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생으로서의 마지막 크리스마스

즐겨라! 루돌프 머리띠를 쓰는 것도 올해가 마지막일지니!

by 랑애

초등학생에게도 크리스마스는 있겠지만,

사실상 맹목적으로 크리스마스를 즐길 수 있는 나이는 유치부가 마지노선이라고 본다. 요즘 초등 아이들은 2학년 정도만 되어도 산타할아부지의 존재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건 꼭 형이나 누나, 언니, 오빠가 있는 아이들의 입에서부터 시작된다.


엄마, 학교에서 ㅇㅇ이가 그러는데, 산타할아버지가 없대.
선물도 엄마 아빠가 주는 거래.
진짜야?


첫째 아이가 2학년 겨울방학을 앞두고 실제로 했던 말이다. 울먹거리면서.


아니야, 걔가 잘못 안 걸 거야.


급히 둘러대긴 했지만, 아이는 해마다 학교에서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그때마다 아니라고 말했지만, 아이는 해를 거듭할수록 점점 가재눈이 되어갔다. 결국 지금은, 산타를 믿지 않는 순수함을 잃은(?) 초등 고학년이 되었다. 가끔 동생에게 "산타가 진짜로 있을까? 없을까? 넌 어떤 거 같애?" 와 같은 아슬아슬한 질문도 살살 해가는. "아니! 사실은 산타는 있어! 그러니까 나 선물 받고 싶어, 엄마! "와 같은 앙큼한 거짓말(?)도 할 줄 아는. 그렇다고 형제끼리 하나씩 쓰라고 사놓은 루돌프 머리띠는 죽어도 안 쓸거면서.


그래서 진심으로 산타 할아버지를 기다리며,

순수하게 소원을 빌고 기도하는 크리스마스가,

아직 무해한 일곱살에게는,

앞으로 정말 몇 번 안남았다는 뜻이다.


유치원 등하원차는 벌써 루돌프로 변신을 했고, 차량 기사님도 산타모자를 쓰고 운전하신 지 일주일이 되었다. 유치원에서는 산타 할아버지 섭외가 이미 끝났으며, 막내는 이번주 크리스마스 행사를 위해 흰티에 루돌프 복장을 하고 유치원에 가야 한다. 올해로 3년 째 하는 성탄 행사지만, 아이들은 어찌나 해마다 진심인지. 크리스마스 착용템에 고민하는 걸 보면, 참 귀엽다.


반대로 말하면 초등부터는 이런 행사가 없을 테니. 아쉽기도 하다. 학교에선 유치원만큼 크리스마스 행사를 며칠씩 크게 하는 것이 아니니. 올해를 즐기자. 내년도 즐기겠지만, 일단 올해를 즐기자. 유치원 크리스마스 행사를 즐기고, 성당에 가서 아기예수님의 탄생도 축하하며, 케이크도 온가족이 나눠먹고, 작지만 반짝반짝 꾸며놓은 트리도 구경하며, 캐롤도 듣고. 신나게 재밌게 후회없이!


언제나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처럼.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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