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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수민 라이트랩 Dec 21. 2020

골든아워(Golden hour)를 아시나요?

하루에 두 번,  모두에게 주어지는 선물 같은 빛의 시간



최근 어떤 자리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았다. "반복되는 일상 속 기분전환을 위해 찾아가는 나만의 공간이 있나요?" 갑작스러운 질문에 잠시 고민을 했다. 고개를 몇 번 갸우뚱거렸지만, 특별히 찾아가는 나만의 공간이 떠오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기분을 전환시켜주는 특별한 '시간'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다. 그게 도시의 어디든, 아니 도시를 떠나 지구 위 어디에 있든지 간에 모든 곳을 특별하게 만드는 시간 말이다. 나는 대답했다.




"저는 해 뜰 무렵과 해 질 무렵에 산책하는 것을 즐깁니다. 장소는 상관없어요. 이 시간에는 어느 곳이든 아름다워지거든요.”




하늘의 태양빛은 직사광 와 천공광,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태양 빛의 두 가지 얼굴] 참고) 낮시간 동안 이 두 가지지 빛은 흰색과 푸른색을 띤다. 하지만 해 뜰 무렵과 해질 무렵의 직사광은 짙은 노란빛을 내며, 하늘     은 어떤 때보더 푸른빛으로 빛난다. 짧은 시간 동안 이 두 가지 다른 색의 하늘빛은 하늘을 뒤덮으며 하루 중 그 어떤 때보다 근사한 빛환경을 만들어낸다.  한 시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이 땅 위 모든 존재를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만드는 아름다운 빛의 시간을 우리는 "골든아워"(Golden hour)라고 부른다.



한 시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이 땅 위 모든 존재를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만드는
아름다운 빛의 시간을 우리는 "골든아워"(Golden hour)라고 부른다.



'골든아워'는 하늘의 붉어짐을 의미하는 노을과는 달리, 해 뜰 녘(해 질 녘) 무렵의 특별한 빛과 시간을 의미한다.



골든아워는 일출(또는 일몰)이나 노을과는 차이가 있다. 일몰과 일출은 해가 지평선을 지나는 현상 또는 시점을 의미하며 노을은 주로 해가 저물어 감으로 인해 생기는 서쪽 하늘의 색변화를 의미한다. 또한 두 가지 단어가 '해의 위치' 또는 '하늘의 상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골든아워는 자연이 만들어내는 특별한 '빛'과 그 빛을 만들어내는 '시간'에 맞춰져 있다.



빛의 여정을 따라가 보면 다음과 같다. 밤의 어둠이 서서히 걷히며 해가 뜨기 전, 먼저 블루 아워(Blue Hour)가 시작된다. 이때 온 세상은 푸른빛으로 물든다. 그리고 서서히 동쪽 하늘이 밝아지며 골든아워가 시작된다. 이내 해가 뜨고 낮은 고도에서 머물기까지의 약 한 시간 동안 골든아워가 이어진다. 해가 떠오르면 해는 큰 포물선을 그리며 동쪽 하늘에서 서쪽하늘로 넘어간다. 그리고 고도가 떨어지며 아침의 역순으로 골든아워가 시작되고 일몰, 블루아워가 이어지며 밤을 맞이한다.



(참고를 위해 글을 쓰고 있는 2020년 12월 21일 현재 기준으로 골든아워의 시각은 다음과 같다. 아침 블루 아워 - 07:13~07:24 / 아침 골든아워 07:24~08:23 / 일출 07:43 / 정오 12:31 / 저녁 골든아워 16:37~17:36 /  일몰 17:15 / 저녁 블루 아워 17:36~17:47 - 출처:lumy)





이 특별한 빛의 시간에는 모든 것이 아름다워 보인다. 늘 봐오던 나무나 풍경, 심지어는 차갑고 딱딱해 보였던 직사각형의 건물마저도 높은 대비와 반짝이는 금빛으로 새로운 인상을 만들어낸다. 풍경뿐 아니라 사람의 얼굴마저도 아름답게 보이도록 만든다.



이 때문에 골든아워는 사진작가나 영상 제작자들에게 사랑받는 시간이다. 또한 이쪽 분야에서 가장 활발히 사용되는 개념이기도 하다. 영화 중 가장 인상적이거나 아름다운 장면에 많이 사용된다. 건축학개론에서 수지가 반짝이는 머리를 귀 뒤로 넘기는 장면, 살인의 추억에서 황금빛 논두렁을 다시 방문하는 송강호의 마지막 장면, 기생충에서 박소담이 슈퍼마켓에서 집어 든 복숭아의 털을 입으로 부는 장면 모두 이 골든아워의 빛이 담겨있다. 가장 극적이고 아름다운 자연의 빛을 프레임에 담기 위해 많은 전문가들이 오늘도 삼각대를 펴 놓고 이 시간을 기다린다.



이는 실사 영화나 사진에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빛의 마술사'라고 불리는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에도 이러한 빛의 모습이 잘 드러나 있다. 그의 작품 '너의 이름은' 속 빛의 연출은 대단하다 싶을 만큼 대부분의 장면이 골든아워 속에 이루어진다. 심지어 영화 속 등장하는 단어 '황혼의 시간'은 이 시간을 언급할 뿐 아니라 영화의 스토리 내에서도 매우 중요한 요소로 사용된다.



신카이 마코토 '너의 이름은'. 영화의 대부분이 이 골든아워의 빛을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이 아름다움은 사진작가나 영상 제작자들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골든아워는 이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모두에게 하루 두 번씩 주어지는 아름다운 빛의 선물이다. 이 시간에는 늘 같았던 거리, 딱딱해 보이는 아파트와 건물들, 겨울바람을 맞아 앙상해진 나뭇가지도 생기를 얻고 아름다운 황금빛으로 빛나며 전혀 다른 모습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늘 보았던 그 공간은 간데없고 환상 속 아름다운 빛이 세상을 뒤덮는다.



골든아워는 이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모두에게 하루 두 번씩 주어지는 아름다운 빛의 선물이다.



나는 언제부턴가 이 시간을 의식적으로 챙기기 시작했다. 매시간 정각 에펠탑에 5분 동안만 켜지는 반짝이는 불빛을 기다리던 배낭여행 시절의 내 모습처럼, 이제 나는 이 시간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린다. 겨울이라 아침 골든아워를 보는 것도 수월해졌다. 새벽 운동을 마치고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동네를 좀 더 서성거리다 들어오기도 하며, 아침에는 동쪽 창문 앞에서 서성거리고 해질 때면 서쪽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아직 남은 태양의 온기와 함께 아름다운 빛의 시간을 즐긴다.


  


골든아워를 알려주는 해외 어플들도 존재한다. 덕분에 시계와 함께 매번 만나는 골든아워를 기록하는 취미가 생겼다.



이 아름다운 시간을 보다 많은 사람과 함께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 여러 조건이 갖춰져야 감상 가능한 노을과는 달리 이 시간의 빛을 즐기는 일은 어디서나 가능하다. 이 시간을 챙겨 산책을 다니며 투명한 나뭇잎을 보고 유리창에 반짝이는 노란빛을 감상하는 것도 좋다. 밖으로 나가기 어려운 경우엔 창가에 서서 창 밖을 바라보며 차 한잔을 해도 충분하다. 매일 두 번 우리에게 주어지는 이 선물의 시간을 모른 채 떠나보내기엔 이 아름다운 햇빛이 너무 아깝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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