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은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유치원에서 종종 그림그리기 대회를 단체로 참가하고, 실력을 뽐낼 순간이 의외로 종종 찾아오기 때문이다. 다같이 앉아 그림그리고 색칠을 해도, 아무래도 미술학원을 다니고있는 친구들이 집중되는 건 사실이다.
첫째 아이는 초등 2학년 때 미술학원을 등록했고, 다른 건 다 잘 그렸지만 단지 <인물>을 못그린다는 이유로 다니기 시작했다. 아마 <인물>까지 제법 그렸더라면 미술학원에 보내지 않았을 지도. 그것도 일찍 시작하면 창의력을 해친다는 어줍잖은 얘길 듣고, 혹시 아이의 창의력을 해칠까봐 언제 시작하면 좋을지를 고민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결론은, 일찍 시작한다고 해서 꼭 창의력을 해치는 법은 없다. 오히려 그걸 끌어줄 수 있는 선생님을 만난다면 창의력은 높아진다. 그래서 선생님과의 합이 중요했다. 어떤 교육관을 갖고 계신지가 꽤나. 그래서 첫 등록을 하러 갔을 때, 나는 내가 원하는 미술교육의 방향(?)을 세세하게 말씀드렸던 기억이 있다. (나는 걱정과 생각꼬리가 굉장히 많은 편이다.)
다행히 모든 게 잘 맞아 떨어졌고, 첫째는 미술학원을 만 3년 꽉 채워 즐겁게 다녔었다. 마침 고학년이 되었고, 그즈음 미술학원 분위기가 왠지 뒤숭숭했다. 중학교 때도 다니겠다던 첫째아이는 왠일인지 미술학원을 정리하겠다고 먼저 말했다. 그래서 얼떨결에 정리하게 됐다. 나중에 막내를 데리고 오겠다는 인삿말과 함께. 원장님은 깔깔 웃으시며 알겠다고 하셨다. 하지만 후에 알게된 것은. 첫째 아이의 촉은 정확했고, 원장님은 그즈음 학원을 정리하고 이사를 갔다. 그때가 딱 후임자 인수인계 기간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우리 막내는 동네에 다닐 만한 미술학원을 잃어버렸다.
우리집 막내의 경우에는, 첫째 아이보다는 그래도 사람을 제법 그려낸다. 첫째 아이가 다섯살 때 즐겨했던 따라그리기를 못하길래 영 소질이 없는 줄 알았는데, 일곱살을 지내면서 실력이 제법 늘었다. 물어보면 유치원에서 미술학원 다니는 친구 그림을 보고 따라그린다던가, 그 친구가 색깔은 이렇게 쓰는 거라고 알려줬다면서 이것저것 많이도 배워왔다. 막내는 워낙 욕심이 많으니까. 문제는 욕심이 많다보니 친구들이 그림으로 상받는걸 부러워서 난리가 난다. 보면 미술학원에 다니는 친구들이 주로 받고 있었다. "네 그림 실력이 그정도는 아니잖아." 말하면서도 뭔가 미안한 엄마 마음이다.
그래서 미술을 좋아한다면, 자신감 향상에 있어서라도, 보낼만한 괜찮은 미술학원이 집주변에 있다면, 경제적 여유가 된다면, 미술학원은 유치원 시절에 보내도 좋다고 생각이 바뀌었다. 물론 배움을 받아들일 정도가 되어야 가성비가 좋기에 클수록 유리한 건 사실이지만.
나는 요즘 막내가 다닐만한 미술학원을 새로 알아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