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수면교육? 한국에선 어림도 없지

멍청하고 부지런한 수면교육, 첫 번째 이야기

by 덕순


'삐뽀 삐뽀'


곤히 잠든 덕순이를 침대에 눕히는 순간, 내 귀에만 들리는 등 센서의 경보음이 울렸다.

덕순이의 등 센서가 엄마가 눕히는 순간을 감지한 것이다.

그 찰나의 순간에 덕순이는 눈이 번쩍 떠졌고 순식간에 앙칼진 울음을 터트렸다.


덕순이의 울음소리에는 나를 감히 눕히려 했다는 괘씸함과 분노가 느껴졌다.

나는 서둘러 다시 덕순이를 일으켜 안고 연신 '미안해, 미안해'를 외치며 다독였다.

한참을 부둥켜안고 둥가 둥가를 해주니 덕순이는 아직 화가 남았는지 씩씩거리다가 다시 잠을 잤다.


생후 16일 된 덕순이를 안고 집으로 돌아온 날부터 낮잠 시간마다 이 전쟁 같은 의식이 반복되었다.


'이상하다... 조리원에서는 엄청 순하다고 선생님들이 칭찬해주셨는데...'

한참을 안고나서야 겨우 잠이든 덕순이를 보며 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어디 조리원 시절만 그랬을까?

따지고 보면 내 뱃속에 있었던 시절에도 혼자서 잘 잤을 텐데... 지금은 도대체 뭐가 불편해서 혼자서 잠이 못 들고, 잠이 들어서도 눕는 것을 싫어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이렇게 답답해질 때마다 나는 덕순이를 낳기 전까지 '수면교육'에 대해 열심히 받아 적고 공부했던 지난날이 후회됐다. 공부하나 안 하나 똑같은데, 이럴 줄 알았으면 나가서 커피 한잔이라도 더 하고 올 걸.




찜통 같은 더위에 때아닌 가을장마까지 늘어졌던 지난 8월,

나는 만삭의 몸으로 밖에 나가는 것이 몹시 힘들어서 하루 종일 집에서 쉬면서 책을 읽고 유튜브로 육아 관련 영상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그중에는 수면교육에 대한 영상도 있었는데, 요즘에는 아기 있는 집 중에 수면교육을 안 하는 집이 없다는 말을 들었던지라 관심이 많았었다.


'아기 재우는 게 어렵나? 그냥 아기 자면 깰 때까지 조용히 하면 되는 거 아닌가?'

수면교육에 대해 알기 전까지 난 아무것도 몰랐었다.

하지만 유튜브 영상과 함께 <프랑스 아이처럼>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앞으로 나에게 다가올 무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바로 아기는 스스로 자는 것을 몹시 힘들어한다는 것이었다.




덕순이를 만나기 전, 수면교육에 대해 미리 공부한 것들은 다음과 같다.


열 달 동안 엄마의 뱃속, 그것도 따뜻한 양수 속에 거꾸로 있었던 아기는 태어나서 처음 중력을 느낀다. 무중력의 공간에만 있다가 처음으로 중력이 느껴졌을 때 아기가 느끼는 압박감은 생각보다 크다.

게다가 그동안 엄마의 자궁이 아기를 아늑하고 포근하게 감싸줬는데, 태어나보니 팔다리는 제멋대로 허우적거리고 등을 대고 똑바로 누워 자라고 하니 아기 입장에선 엄청난 스트레스가 아닐 수 없다.

설상가상으로 백일까지 태어난 당시의 몸에서 두 배가 커지는 급성장기를 겪으면서 성장통까지 앓는다. 이쯤 되면 잘 자는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기는 적응을 해야 한다. 잠을 자야 할 때에 등을 대고 누워 자야 하고, 갑자기 잠에서 깨더라도 다시 잠이 들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을 알려주는 것이 수면교육이다.


수면교육을 받고 아기가 스스로 잠을 잘 자게 되면 엄마도 그동안 지친 몸을 쉬고 체력을 재충전할 수 있다. 푹 자고 일어난 아기는 기분이 매우 좋은데, 엄마도 체력을 보충했으니 육아에 다시 전념할 수 있다.

엄마와 아기가 모두 잠을 잘 자고 행복하게 놀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 수면교육의 목표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알게 된 수면교육의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엄격함의 정도에 따라 나뉘는 듯했다. 그리고 여러 방법의 가장 공통된 원칙이 있었다.


'아이의 울음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말 것.'


수면교육을 하면 아기는 어쩔 수 없이 울게 된다. 잠을 자는 게 힘들어서 엄마를 찾는 건데 엄마가 갑자기 자기를 달래주지 않으니 아기 입장에선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냉정해야 한다. 운다고 아기의 요구를 다 들어주면 수면교육은 실패하게 된다. 일관성 있게, 침착하게 아기가 스스로 잠을 잘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안아 달래고 진정되면 눕히는 안눕법, 눕힌 상태로 쉬-소리를 내며 토닥여주는 쉬닥법, (가장 엄격해 보이는) 엄마가 아예 방을 나와서 일정한 시간에만 얼굴일 비춰주는 퍼버법 등이 잘 알려져 있다.


