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부터 공부가 싫은 무지랭이 막내.

by 랑애

어릴 적부터 잠자리 독서를 해주면 눈꺼풀이 스르르 무거워지는 막내.. 이미 난 예감했었다. 이 녀석은 책을 싫어한다는 것을.. 앞으로 학교 공부하려면 애를 좀 먹겠다는 것을.


그래도 쭉 책을 읽어주면 커서는 습관이 좀 잡히겠지? 학교가기 전쯤이면 아마도? 는 무슨! 여전히 공부하자면 도망다니기 바쁜 막내다. 그러면서 소리내어 읽어보라고 시키면, 한글 몰라서 답답하다고 울기는 왜 울어?


한글 공부하자.


블럭놀이하고.


수학놀이 어플 할까?


종이접기 하고.


책 보자. 그림 그릴래? 색연필 꺼내줘?


이따가.


후아.

그러면서 샘은 많아가지고 형아가 안놀아주고 공부해야 한다면 득달같이 와서 워크북을 꺼내 공부시켜달라는 막내다.

너 이렇게 공부가 싫으면, 커서 뭐 해먹고 살래.

아. 공부얘기를 아직은 일곱살에게는 절대 안하고 싶었는데. 그러면서 은연중에 TV리모콘과 물아일체인 남펴니를 째려 본다. 난 이래봬도 어릴 적에 책을 좋아했거든. 한동안 명랑소설에 빠져서, 새로나온 책 안사준다고 어디서 뭘 주워들었는지 초등학생 따위가(?) 단식투쟁하겠다고 이불 뒤집어쓴 적도 있었다. 하지만 때 우리집은 너무 가난했었다. 먹고살기 바쁘던 그 시절에도 책육아하는 집은 있었다는 건, 성인이 되고 아이를 키우고서야 알았다.


그럼 나 커서 신부님 하면 돼. 우리 성당 신부님은 맨앞에서 이렇게 하셔. 그리스도의 몸~.


막내는 감자칩 과자 한개를 들고 신부님 흉내를 낸다.


풉. 야. 신부님 되기는 쉽니. 너 그거 신성모독이야.


그게 뭐야, 엄마?


에휴, 말을 말아야지.


신부님 되려면 공부를 얼마나 많이 해야 하는데. 신부님 되는데에 11년 걸려. 그리고 영어는 기본, 외국어 몇 개도 필수다?신학교 가려면 머리 엄청 똑똑해야 해.


막내의 표정이 당혹스러움으로 바뀐다.


그러면 나 태권도 관...


태권도 관장님도 공부 잘해야 돼. 운동도 머리로 하는 거야.


급기야 쭉 TV와 한몸이던 남편까지 거들고 나선다.


?


막내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진다. 그러면서도 결국엔 "나는 그건 모르겠고, 일단 과자 먹고 만화 보고 싶어." 하는 표정의 막내다.


에휴. 당장 몇달 뒤에 학교가야 되는데. 왜 이렇게 애기같을까.


너의 귀여움은 언제까지. 너의 무지랭이는 언제까지. 또 너의 무해한 세상해맑음은 언제까지일까 생각해본다. 그러다가도 그래 지금이 좋지 싶다. 부럽다. 나도 다시 일곱 살로 돌아갔으면. 그럼 아마도 공부를 엄청 열심히 했을까. 가끔은 이렇게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해본다. 맞아, 나는 유치원가는 것도 지겨워 했었지. 유치원 간식으로 맨날 카스테라랑 흰우유를 줬는데 나는 흰우유를 먹으면 꼭 배탈이 났어. 독서는 좋아했지만 유치원이랑 학교가는 건 나도 엄청 귀찮고 싫어했었어. 그땐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는데.. 그러고보면 나도 참 해맑은 무지랭이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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