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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곤충사랑♡

by 랑애

큰 아이가 여섯살 쯤이던가. 유치원 상담 때의 일이다.


어머니~ 저번에 ㅇㅇ이가 책에 나온 곤충 이름을 묻더라구요~ 얼핏 보고 풍뎅이같길래 "풍뎅이야~" 라고 말해줬다가 난리가 났었잖아요~


아니, 왜요~?


"그냥 풍뎅이 아니고 무슨무슨풍뎅이 이렇게 이름이 있잖아요. 선생님 핸드폰으로 찾아보면 나와요." 이러는거 있죠. 그래서 저 부랴부랴 핸드폰켜서 찾아보니 '헤라클레스 장수풍뎅이'라고 나오더라구요. 풀네임 말해줬더니 그제야 만족하고 갔어요. ㅇㅇ이한텐 곤충이름 대충 알려줬다간 큰일나요. 호호. 집에서도 곤충 많이 좋아하죠?


그때 알았다. 내 아이가 곤충에 빠져든 것을. 초등학교 입학을 시키면 관심사가 바뀔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불쑥 튀어나왔다.


긴장되던 1학년 1학기 첫 학부모총회.

담임 선생님 말씀 중에,


우리반에는 각양각색의 아이들이 있어요. 어떤 아이는 운동을 좋아하고 어떤 아이는 노래를 잘해요. 또 어떤 아이는 곤충을 엄청 좋아하더라구요. 곤충 좋아하는 건 좀 신선했어요.


아..예에..

아마 저희 아이 말씀이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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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년때는 수업시간에 곤충 하나를 놓고 여름곤충인지 가을곤충인지 설전이 벌어졌단다. 어떤 친구가 우리 아이와 의견이 대립되고 있었는데, 담임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길,


ㅇㅇ이는 곤충박사야. 못 이겨~ 앞에서 말도 꺼내지 마~.


선생님 너스레에 반친구들이 다 웃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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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미술 학원을 보내 놨더니,


어머님, ㅇㅇ이는 곤충박사라고 학교에서 유명한가봐요? 애들이 ㅇㅇ이꺼는 딱 알아봐요. 하기야 ㅇㅇ이 그림엔 곤충이 빠지질 않죠.
어떤 식으로든 꼭 들어가잖아요. 보셨죠?(웃음)


아아..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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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래서 징그러운(개인적 견해지만) 곤충 사랑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우리집에는 곤충피규어 (도대체 저렇게 지나치게 디테일해서 징그럽기만 한 것들을 누가 돈까지 주고 살까 싶은)가 없는 게 없을 정도다. 마트든 직구든 죄다 구해서 더이상 살 게 없다. (장난감가게 곤충코너에 갈 일 없음에 감사해야하나.)아마 집에 도둑이 들어도 방바닥에 채이는 곤충피규어를 보고 기겁해 도망갈 지경이다.


덕분에 전국의 곤충박물관은 서울이고 지방이고 거의 다 가봤다. (아이는 아마존 밀림이나 수마트라 섬에 가보고 싶어하지만.) 이젠 둘째아이까지 곤충에 대해 빠삭해서, 크면 곤충박사 형아 조수를 하겠단다. 하아. 경북에서 크게 하는 곤충축제를 가겠다고 학교에 체험학습을 내고 빠진 적도 있다. 그게 그렇게 좋을까. 그냥 나는, 엄마로서 다 졌다. 아니 오히려 밀어주기로 했다. 곤충이름과 특성을 줄줄 읊는게 신기하기도 하다. (난 다리 달린 생물은 사람빼고는 다 무서워하는데.)


아이는 네살부터 고학년인 지금까지 곤충학자의 꿈을 한 순간도 버린 적이 없다. 타로카드 보러가서 본인이 나중에 곤충학자가 될 수 있겠냐고 묻는 아이인데 말 다했지.


어떤 연구가 그렇게 하고 싶어?


갑충이 가장 흥미로워요.


이제는 그나마 공부하는 원동력이 되어줌에 감사하다. 산속에 파묻혀 갑충을 연구관찰하는게 꿈이란다. 공부하는 거 별로 즐기지도 않으면서 학자가 되려면 해야 할 그 많은 공부 어떡하려고. 겁많고 어둠도 무서워해 장래희망과는 앞뒤가 안 맞지만. 아무려면. 그래도 나는 엄마로서 너의 꿈을 응원하는 수밖에.



ps. 가끔 야외로 놀러가면 어울리는 장소가 아님에도 곤충채집망을 들고나오는 예비 꼬마박사님들이 있다. 우리아이도 어릴때부터 늘 채집망을 들고 다녔기에 그 나이 때 부모가 하는 걱정과 마음을 알 것 같아, 괜시리 반갑기도 하고 웃음도 나온다. 미래의 곤충박사님들 모두 화이팅!! 덕분에 대한민국 곤충산업과 미래식량은 눈부시게 성장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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