<프랑스 아이처럼>에서는 세분화된 방법을 소개하고 있지는 않지만, 아기의 울음소리에 바로 반응하지 않고 잠시 기다리는 'La pause'에 대해 소개한다.


코헨에게 있어서 이 '라 포즈(La Pause, 잠깐 멈추기)'는 매우 중요하다. 그는 이것을 일찍부터 사용하면 아기의 수면에 커다란 차이를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 책에서 이렇게 썼다. '늦은 밤 일어나는 소란에 부모가 조금만 덜 반응하면 아기는 대체로 잘 잔다.' 하지만 곧장 달려가는 부모일수록 그 아기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반복적으로 깨기 쉽다.'
-출처: 프랑스 아이처럼-


결국 수면교육을 하면 초반에는 아기가 울겠지만 적응을 하면 할수록 우는 횟수와 시간이 줄어들고 잠을 잘 잘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덕순이를 낳기도 전에 수면교육에 대해 많은 것을 예습했지만, 결과적으로 덕순이의 수면교육은 제대로 시도도 하지 않고 실패해버렸다.

(실패라는 말이 어감이 좋지 않은데, 어쨌든 덕순이는 지금 수면교육 없이 잘 자고 있다.)

실패인 듯 실패 아닌 실패 같은 우리들의 수면교육은 제대로 시도하기에는 너무 큰 난관들이 있었다.


가장 먼저, 우리가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La Pause'를 하는 프랑스라면 몰라도, 한국은 많은 사람들이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때문에 우리 모두는 늘 층간소음의 피해자이자 가해자가 된다. 우리 아파트는 시멘트를 얇게 바른 건지 위층의 쿵쿵대는 발 망치 소리, 늦은 밤 샤워하는 물소리, 방문을 쾅 닫는 소리까지 다 들린다. 이런 곳에서 한 밤중에 덕순이가 비명을 질러가며 울면 그 울음소리는 건물 전체에 쩌렁쩌렁 울릴 것 같았다.

때문에 덕순이가 조금이라도 울 것 같으면 나는 'La Pause'고 나발이고 벌떡 일어나 달래주기 바빴다. 위층 아래층 모두가 한 밤중에 덕순이의 울음소리를 듣는다고 생각하면 일부러 달래주지 않고 잠깐 기다려야 하는 그 순간이 견딜 수 없었다.


그리고 또 하나, 덕순이의 성격이었다.

이론적으로 모든 아이들은 수면교육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을 견디는 것은 아기마다 차이가 무척 크다. 타고난 성향이 한몫하는 것 같다.

어떤 아기들은 따로 교육을 하지 않아도 잠을 무척 잘 잔다. 또 어떤 아기들은 아무리 어르고 달래도 잠을 잘 들지 못한다.

그중에 우리 덕순이는 조금 특별했다. 기분에 따라 잠을 잘 자는 날도 있고 잘 못 자는 날도 있었는데, 항상 같은 점이 있다면 엄마가 달래주지 않으면 분노가 섞여서 울음소리가 더 커진다는 것이었다.

이론적으로 아기들은 울어도 가만히 내버려 두면 알아서 울음을 그치고 잔다고 한다. 하지만 전 세계 모든 아기들의 성향이 다 제각각인지라 나는 이 말에 동의할 수가 없다. 울음을 그치기는커녕, 더 화가 나서 경기를 일으킬 것 같이 우는 아기들도 있다. 그중에 하나가 덕순이었다. 잠깐 안아서 토닥여주면 금방 울음을 그치고 잠을 자는데 굳이 알아서 그칠 때까지 기다려야 할까?

집이 떠내려가라 울다가도 엄마가 달래주기만 하면 울음을 뚝 그치는 덕순이를 보며, 우리 아기는 타고난 성향이 엄마에게 의지를 많이 하나보다, 하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덕순이가 울 때 침착하게 왜 우는지 이유를 찾아내기에는 내가 너무 부족했다. 나도 엄마가 처음이라 덕순이가 뭐 때문에 우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만약 덕순이가 잠에서 깨서 우는 게 정말 아무 이유 없는 거라면 한 번쯤은 독하게 마음을 먹고 스스로 다시 잘 때까지 기다렸을 법도 하지만, 정말로 아무 이유 없이 우는 게 맞는 건지는 확신이 서지 않았다.

'혹시라도 배고파서 우는 거면 어쩌지?'

'아니면 어디가 아파서 우는 거면 어쩌지? 원래 이 시기 아기들이 배앓이를 자주 한다는데...'

목청 터져라 우는 덕순이를 침착하게 바라보며 정확한 원인을 찾기에는 나는 너무 초보 엄마였고,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덕순이를 안고 달래주는 것뿐이었다.


이토록 할 수 없는 이유들이 너무 많은 수면교육 대신, 나는 내 마음이 편해지는 길만을 쫓아 걸었다.

엄마가 항상 품 속에 안아주는 덕순이가, 혼자 알아서 잠을 잔다는 것은 너무 어려운 과제였기에 매일매일 덕순이의 등 센서와 전쟁을 치르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이렇게 나는 세간에 알려진 용하다는 수면교육들을 모두 뒤로하고 덕순이와 함께 '멍청하고 부지런한' 나만의 수면교육을 만들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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