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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꿈도 야무졌네!

by 랑애

공원에 놀러갔다가 저녁에 드론쇼를 한다는 고급정보를 입수했다. 저녁시간이 되려면 한참 멀었는데 무얼 하며 기다리나... 하고는 공원에서 인라인 스케이트도 타고, 카페에도 들렀다가 식당에 가서 밥도 먹고. 아무튼 그렇게 시간을 보내며 우리가족은 드론쇼를 기대하고 기다렸다.


막내가 드디어 내년이면 학교에 가니 얼마 남지 않은 일곱살을 잘 마무리하고, 하늘에 쏘아올려진 드론들을 보며 꿈과 희망을 이루기는.........커녕 그냥 촌사람들이라 이런거 보여준다니 옳다구나! 잔뜩 기대를 하고 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기다렸다. 여기가 맞나? 인터넷에서는 여기가 숨겨진 명소랬는데? 하면서.


드디어 약속된 시간이 되고.. 두둥!


그런데 어라?

큰 나무들에 가려져 드론쇼가 보이질 않는 거다. 게다가 우리가 있는 곳은 너무도 멀어ㅠ 잘 보이지가 않자 갑자기 막내가 뛰기 시작했다. 아빠도 따라서 뛰고 큰애도 뛰고 나도 뛰고... 제법 쌀쌀한 날씨였는데 준비없이 나온 우리는 무작정 저녁러닝(?)을 시작했다. 멀찍이 볼땐 조금만 가면 가까울 것 같았는데 가도가도 멀기만 한 드론쇼여 ㅋㅋㅋ 아..이러다 다 끝나겠네.. 싶을 무렵 정말로 공연이 끝이 났다ㅠ


하. 아쉬움을 뒤로 한 채. 그래도 우리 추억하나 생겼다 그치? 근데 날씨가 너무 추워ㅠ 이러다 내일 몸살나겠네 큰일났다 싶어 걱정 한가득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짐정리를 하는데 뜯지 않은 과자가 툭 굴러나왔다.


어? 이거 왜 새거야? 왜 안 먹었어?


엄마가 드론쇼 보면서 먹으랬잖아. 그래서 아껴놨었지.


맙소사! 그랬어?


해맑게 대답하는 막내 얼굴을 본 순간 난 웃음이 빵 터져 나왔다. 과자는커녕 드론쇼도 못보고 그 추위에 온가족이 뜀박질만 하다 왔는데. 드론쇼 보면서 과자씩이나(?) 먹을 계획이었다니. 엄마가 꿈이 너무 야무졌네!


내가 소리내어 깔깔대고 웃자, 영문도 모르는 막내가 따라 웃었고, 우리는 그렇게 마주보고 한참을 웃었다. 우리의 드론쇼 구경은 그렇게 끝이 났다. 다음엔 꼭 명당을... 아니 그냥 집에서 편하게 너튜브로 보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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