은 조금 걸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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