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시작은 거창한 천기저귀 입문기

새내기 작가의 천기저귀, 첫 번째 이야기

by 덕순


어느 날 심심풀이로 했던 심리테스트에서 나를 딱 알아맞힌 단어가 있었다.


'게으른 완벽주의자'


완벽주의자면 부지런해야 하는데 게으른 건 뭐냐 하면, 완벽하게 끝내지 않을 바에야 차라리 처음부터 안 하고 마는 이상한 오기가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그렇지만 나는 처음 마음먹기가 무척 어렵다.


무얼 하던지 목표는 저기 하늘 너머 천상계에 가 있고, 내 수준은 이제 막 땅에서 발돋움을 하려던 차였다.


그 간극에 이미 지쳐버려서 포기해버리기 일쑤였다.




처음 이곳에 글을 쓰기 시작할 때도 그랬다.


'세상에 이렇게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 많다니...'


다른 작가들의 글을 읽을 때마다 나는 그 글에 심취하지 못하고

그 사람들보다 훨씬 부족한 내 위치를 바라보며 절망감에 심취했다.


'이미 이렇게 좋은 글들이 많은데 누가 내 글을 읽겠어?

나중에 꼭 내 이름으로 책을 출간하고 싶은데...

내가 원하는 목표는 너무 높고, 지금의 나는 고작 이것밖에 안되는구나.'


그래서일까,

브런치 작가에 도전하는 일은 나에겐 너무 어려운 과제였기 때문에 지금도 내가 이곳에서 글을 쓸 기회를 얻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언젠가 나는 나와 같은 사람이 공감해 주길 바라며, 이런 생각을 남겨보았다.


<작은 꿈>

내가 도전하는 분야가 무엇이든,
완벽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완벽하고 싶다.

현실은 이제 막 시작한 햇병아리인데,
내가 바라보는 것은
저 멀리 정상에 있는 사람들이다.

시작도 전에 정상을 보고 좌절한다.

지금 내가 서 있는 곳과
내가 바라보는 곳 간의 괴리감에 좌절한다.

그 극간을 채우기 위해 무던히 노력해도,
어떤 분야든지
정상에 있는 누군가를 보면
어쩐지 시작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후회감이 몰려온다.

어떤 수를 쓰더라도
정상에 오르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에
먼저 포기하고 만다.



그래서 날마다 스스로에게 바라본다.
정상을 바라보지 말고, 한 발자국 앞을 바라보자.

한 발자국 나서면
어제의 나보단 앞서 나갔을 테니.
또 한 발자국 나서면
또 그 어제의 나보다 앞서 나가고,
그렇게 걸어 나가다 보면,

언젠간 정상까진 못 오르더라도
그 근처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라고.


꿈은 크게 가지라지만,
세상에는 나처럼
매일매일 작은 꿈을 꿔야 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글을 쓰는 지금, 내 작은 바람이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다.


그것은 바로 브런치에서 글을 쓸 수 있게 된 것과

덕순이에게 매일매일 하얗고 보드라운 천기저귀를 입혀주게 된 것이다.




임산부 시절, 주말에 남편과 데이트 겸 베이비페어를 참 자주 갔다.


그곳에선 세상 모든 브랜드의 육아용품들이 총집합해 있었는데, 초산인지라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았었다.


이것저것 구경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도 몰랐고 아직 쓰려면 한참 남은 것을 알면서도 냉큼 질러버리는 것들도 많았다.


(덕순이가 16주 차 밖에 안 되었을 때 사버린 범퍼 침대가 그중 하나다.)




베이비페어에서 또 정신없이 구경을 하던 어느 날,

대나무 손수건으로 유명한 브랜드에서 손수건을 잔뜩 사면서 브로셔를 가져왔는데

재미있는 게 눈에 띄었다.


'천기저귀? 이걸 진짜 기저귀처럼 쓴다고?'


그동안 내가 배운 바로는

천기저귀는 사각형으로 크고 얇은 천인데 진짜 기저귀로 쓰는 게 아니라 아기 속싸개 대용으로 쓰는 것이었다.


얇고 커서 흡수도 잘 되고 마르기도 금방 말라서

목욕 타월이나 쿠션 위에 깔아주는 깔개 용도로 쓴다고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걸 진짜 아기 기저귀에 넣어서 똥이랑 오줌을 다 받아낸다니,

그 많은 빨래는 어떻게 하는 거지?

믿기지 않았지만 어쩐지 나는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란 말 보다

'쓰면 쓸수록, 쓰길 잘했다.'라는 말이 더 인상 깊었다.


