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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관 Feb 14. 2020

이상하게 버스만 오면 마음이 급해지네

김자까의 65번째 오분 글쓰기

김자까의 오분 글쓰기는 구독자분들의 사연을 각색해 색다른 소설을 지어보는 글쓰기 프로젝트
입니다.

신청방법: 덧글 남기는 곳에 신청 이유와 사연을 적어주
세요.

사연 주신 분: 정모씨



사연: 왜 버스만 오면 사람들은 도로로
달려 나갈까요? 위험해 보이는데 천천히
타면 안 될까요? 버스 탈 때마다 심장이
쫄려 죽겠어요.




오분 글쓰기 시이작->


견우라는 이름의 이 남자는 조느라 버
스를 항상 못 탄다.
졸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그때는 멍을
때리느라 못 탔다.
그래서 그는 정류장에 오는 모든
버스를 놓친 후에야 기어이 콜택시를
불러 약속 장소에 도착하곤 한다.

한편 그가 타야 하는 77번 버스는
사실 전생에 직녀였다.
여러 생을 거쳐
버스로 환생한 직녀는 견우를 만나기
위해 노선까지 변경해가며 그가
버스를 타는 정류장을 찾아왔다.
하지만 견우는 매번 조느라 버스에 탑
승하 지를 못했다.

그렇게 견우를 보기만 하고 지나친 지
반년이 흐르자 직녀의 마음이 까맣게
탔다.

까맣다고 하니 생각나는 것이 있는데
눈치챘겠지만 까치와 까마귀다.
그들은 현생에 견우와 함께 77번 버
스를 기다리던 탑승객이었다.
하지만 버스가 도착해 버스에 오르는
순간에도 늘 견우는 졸고 있어서
한 무리의 손님들이 사라지고 나면
정류장에는 늘 견우 혼자 남았다.


하지만 한두 번도 아니고 매번
이런 상황이 생기니
견우를 만나고픈 직녀의 아픔이
손님들에게 전해졌다.

그때부터 까치와 까마귀였던 손님들은
버스가 올 때마다 무의식 적으로 발을
구르고 서로 밀치며 급박한 상황을
연출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마음이 다급했고
가만히 있으면 저 버스가 멈추지 않고
떠나버릴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그들은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자연스럽게 버스와 견우 사이를 잇는
오작교가 되었다.

견우는 소란에 잠에서 깨고
벌써 노란 중앙선까지 나가 길게 줄을
늘어서 있는 승객들은 쫓았다.
그리고 맨 뒤에 붙어서
자신이 버스를 탈 차례를 기다렸다.

그런데 중앙까지 이어진 긴 줄로 인해
뒷 차들이 빵빵 거리기 시작하고
차도에 늘어서 있던 승객들과
버스기사는 안절부절못했다.
하지만 전생에 소를 몰던 견우이기에
그것도 모르고 느긋히 버스에 올랐다.
그런 견우를 보고
기사는 빨리 좀 타라며 성화를 냈다.

한데 기사가 화를 낸 이유는 따로
있었으니
바로 버스기사가 전생에 견우의 장인
어른이였던 옥황상제였기 때문이다.

여하간 직녀였던 버스는 의자에 앉은
견우를 몸으로 느끼고 반가워했다.
그러나 견우는 직녀를 알아보지 못했고
멍한 표정으로 창문을 바라보며 또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직녀는 모처럼 만난 견우가 잠만 자는
것이 아쉬웠지만 그래도 견우가 곤한
잠에서 깨지 않도록 차를 천천히
움직였다. 또 침까지 흘리며 조느라
흐트러진 견우의 옷을 좌우로 흔들어
잘 여며주었다.

마침내 견우가 내릴 때가 되자
버스가 된 직녀는 잘 가라고 인사했
지만 말을 할 수 없어 애꿎은 경적만
빠앙-하고 울렸다.
그 소리를 듣고 견우는 자신이 내릴 위
치에 아슬아슬하게 내릴 수 있었다.

그리고 버스기사는 왠지 모르게 마음이
가는 청년을 향해 인사했다.
'조심히 가고 또 봐요 청년'

견우는 버스기사의 친절에
구름에서 내리는 듯한 기분으로 버스에
서 내렸다. 기다렸다는 듯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오분 글쓰기 끝

제목: 이상하게 버스만 오면 마음이 급
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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