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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랑애 Sep 13. 2024

태권도 띠가 주는 품격

우리동네 사랑방입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기왕 태권도를 시작할 거라면 일찍 시작하는 게 좋다. 그렇다고 다섯살은 품새를 익히기에 너무 이르고 예닐곱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띠는 곧 아이들의 자존심이니까.


우리아이는 여섯살 가을에 태권도를 시작했는데 막상 학교에 가보니 띠가 높은 편이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유치원때와는 달리 열두시만 지나면 점심먹고 하교하는 스케줄을 워킹맘은 더더욱 감당할 수가 없다. 그래서 우선으로 고려하는 선택지가 태권도학원이다. 학교 앞으로 태권도차가 픽업을 와주고 끝나면 원하는 곳으로 인계해준다.


우리 아이가 다니는 태권도장은 아이들이 늘 바글바글하다. 그나마 코로나를 겪으며 줄긴 했지만 지금도 우리동네 대표 태권도장이다. 부부 관장님이 운영하는 곳이라 선택했는데 벌써 햇수로 년째다. 가끔 급한일이 생기면 맡길수 있을 정도로 신뢰가 쌓였다. 재밌는 수업을 하는 날이면 하루종일 거기 살아도 된다. 추가수업료를 내라고 했다면 식어버렸겠지만.


관장님은 주말엔 거의 누워서 지내요.
집에선 정말 손 하나 꼼짝을 안한다니까요.


이 말을 듣고 놀이터에서 엄마들이 다들 어찌나 웃었는지. 그도 그럴것이 관장님이고 사범님이고 주중엔 이 아이 저 아이 찾아 놀이터를 헤매기도 하고, 다음 학원으로 데려다주기도 한다. 그러니 주말엔 충전을 하셔야겠지.


.

.


첫째 아이는 태권도장에서 첫 연애를 했다. 일곱살 때. 같은 유치원에 다니던 여자친구 두 명이 아이에게 관심을 보였다. 그 중 한 명과 유치원 교실에서친해지던 차였는데, 태권도장 문을 연 순간 그 친구가 거기 있어서 이건 운명이라고 결혼해야하는건가 잠깐 생각했단다. 게다가 자기랑 띠색깔도 같아서 더 심장이 콩닥거렸다나. 그게 커플 띠라도 되니? 쬐끄만 게.


자, 수업은 끝났고.
@@이랑 %%이는 둘다 ㅇㅇ이를 좋아한다는데, ㅇㅇ이는 누구를 좋아하는지 얘기해보세요.


갑자기 장난기가 발동한 사범님. 수업을 끝내고 이같이 짖궂은 질문을 하셨단다. 아이는 시선이 집중되어 얼굴이 빨개졌다고 했다.


그래서 뭐라고 했어? 질문이 너무 잔인한데?


@@이. 나도 걔가 좋으니까.


어라? 너 정말 그렇게 말했어?푸하하하.


대답 안하면 사범님이 다음에 또 물어볼 거잖아. 그럼 나 너무 힘들고 가슴이 두근두근해. 그 느낌  싫어. 그리고 엄마 이제 그만 웃어.


푸흡. 아니 거기서 대답을 했다는게 더 웃기잖아. 근데 %%는 상처받았을 수 있겠네.


그래서 끝나고 얘기했어. 난 너도 좋다고.
한 명만 말하래서 어쩔수 없었다고.


그랬더니, 뭐래?

 

알겠다던데? 그럴수 있대.


일곱살 대화치곤 생각보다 쿨한 녀석들이었다. 내 예상보다 교통정리는 빨랐다. %%가 이사가기 전날까지도 다행히 친하게 잘 어울렸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정작 다음날부터 유치원에서 우리아이는 "@@남친"이라고 불렸단다.   친구들이 뒤에서 킥킥대는게 꼭 놀리는것 같아 기분나빴다고. 유치원에서 돌아오면 입이 대빨 나와 맨날 내게 하소연을 했었다.


퓨휴. 그럼뭐해. 초등학교 배정이 갈라져서 자연스레 헤어졌는걸. 그것도 입학 후 옆단지 아는 엄마가 알려줘서 헤어졌다는 걸 알았다. 유치원생의 연애가 데이트한번없이 끝나듯 초등 일학년도 마찬가지일줄 알았는데. 그건 또 아니었다.


@@이 걔 우리학교잖아요.
입학하자마자 같은 반에 남친이 생겼는데
남자애가 돌봄 빼먹고 교문 앞까지 데려다주다가, 돌봄선생님이 걔 찾는다고 학교가 뒤집어졌거든요. 그래서 걔네 유명해졌어요.



맙소사.

 학년의 연애는 뭐 좀 다른가?


정작 우리아이는 연애가 별거없더라며 클 때까지 여자친구를 사귀지않겠노라 선포했는데.

지금까지는 잘 지키고있지만...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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