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기왕 태권도를 시작할 거라면 일찍 시작하는 게 좋다. 그렇다고 다섯살은 품새를 익히기에 너무 이르고 예닐곱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띠는 곧 아이들의 자존심이니까.
우리아이는 여섯살 가을에 태권도를 시작했는데 막상 학교에 가보니 띠가 높은 편이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유치원때와는 달리 열두시만 지나면 점심먹고 하교하는 스케줄을 워킹맘은 더더욱 감당할 수가 없다. 그래서 우선으로 고려하는 선택지가 태권도학원이다. 학교 앞으로 태권도차가 픽업을 와주고 끝나면 원하는 곳으로 인계해준다.
우리 아이가 다니는 태권도장은 아이들이 늘 바글바글하다. 그나마 코로나를 겪으며 줄긴 했지만 지금도 우리동네 대표 태권도장이다. 부부 관장님이 운영하는 곳이라 선택했는데 벌써 햇수로 육년째다. 가끔 급한일이 생기면 맡길수 있을 정도로 신뢰가 쌓였다. 재밌는 수업을 하는 날이면 하루종일 거기 살아도 된다. 추가수업료를 내라고 했다면 식어버렸겠지만.
관장님은 주말엔 거의 누워서 지내요. 집에선 정말 손 하나 꼼짝을 안한다니까요.
이 말을 듣고 놀이터에서 엄마들이 다들 어찌나 웃었는지. 그도 그럴것이 관장님이고 사범님이고 주중엔 이 아이 저 아이 찾아 놀이터를 헤매기도 하고, 다음 학원으로 데려다주기도 한다. 그러니 주말엔 충전을 하셔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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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아이는 태권도장에서 첫 연애를 했다. 일곱살 때. 같은 유치원에 다니던 여자친구 두 명이 아이에게 관심을 보였다. 그 중 한 명과 유치원 교실에서도 막 친해지던 차였는데, 태권도장 문을 연 순간 그 친구가 거기 있어서 이건 운명이라고 결혼해야하는건가 잠깐 생각했단다. 게다가 자기랑 띠색깔도 같아서 더 심장이 콩닥거렸다나. 그게 커플 띠라도 되니? 쬐끄만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