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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랑애 Sep 07. 2024

미술학원에서 아들육아 상담을?

사람 그리랬더니 왜 맨날 졸라맨 그려?


인물 그림은  그리던 아들.

게임 캐릭터나 곤충세밀화는 기가막히게 잘그리면서 사람은 꼭 졸라맨이었다. 웃고있는 졸라맨, 뛰고있는 졸라맨, 넘어진 졸라맨 뭐 그런 소소한 차이.


공부잘하는 애들이 미술 못하면
중학교 수행평가에서 점수를 깎아 먹어요.
그럼 너무 아깝죠.
아직 초등학교 저학년이니 잘왔어요.

그리고 남자애들은 여자애들에 비해 사람에 대한 관심이 적은 편이라 인물 그림 잘 안그리려고 해요. 관심이 적으니 자기가 좋아하는 것만 그리고 그러다보니 사람은 못 그리는 게 당연해요.


여자는 교감의 동물이라더니. 인간관계에 더 마음을 쓰고 안쓰고의 차이가 이런 곳에서까지 툭 튀어나오나 보다.


아무튼 잘 부탁드립니다.
곤충 그림말고 다른그림 좀 그리게 해주세요.


아이의 미술학원은 시간별 팀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보통 주마다 주제는 정해져있지만 자기수준에 맞추어 각자 작업한다. 자그마한 몸집에 단발머리 여자 선생님은 의욕이 넘치신다.


아유, 제가 욕심이 좀 많아요.
저도 같은학교 학부모거든요.


알고보니 큰아이와 같은학교인 6학년 선배를 막내로 키운단다. 게다가 옆단지에 거주하신다니. 위에 고등학생 형이 있는데 공부를 잘해 특목고에 다닌다고.


 아이의 미술학원 선생님이기 이전에 나보다 아들키우는 선배다보니 나는 가끔 원비를 직접 내러 간다. 아무래도 얼굴을 보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쉽다.


욕심 많은 아이라 자기 할 일 다 하고 가는 친구에요.집중력이 짧은 아이들은 수다떨다가 다 못하고가는데 그런적이 한 번도 없어요.
묵묵히 열심히 해줘서 항상 기특하죠.


수다삼매경.

아이의 근황에 대한 상담으로 시작되지만 나는 가끔 사춘기를 목전에 둔 아이에 대해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특히나 이 동네 아이들의 특징이나 학교 분위기에 대해서도 많은걸 들을 수가 있다. 우리 아이의 성향을 아시기에 이런저런 조언도 해주신다. 그래서 가끔은 선생님이라기보다 우리 언니같이 느껴질때도 있다.


아이도 미술학원에 가면 같이 수업하는 아이들과 많은 이야기들을 주고 받는다. 다들 손을 움직이면서 입도 바쁜 모양이다. 선생님도 이야기를 잘 들어주시는 성격이다보니 아이는 거의 힐링을 하고온다. 미술의 순기능. 정서적인 해소.


일주일에 한 번씩 스트레스 풀기. 이것이 아이가 고학년이 되도록 미술학원을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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