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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자 JS MIN Aug 18. 2016

사랑하는 그녀

1997년 8월 18일 그녀와 첫 만남이 있었던 날.


그녀와 인연은 그 일이 있고 난부터 시작이었던 것 같다.


어느 일요일 천안 아라리오 극장 앞 횡단보도 길 건너편에 신호를 기다리며 서 있는 그녀와 우연히 마주쳤다.


도로를 사이에 두고 빨간 신호등에 발목이 잡힌 채 미니 스커트를 입고 수줍게 서 있던 그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어떻게 아는 척을 해야 할지 고민하며 초초한 마음으로 반대쪽 신호를 기다리던 나.


'띠리릭~ 띠리릭~' 소리와 함께 신호가 바뀌면서 살짝 상기된 마음으로 그녀를 향해 길을 건너던 순간 그녀 옆에 있는 한 남자가 내 눈에 들어왔다.

생각지도 못해던 장면에 당황한 난 홍당무처럼 빨개진 얼굴을 숙이고 아는 척도 하지 못한 채 스쳐 지나갔다.


이전에 난 그녀에게 그다지 관심이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그녀 옆에 있는 남자를 본 뒤로 질투심이 생기고 시간이 지나도 그 순간이 영화에 한 장면처럼 뇌리에 박혀 지워지지 않았다.


내 마음을 확인 한 난 그녀에게 용기 내어 고백했다. "결혼을 전제로 사귑시다" 그녀는 날 어이없는 놈 취급하면서 싫다고 하였지만, 포기하지 않고 10개월간 그녀를 쫓아다녔다.


10개월간의 노력 끝에 한강 고수부지에서 그녀의 허락을 받아내었고,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던 그때를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그녀 나이 24살, 내 나이 29살에 결혼을 하였다.


몇 달 전부터 몸이 안 좋았던 아내는 중국 병원에서 몇 가지 검진받은 결과 고지혈, 고혈압, 당뇨 등을 조심하라는 충고와 함께 약을 받아왔다.

한동안 먹는 음식 조절과 꾸준한 운동을 하면서 8월 초 방학한 아이들을 데리고 먼저 한국에 들어가 종합 검진을 받았다.


핸드폰 진동이 울리며 아내에게 한통의 메시지가 들어왔다. '위에 무언가 있어서 조직검사 중이야. 나중에 수술할지도 몰라'

덜컥 가슴이 내려앉으며, 한동안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다시 마음을 추스르고 아내와 통화를 하고, 1주일 후 조직검사가 나올 때까지 결과를 기다려야 했다.


하루 종일 아내 생각만 났다. 아내에게 연락받은 처음 하루는 일이 손에 잡히지도 않고, 오만 잡가지 생각이 들면서 아내 얼굴이 눈 앞에 아른아른 거렸다. 연애할 때 빼고는 결혼하고 나서 하루 종일 아내 생각만 하기는 처음인 것 같다.


너무나도 길게 느껴지는 1주일. 어느덧 1주일 지나 아내로부터 다시 받은 연락 한통 '위에 조직은 물혹이고 너무 많아서 의사하고 상담 후 몇 차례 제 게하고 2~3개월 후 다시 확인해 봐야 한다고 해'


다행히 더 큰 병이 아니어서 마음속으로 너무 감사했다.


항상 내 곁에 있는 그녀이기에 너무 소홀하게 지냈던 바보 같은 나.


아내에게 사랑한다는 백마디 말보다 그녀에게 진짜 필요한 사랑이 뭔지 잘 모르고 지냈던 나.


소중한 사람이 아프고 나서야 소중함을 뒤늦게 알게 된 어리석은 나의 곁에 있는 그녀에게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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