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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랑애 Aug 30. 2024

나의 책육아 이야기 2 (feat. 한글떼기)

독서가 특별히 한글떼기와 연관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책육아로 키운 첫째아이는 여섯살 여름에 한글을 뗐다.


책을 많이 읽은 아이는 한글도 금방 뗀다던데?


그래서 다섯살 때 통글자읽기를 시도했지 불가능했다. 여자친구들은  편지를 주고받는 아이들도 있어서 조금 서두르고 싶었지만 잘 안됐다. 더욱이 여섯살 봄에 둘째아이 출산을 앞둬서 더 급한 마음도 있었다. 당분간은 책을 읽어줄수 없으니 스스로 읽었으면 해서.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되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한글떼기에 실패한 뒤 나는 둘째 아이를 출산하러 갔다. 병원 그리고 조리원. 그 후에는 산후조리를 한답시고 몇 달간 첫째 아이의 책육아는 방치되었다. 내가 우려했던 대로.


하지만 그 시기 첫째 아이는 유치원에서 한글을 받침에 쌍자음, 이중모음까지 다 떼서 왔다.


뭐지?
그렇게 가르쳐도 모르더니
이렇게 후루룩 뗀다고?
아이들마다 적기가 있다더니 이게 그런 건가?
내가 시도했던게 이제야 받아들여졌나?

어쨌든 잘됐군!



혼자 더듬더듬 읽기 시작하는 첫째가 대견하면서도 고마웠다. 남들 다하는 한글학습지 하나없이 유치원 선생님과 알아서 떼고 왔으니.


그리고 일곱살이 되던 1월.

동네엄마들이 난리가 났다.

당장 내년에 학교가야하는데 한글이 걱정이라고.


네? 유치원에서 선생님들이 애들 한글 다 떼준거 아니었어요?


정말 순진하게 묻는 내게 일부 엄마들 표정이 살짝 안좋았다. 나는 정~말로 다들 그런줄 알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얼마나 얄미웠을까. 첫째보다는 늦된 둘째 아이를 키워보니 이제야 그 마음을 알것 같다. (사실 별것도 아닌데 그맘때는 엄마의 마음들이 다 그렇다.)


.

.

둘째 아이는 첫째 아이에 비해 책을 많이 못 읽어줬다. 기본적으로 먹고 자는 본능적 욕구가 강한 아이다보니, 잠을 많이 잤고 깨어있을땐 먹기 바빴다. 두  지나고 슬슬 잠자리독서를 해주려고 책을 펼치면 한페이지보다가 졸립다고 발로 책표지를 덮어버리는 아이였다. 지금은 그래도 책을 읽어야한다는건 알지만 오분만 지나면 눈에 졸음이 그득하다.


그러다보니 여섯살 여름이 다 지나가도록 한글을 떼지 못했다. 물론 둘째 아이다보니 조급할것 없이 입학전에만 떼면 된다는 걸 지만. 일학년 때 한글 못 뗀 아이들은 방과후 기초학습을 따로 시키던데, 거기에 내아이가 포함된다면 기분이 썩 좋지는 않을 것 같다.


과연 한글떼기도 독서의 영향이 있을까?


의도하진 않았지만 첫째와 둘째의 책육아가 다르다보니, 후에 따라오는 결과물에 대해서도 두 아이는 계속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것이 한글이든 학습이든. 하다못해 공부태도마저 다르다. 물론 작정하고 실험하려 했던 아니었다. 두 아이의 성향이 달랐을 .


책읽기를 많이 하면 한글을 빨리 뗀다는 가설이 처음에는 틀렸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첫째는 여자친구들이 편지를 주고받을때 같이 주고받았을 테니까.

하지만 남자친구들을 놓고봤을때는 얘기가 달라졌다. 여아와 남아의 언어발달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오히려 빠른편이었으니. 이는 독서가 미미하게라도 영향을 주었다고 할수밖에 없겠다.


하지만 억지로 서두를 필요는 없다. 해보니 엄마가 안달복달한다고 될 건 아니었다. 조금씩 한글을 노출해주는 수고 정도야 할 수 있겠지만 조급해 할 필요는 없다. 이렇게 아직 한글을 못 뗀 둘째를 보며 약간의 위로를 해본다. 글자를 읽는 순간부터는 그림책을 상상력으로 보지않고 자꾸 글자라는 틀 안에 갇히게 될 것이니. 아무려면 어때. 누구나 때가 되면 다 해낼 수 있으니. 어느것이든 다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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