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수업에서 브런치글을 만나다.
나는 일본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친다.
내 수강생들은 한국어만으로도 무리 없이 대화가 가능한 수준의 수강생들이 많다.
수강생들은 일상적인 대화가 가능하지만 더 많은 어휘와 표현들을 배우고 싶어 한다. 자신의 언어 수준을 보다 더 높이고 싶은 거다.
시중에 나온 한국어 교재들은 수준이 올라갈수록 고급 어휘들이 많이 나온다. 사실 교재의 내용 또한 어려운 주제가 많아서 가르치는 나도 따분해지기 일쑤다.
(사실 수강생도 나도 관심이 없는 주제가 많다. 역사, 과학, 사회 등의 전문분야 글이 많다)
내 수강생들은 취미로 수년간 공부하신 분들이 많다. 흥미를 잃지 않고 꾸준히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을만한 자료가 없을까?
학생들의 어휘 수준은 늘리면서도 재미있게 읽힐만한 글이 필요했다.
그러다 우연히 브런치의 글을 읽게 됐다.
브런치가 어떤 곳인지 몰랐던 나는 브런치 글들을 읽으면서 "유레카!"라고 외치고 싶었다.
'이거 읽기 교재로 쓰면 딱이겠다..'
브런치글은 길지도 짧지도 않은 적당한 길이의 글이 대부분이고 한국인이 실제로 쓰는 표현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수강생에게 URL 공유가 가능했고 인터넷 게시글임에도 문법과 맞춤법이 완벽했다.
아마 언어 공부를 오래 해본 사람은 이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정도 언어를 공부하면 원서로만 된 에세이나 소설을 읽고 싶어 한다.
하지만 막상 원서책을 읽으려고 하면 자신의 언어 능력과는 동떨어진 어휘와 방대한 페이지량에 한두 페이지 열심히 읽고 질려버려 끝까지 읽기를 포기해 버리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수강생들에게 브런치글은 최적의 교재임이 틀림없었다.
수강생들은 생각보다 읽기 수업을 좋아한다.
수준에 맞는 좋은 읽기 자료를 계속 제시하는 것도 나의 업무 중의 하나다.
나는 일상생활의 에피소드를 담은 에세이 위주로 수강생의 관심사와 한국어 실력에 맞춰 글을 고르고 골랐다. 읽기 수업이 끝나고 글의 내용에 대해 서로의 의견도 나눌 수 있었다.
그게 나와 브런치의 첫 만남이다.
그렇게 수업을 한지 몇 년이 지났을까.
나는 출산을 하고 일을 잠시 쉬고 있다. 시간적 여유가 생겨버린 나는 나도 브런치에 글을 쓰고 싶어졌다.
브런치에 글을 쓰기 위해서는 작가 신청을 해야 한단다. 운이 좋게도 바로 승인이 됐다.
브런치는 작가 승인을 받아야만 글을 쓸 수 있는 곳이었구나. 그동안 내가 수강생들과 열심히 읽은 모든 글들이 이런 과정을 거쳐 쓰인 글이라고 생각하니 작가님들에게 교재료라도 드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렇게 나는 한국어 교재로써 브런치를 알게 되고 이제는 나도 작가가 되었다.
오늘도 나는 '이 글 읽기 수업에 쓰면 재미있겠는데.'라는 마음으로 브런치 글을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