브로셔를 자세히 읽어보았을 때, 이때까지 내가 알던 천기저귀와는 조금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속싸개로 쓰이는 얇고 넓은 천기저귀


기저귀로 쓰이는 땅콩 모양 천기저귀


아기 기저귀에 쓰이는 천기저귀는 가운데가 움푹 파인 땅콩 모양의 동그란 천이었고 그 천 위에 커버를 덧씌우는 방식이었다.


내가 우려했던 것보단 다행히 쉬워 보였다.


아기가 하루에 똥 오줌을 몇 번 쌀지는 잘 모르지만

원래 알던 그 넓은 천기저귀를 쓴다면 하루에도 빨래 양이 어마어마할 것 같은데

이런 땅콩 모양 천기저귀라면 크기도 작아서 덜 부담스러울 것 같았다.


'땅콩 모양이 작고 귀여워서 써보고 싶은데... 한번 알아봐야겠다.'


이렇게 나는 또 스스로 고생길을 열어보았다.




'쓰지 마세요. 한번 썼다가 너무 힘들어서 다시는 안 써요. 당근 마켓 가보시면 그런 상품들 되게 많아요.'


맘 카페에 천기저귀에 대해 검색해보면 대부분 이런 부정적인 글들이었다.


직접 경험해본 엄마들의 조언이라 더 와닿았다.

먼저 아기를 낳아 본 지인도 아기가 싸는 똥이 생각보다 정말 많다고 천기저귀는 못 할 짓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나는 어딘가 한번 꽂히면 좀처럼 헤어 나오질 못했다.


'나쁜 말 말고, 어디 좋은 말은 없나?'


검색에 검색을 한 결과, 천기저귀를 쓰는 엄마들의 커뮤니티 카페를 알게 되었다.


'그래. 여기라면 천기저귀를 쓰고 있는 사람들의 솔직한 이야기가 있겠지?'


과연 예상대로, 그 카페에는 천기저귀에 대한 많은 정보가 있었다.


천기저귀의 종류, 세탁 방법, 잘 쓰는 요령 등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는데

내가 처음으로 알아본 땅콩 모양의 기저귀 말고도 종류가 참 다양했다.


참 많은 엄마들이 아기의 소중한 엉덩이를 위해 매번 빨아 쓰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천기저귀를 사용하고 있었다.


만삭의 배를 하고 있지만 가만히 누워있는 게 더 불편해서 더 부지런을 떠는 나였기 때문에 이 정도쯤은 할 수 있겠다 하는 자신감이 생겼다.




'일단 사두면 돈이 아까워서라도 쓸 거야.'


그 뒤 주말 나들이 겸 베이비페어를 갔을 때 나는 먼저 사놓고 보자 하는 마음으로 땅콩 모양 천기저귀를 스무 장이나 사 버렸다.


천기저귀를 처음 시도해보는 엄마를 위한 5장 체험팩이 있었지만,

'하면 하는 것이고 안 하면 아예 안 하는 거야'란 신념이 있는

게으른 완벽주의자인 나에겐 어설프게 간 보는 구성은 성에 차지 않았다.


땅콩 기저귀 20장에 기저귀 커버 두 장 해서

13만 9천 원.


만만치 않은 금액이었지만 그때의 나는 하루 종일 천기저귀를 쓰겠다는 의지에 불타올랐다.


괜히 이렇게 많이 샀을까 하는 후회는커녕,

하루 종일 쓰려면 20장은 모자랄 것 같아 더 살 걸 그랬나 하는 후회가 들었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당근 마켓에 포장도 안 뜯은 새 상품이 올라와서 얼른 사 버렸다.


그렇게 나는 아기가 태어나기도 전에 천기저귀 30장에 기저귀 커버 3장을 든든히 갖추었다.


예쁘게 말라가는 천기저귀

이왕 쓸 거 간 보면 안 된다며 모두 포장을 뜯고 깨끗이 세탁을 해서 말려두기까지 했으니

이 정도면 천기저귀를 무조건 써야 하는 상황을 스스로 만든 셈이었다.




쓸 때까지 지퍼백에 습기제거제를 넣고 밀봉해서 보관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내 마음을 든든하게 했던

이 천기저귀들은 덕순이가 태어나고 백일이 넘도록 내 마음의 짐이 되어 나를 무척 불편하게 했다.


'완벽'과는 한 참 거리가 먼 '엉망진창' 천기저귀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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