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랑애 Aug 23. 2024

대한민국 초등학생 공부량의 기준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말자.

쟤네들은 4시부터 놀았다는데,
나는 왜 집에 가서 공부해야 해요?

이모, 조금만 더 놀게 해주시면 안돼요?


첫째가 초등학교 2학년 시절.

한창 놀기좋아할 나이인지라 나는 놀이터에서 매일같이 세 시간씩 아이를 기다려줬다. 아이꺼 남의 아이꺼 할 것 없이 물이랑 간식거리 챙겨가며. 놀이터 정자에 앉아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일은 은근 지루하고 힘이 들었다. 


그래도 뛰어놀  있는 건강함에 감사하며.


비가 오지않는 날이면 아이는 늘 그렇게 놀았고, 저녁이면 나는 허리며 다리가 쑤셔 기절하듯 잠들었다. 남자아이라 에너지를 빼려고 나간건데, 정작 기진맥진한건 체력 약한 나였다.

 

그 즈음 나는 학기 상담이라는 명목하에 담임 선생님의 전화를 받았다.


학기 초 진단평가도 반에서 혼자 올백이고 단원평가도 항상 백점이에요. 모든 아이들이 다 공부를 할 필요는 없지만, 잘하는 아이들은 그 길을 쭉 밀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어보니 학원은 아직 안 다닌다던데 공부 좀 제대로 시켜주셔야 할 거예요. 아이가 성실하기까지 하니 제 눈엔 싹이 보이네요.


아..네에.
저희아이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뭘 어떻게 해야하지?내가 해온거라곤 잠자리 독서 밖에 없는데.


그즈음 둘째가 태어나 막 바닥을 기어다닌지라 집안꼴이 말이 아니었다. 유치가 나오느라 잇몸이 간질했는지 손에 집히는 대로 물어뜯었다. 특히 첫째의 책들이 제일 수월했는지 책기둥을 야물차게 뜯어먹었다. 비싸서 큰맘 먹고 장만했던 창작전집 또한 책기둥이 남아나질 않아 온통 신경이 곤두서있던 차였다.


가끔 첫째가 연산 문제집이라도 풀고있으면 열심히 기어와서 저지레하는 둘째. (지금도 공부 방해의 가장 큰 요인은 둘째다. 혀짧은 소리로 "형아 놀자~"를 어찌나 귀엽게 시전하는지. 그리고 놀 때는 깔깔깔 재밌어 잘도 넘어간다.) 


그런 둘째 앞에서 감히 공부라니! 가당치도 않지!



가만 있어 보자.
공부를 시키려면 영어도 슬슬 해야하고
사고력 수학도 넣어야하고
교과수학과 국어는 당연하고
헥헥.. 이러다 애 잡겠는데?


갑자기 마음이 바빠졌다. 닥치는 대로 자녀교육에 관한 책들을 찾아읽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아이의 무대가  생각보다 넓을  있다는 기대를 품었나 보다.


엄마, 왜 나만 공부 이렇게 많이 해?


공부를 열심히 하는 무리와 그렇지 않은 무리로 나뉜 우리동네. 학군지는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우리동네는 중간이 없다. 고학년은 다들 열심히 하지만 저학년은 일단 그렇다. 그러다보니 아이가 하는 공부량이 많은편이 아닌데도 상대적으로 그렇게 보였다. 그래도 놀이터에서 세시간씩 노는일은 초등 3학년이 되어서야 끝났다. 질리도록 놀아보라고 내비뒀더니 진짜 질리기는 했는가 보다.


대신 하루에 일정량을 정해두고 꼬박꼬박 공부를 채워나갔다. 그것은 하루의 루틴이었다. 연산 한 장, 창의 워크북 한 장, 국어 문제집 한 장 그리고 잠자리 독서 다섯 권. 그걸 아이는 혼자만 공부 많이 한다고 투덜댔다. 나참.


고학년이 되니 이젠 왜 나만 공부하냐는 질문은 더이상 하지 않는다. 학교에선 이미 공부잘하는 아이와 아닌 아이가 정해졌다. 모두가 열심히 공부한다. 대한민국의 모든 초등학생은 공부를 잘하고 싶어한다는 그 말을 증명하듯.


.

.

처음에는 아이에게 왜 공부 해야하는지를 설명해주는 일이 오래 걸렸다. 남들은 학원이며 공부방에 가서 공부하고 오니, 너는 집에서 조금이라도 하자는 그 단순한 논리를 납득하지 못했다. 물론 놀자는 친구들을 뿌리치는 것 또한 저학년에겐 불가능에 가까웠다. 대신 남는 자투리 시간을 잘 활용해야 했다. 어찌 됐든 공들인 시간은 배신하지 않으니. 이제는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는 것목표.

.

.

 배를 타고 열심히 노 젓지만 우물 안에서 맴도는 것일까봐 늘  그게 가장 우려됐다. 우물 안 개구리. 여러 의미로 참 가슴 아픈 속담이다.



이전 09화 엄마표 공부의 치명적 단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