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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살, 문고판 읽기를 시작해도 좋아요.

by 랑애

문고판> 적당량의 글밥이 있지만 그림도 섞여있고 사이즈도 작아 갖고다니기 편한 책들을 말해요. 주로 책육아하는 집들 사이에서는 7세부터 초등저학년에 징검다리로 많이 읽어요.



아직 한글을 다 못 떼었는데.
그림책도 읽어주기 힘든데 문고판은 좀...
크면 그림책은 안 볼 텐데 지금이라도 실컷 보여줘야지.


나는 이런저런 생각으로 막내와의 문고판 읽기를 막연하게 미뤄뒀었다.

하지만 문고판 중에도 책이 부쩍 얇고, 글밥이 별로 없으며, 그림이 섞인, 내용도 꽤 재밌고 우스꽝스러운 그런 책들이 몇몇 있다. 나는 첫째와 낄낄거리며 잘 보았던 책들을 몇년간 보관해두었었다. 그리고 이젠 때가 되었다는 생각에 꺼내 막내에게 선보였다. 그래도 아직은 수준이 안 될텐데 하면서.


재밌겠지?


의외로 막내는 눈을 반짝였다.

평소 억지로 잠자리독서로 엄마와 읽어오던 그림책이 아닌, 또 다른 스타일의 책에 막내는 호기심을 내비췄다.


됐다! 걸려 들었어!


맛깔나는 연기를 곁들어 문고판을 읽어주기 시작했다. 목이 터져라. 아. 그림책에서 문고판으로 넘어오니 역시나 글밥에 치여 목이 아프다. 그래도 책읽는 아이로 키우려면 내 한 몸 희생해서 읽어줘야지 어쩌겠어.


혹시라도 아이가 지루한 기색을 보이면 중단하고 다시 그림책으로 돌아갈 작정이었다. 아직 때가 안됐구나 갸륵한 핑계를 대며. 하지만 아이는 예상 외로 내가 읽어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이야기 흐름이 이해되는지 간간이 웃기도 하고, 몇몇 글자는 아예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따라 읽기까지 했다.


어때. 재밌지?


문고판 책은 이렇게 재밌는 거야. 그림책과는 또다른 재미가 있지. 라는 뉘앙스를 팍팍 풍겼다. 막내는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그 후로 밤마다 책읽는 엄마의 지옥훈련(?)이 시작됐다. 하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아직 한글을 완벽히 못 뗐더라도. 집에 더 봐야할 그림책이 있더라도. 뭐 이것도 보고, 저것도 보면 되지. 독서에 무슨 정해진 단계가 있다고. 하다보면 이렇게저렇게 테트리스처럼 실력이 맞춰지겠지. 결국 책단계는 올라가게 것이니!


서사의 흐름을 이해한다면, 일단 시작해도 좋아요. 문고판!





ps. 이번 겨울에는 웬만한 그림책들을 정리할까 싶다. 새로운 문고판 책들로 수준올려서 꽂아둬야지! 아이에게 책을 사주는 것은 늘 새롭고 설렌다! 첫째아이와 마찬가지로 사교육없이 그돈으로 책이나 실컷 사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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