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를 이해하는 단어
신이 죽고 신이 존재함으로써 가능했던 기존의 가치체계가 붕괴되면서 인간은 해방의 기쁨을 맛보게 된다고 말한다. 니체가 말이다. 그러나 곧 도덕관념의 정당성의 기반이었으며, 인간 존재의 근원이었던 신의 존재를 부정함으로써 심연의 공허를 바라보게 된다. 이것이 니체가 말하는 니힐리즘이다. 자신이 누구인지, 역사의 목적이 무엇인지, 어떻게 삶의 의미를 부여해야하는지를 그 누구도 대답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니체가 보기에 이미 허무주의라는 불청객이 문을 두드리고 있는데 사람들은 잠들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허무주의와 니힐리즘은 다르다. 허무주의는 니힐리스무스Nihilismus라는 독일어에서 온다. 허무주의와 니힐리즘은 번역하면 똑같은 것 같지만, 사실 다르다. 니힐리즘은 원래 '거부'하다라는 뜻을 가진 운동의 하나였고 니체는 이것을 신적의지에 저항하는 거부권으로 보았다. 물론 이 결과로 허무주의가 뒤따르기도 한다. 허무주의는 그 차제로 의미가 사라진 상태를 이야기한다. 니체는 1880년대의 유고작에서 니힐리즘의 의미와 가치 그리고 우리가 소망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극단의 거부로 정의했다. 니힐리즘은 라틴어에서 보면 없음이라는 뜻도 있지만 결코 아니다라는 뜻도 있다. 허무에 대한 의식에서 시작해서 허무주의가 등장해서 주목을 맞게 된 것은 니체 이후의 일이다.
니체가 보기에 허무주의의 시작은 러시아의 소설가 투르게네프이다. 투르게네프의 글들을 통해서 이미 19세기의 러시아에서는 가치의 전도가 일어나고 있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허무주의는 니체의 말대로 기존의 가치체계를 거부한 가치의 텅빈 공간에 새로운 것이 등장하지 않을 때 발생하는 것처럼, 러시아 문학에서는 19세기 새로운 문학적 양식이나 대안보다는 시대비판에서 끝나는 사실주의로 마감한다. 그러나 보니 비판적인 인식은 매우 깊어지지만 그 만큼 미래에 대해서는 허무주의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그 후에 등장하는 톨스토이나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썼던 도스토예프스키까지 이어진다. 니체는 이러한 허무주의가 어던 문제를 일으키는지 혹은 어떤 문제와 연결되어 있는지를 분석한다. 다음과 같이 6가지의 관점을 제시한다.
니체가 말하는 허무주의의 문제
1. 그리스도교의 몰락
2. 도덕의 붕괴
3. 학문일반과 철학의 기반 상실
4. 정치,경제 등 사회과학 분야에서의 동력 상실
5. 역사분야에서 확산되고 있던 허무주의 기조 : 목적론적 역사관과에서 기계론적 역사관
6. 예술분야의 퇴풍조 만연
니체가 볼 때 서양의 허무주의의 시작은 종교개혁 이후부터이다. 종교개혁에서 기존의 가치체계에 대한 '반대'로서 허무주의가 시작되었고 그 다음에 새로운 가치체계가 만들어져 가는 프로테스탄트 개신교가 기반을 잡기까지 르네상스의 문화적 도전은 새로운 가치체계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신이 기반이 되는 도덕체계가 붕괴되면서 다시 신이 등장하는 19세기 대각성운동까지 그리스도교의 몰락은 자연스럽게 도덕붕괴와 함께 연결된 학문과 철학의 기반까지 상실시켰다. 연쇄부도와 같은 것이다. 신의 제시한 역사의 목적이 사라지고 인과율에 따른 기계적 세계관으로 이행되는 사이에서 사람들은 쉽게 자신을 기계의 일부분으로 생각하게 되었고 니체가 볼 때는 '금발의 야수'로서 자연의 야수성을 잃어 버리게 되었다.
따라서 니체는 이러한 가치의 공백 어쩌면 이데올로기의 숭고한 대상이 사실은 비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가치전도를 추구한다. 가치를 전도시킬려면 일단은 반대, 공백, 허무함이라는 기존 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것을 새롭게 만들어갈 가치와 그 추동으로서의 '힘에의 의지'를 제시한다. 힘에의 의지는 다양하게 설명할 수 있으나 그 기원은 당연히 자연이고, 자연에서 발휘되는 생명령과 존재하고자 하는 욕구인 코나투스(스피노자)의 실현을 말한다. 허무주의를 극복하는 방식으로 니체는 다음의 3가지를 말한다.
허무주의를 극복하는 '힘에의 의지'
1. 하이데거의 정신의 힘 : 형이상학을 만들어낼 수 있는 힘
2. 자연과학적 관점에서 힘 : 포스, 에너지, 물리적 힘, 인과율을 넘어서는 힘
3. 권력으로서의 힘 : 세속지배의 힘
영화 달콤한 인생(이병헌 주연)이 생각한다. 극중 인물 선우는 결국 두목을 배신한다. 그리고 결국 두목을 죽인다. 그리고 달콤한 인생이 남는다. 그것이 꿈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어느 깊은 가을 밤, 잠에서 깨어난 제자가 울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스승이 기이하게 여겨 제자에게 물었다.
"무서운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슬픈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달콤한 꿈을 꾸었습니다"
"그런데 왜그리 슬피 우느냐?
제자는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나지막히 말했다.
"그 꿈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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